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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뱀파이어의 존재.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공허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손 끝이 나의 심장을 가리키고,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휘어가는 그의 뚜렷한 눈매가 윤곽을 드러낸다. 그는 모든 것이 붉은 남자였다. 길게 자란 머리카락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나 있는 눈동자도, 미세하게 떨려오는 입술도.
그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지독한 혈흔이 배어 있었다.
이윽고 샹들리에의 희미한 조명 빛이 나를 비춘다. 그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심장을 가리키던 그의 손가락이 떨림을 감추지 못한 채로 내 관자놀이를 향해 미세하게 움직였다. 두려움이 커져 몸서리치기도 전에 떨리는 내 동공 너머에서 남자의 모습은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오래된 저택의 백작 초상화와 그 속에서 나를 바라보며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여인뿐이었다.
‘Isjabella Henney.’
그리고 그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나는 사라진 그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초상화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먼지로 뒤덮인 그녀의 이름을 어루만지며 그렇듯이 그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이사벨라 헤니.”
그 순간 늘 반복되는 도원경의 악몽 속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무심코 정신을 차리고 눈을 번뜩 떴을 때 내 몸은 흥건한 땀으로 젖어있었다. 눈을 감으면 그려지는 남자의 실루엣에 한참동안 몸을 뒤척였다. 허나 두려움에 침대 시트를 꼭 끌어당겨 얼굴을 묻은 채 훌쩍거리기 일쑤인 나에게도 어느순간부터 지독한 내성이 생겨 심장을 조여 오던 공포와 두려움 따위를 느끼지 못했다. 날이 갈 수록 내 꿈 속에 나타나 애절하게 손짓하는 그의 모습이 애틋했으며 또 눈물겹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그가 누구인지 명확하고 명백하게 밝혀낼 수 없었다. 어째서 그가 나의 꿈에 드리워지는 것인지, 모두 오리무중이었다.
“당신은 누구세요?”
피로 젖은 끔찍한 악몽속에서 나는 묻는다. 또 한 번 남자의 눈빛은 일렁인다. 눈물이 차올라 멀어지는 그의 시야 속에 잔잔한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나를 향해 뻗은 손이 허공에서 모래알이 되어 사라져간다. 그러는 그 사이에 남자의 입술이 움직인다. 퍼져오는 소음 속에서 나는 남자를 향해 되물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듣고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자리 잡혀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다. 들리지 않았음에도 눈을 떠 타오르는 아침의 태양을 창문 너머로 확인하는 그 순간의 나는 멍하니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Senri…….”
그의 이름은 확고했다.
◈ 공 생, 1
냉혈 인간, 죽음 앞에서 영원을 말하는 불멸의 인간, 그리고 날카로운 송곳니.
“여러분은 믿습니까? 뱀파이어!”
교수님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오래된 전설을 믿는다. 그 때문에 전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짐승 혹은 괴수라 불리는 것들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교수님은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호기심을 날로 증폭 시키고 있었는데, 최근들어 그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루마니아에서부터 시작된 흡혈귀. 즉 뱀파이어였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 혹은 인간의 피를 마심으로써 살아가는 영원하고도 불멸한 괴수. 신과 인간의 사이에서 하등한 존재라 일컫어지고 있으나, 절대적으로 존귀하고도 범접할 수 없는 인간.
간혹 교수님은 두 개의 실험관에 담긴 피를 한데 뒤섞어 우리가 바라보는 앞에서 입 안으로 털어넣기도 하신다. 혼합된 두 종류의 혈을 바라보며 싱긋 웃는 교수님의 모습은 언제 봐도 섬뜩했다.
“나 간다.”
그 때 내 옆자리에 앉은 렌이 말했다. 렌은 평소 교수님에 대한 불만이 많았기 때문에 그가 고운 시선으로 비춰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당연했다.
“그러지 마. 그래도 수업 시간이잖아.”
나는 침착하게 렌을 제지했지만, 렌은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금 교수님을 노려보았다. 얼음장 같은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 속에서 문득 렌의 위협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대체 언제쯤 저희들에게 불어를 가르쳐주실 예정입니까.”
교수님은 영국인이었다. 파란 눈동자와 감히 우러러 볼 수 없을 정도로 높디 높은 콧대. 그리고 하얗게 질린 것만 같은 하얀 피부.
교수님의 달콤한 눈동자가 렌을 향했다.
“좋은 질문이군. 아주 좋아! 그렇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지 않겠나?”
교수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그 순간 렌의 얼굴이 서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은 배가 고파서 말이야.”
그때 교수님은 씨익 웃으며 렌을 마주했다.
뱀파이어를 사랑하는 교수님의 이름은 스테파니 루팡 ‘Stephanie Lupin’ 이었다.
◈ 공 생
점심 시간이 되어 나와 렌은 교내 식당으로 내려왔다. 우리 학교는 산골짜기에 설립된 사립 학교였기 때문에 시내로 나가려면 자동차를 타고도 족히 하루는 더 달려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렌과 학생들은 학교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마을에서 모든 생활을 꾸려나가야만 했다. 간간히 부모님으로 부터 전해져 오는 통장속 잔액들도 이 곳에서는 그저 불필요한 종이에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에 나날이 쌓아져 가는 잔액들을 바라보며 나는 눈물을 삼킨다.
사고 싶은 것 투성이인 이 세상에서도 불 필요한 종이 지폐 따위가 존재할 줄이야…….
“렌, 렌은 왜 자꾸만 교수님과 싸우려고만 하는 거야?”
그러다 무심코 나는 치킨 샐러드를 입 안에 쏙 집어넣으며 맞은편에 앉아 있는 렌에게 물었다. 렌은 묵직한 목소리를 꺼내 대답했다. 너무나도 짧고 간결하게 말이다.
“정말 뱀파이어 같아서.”
그 말에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콕 집어 드는 렌을 빤히 바라보았다. 무뚝뚝하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렌에게서 느껴지는 귀여운 면모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내 시선을 느낀 렌이 정수리를 들어 나를 노려보았다.
“왜.”
“렌도 귀여운 남자였구나?”
“안 웃겨.”
나는 뾰로통한 렌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서 마주하기 위해 턱을 괴고 얼굴을 쭉 들이밀었다. 그러자 렌의 표정이 한층 더 구겨졌다.
“렌은 내가 다가가는 게 싫어?”
“아니.”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뱀파이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뜨릴 게 뻔하잖아.”
그랬다. 어느 샌가 부터 나는 나도 모르게 렌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묻고있었다. 뱀파이어는 실존하는 인물인 거야? 이 세상에 뱀파이어가 존재한다면 우리 인간들은 어떻게 될까? 어쩌면 나 역시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뱀파이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부담스러운 행위로 우리에게 공포심을 안겨주는 교수님이시지만 그 모습을 피하지 않고 한 눈에 바라보는 것은 나 또한 그의 행위에 동행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
“렌.”
“뱀파이어는 존재하지 않아.”
렌은 거두절미하고 현실을 직시하듯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반영하여 말했다.
“렌.”
“과학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어. 알겠어?”
“그렇다면 렌은 어째서 이 세상에 뱀파이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만 뱀파이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 거야?”
한참동안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렌의 입술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렌의 붉은 입술을 빤히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키는 찰나 식당 문이 벌컥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선 여자는 겁에 질린 모양인지 파랗게 변질되어 가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이렇게 소리쳤다.
“마, 마리가 죽었어! 지, 짐승한테 습격 당했대. 지금 보완관들이 몰려와서 난리도 아니야!”
그녀의 말에 식당은 순식간에 북적거렸다. 죽은 이의 시체를 확인하기 위해 하나둘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식당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들이 사라지자 그제야 식당 내부에는 다시금 고요한 정적이 몰려왔다. 여전히 나는 렌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고, 렌은 묵묵히 샐러드를 야금야금 씹고 있는 중이었다.
“렌.”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과 다르게 지금의 렌은 몹시 괴로워 보였기 때문에 더 이상 나 역시 그에게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그에게서 대답을 강요한다는 것은 그의 상처를 도려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렌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따위 보고싶지 않았다. 그는 내게 있어 최고의 파트너였고, 최고의 친구였다. 한 마디로 내게 있어 렌은 소중한 심복지우라는 것이다.
“바보. 렌은 뱀파이어를 믿지 않으면서도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너무도 괴로워보여.”
왜냐하면 렌, 너는 뱀파이어를 믿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존재를 육신으로 느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렌.”
렌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렌은 오드아이였구나.”
◈ 공 생
짐승, 어쩌면 괴수일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존재로부터 습격받아 죽은 학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하교길을 밟은 나와 렌은 늘 그렇듯 마을로 향했다. 산길을 타고 쭉 내려가다 보면 마을로 향하는 지름길이 있는데, 그 길은 위험천만한 곳이었기에 렌은 언제나 신신당부를 하듯 내게 말한다.
“저 길은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어.”
오늘도 역시 지름길을 바라보며 촉촉이 젖은 눈동자를 감았다 뜨는 나였다.
“알았다니까? 죽어도 안 가! 죽어도!”
“잘 생각했다.”
“쳇.”
입술을 삐죽이며 렌의 뒤를 쫓는데, 자꾸만 지름길로 향해 시선이 가는 나였다. 오늘따라 유독 지름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다란 나는 렌의 뒤통수와 지름길을 번갈아 쳐다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안 된다고 하면 할 수록 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나 역시 사람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렌!”
나의 부름에 렌이 걸음을 멈추고 뒤 돌아 봤다.
“사실은 말이야. 아랫마을 빵 집에서 바게트 사가야 할 것 같은데…….”
“…….”
“……괜찮을까?”
렌은 무서운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지만, 결국은 ‘젠장.’ 쓴 소리를 내뱉으며 지름길을 향해 몸을 틀었다. 긴 다리를 뻗어 휘적휘적 걸어가는 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머리카락을 긁적거리다 이내 그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그의 곁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같이 가, 렌!”
지름길을 통해 내려온 마을 저편의 또 다른 시장가는 내가 머물고 있는 마을과 전혀 다를 것이 평범한 곳이었다. 주위를 빤히 둘러다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던 나는 걸음을 멈춰선 렌의 넓은 등에 머리를 부딪치고서야 그의 움직임이 정지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 거렸을 때, 나와 렌은 허름한 빵집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서 렌은 다시 한 번 당부하듯 내게 말했다.
“가만히 있어.”
“응!”
“조금도 움직여선 안 돼. 알았어?”
“응, 알았어.”
“흠.”
그래도 못미더웠는지 렌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한참동안 내려다 봤다.
“걱정하지 말라니까?”
나는 렌에게 그렇게 말한 후 그의 어깨를 떠밀다시피 하여 빵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렌을 기다렸다. 그러나 10분이 지나도 렌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의아한 마음과 동시에 짜증이 솟구치는 불만의 감정을 느꼈다. 빵 집 안으로 들어설까도 생각해보았지만 렌의 말을 따라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엉엉 울고 있는 어린 아이가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는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코를 훌쩍거렸다.
“꼬마야, 왜 우니? 길을 잃어버린 거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집이 어딘데?”
이번에는 손가락을 들어 빵 집에서 조금 떨어진 허술한 집을 가리켰다.
“저기?”
“응. 데려다 줘. 무서워, 엉엉.”
“어? 저, 저기. 그게…….”
“데려다 줘! 흐아아앙!”
아이가 더 크게 울어대는 바람에 나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순간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이 내 손을 꽉 잡으며 나를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렌의 말을 어기고 말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렌에게 말한다면 그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애써 아이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달리다보니 어느새 아이가 가리키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이의 걸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쉬이 멈추지 못했다. 의심적인 마음에 나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어디로 가는 거야? 너희 집은 이미 지나쳤는데? 다시 돌아가야 하나.”
“아니. 거의 다 왔어!”
“어, 어디로 가는 건데?”
내 손을 잡은 아이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순간 아이는 빙그르르 돌아 나를 마주보며 히죽 웃었다.
“대체 너희 집이 어디라는 거야? 설마 거짓말이니?”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화사한 미소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이내 눈 깜짝할 사이에 내 곁에서 사라질 뿐이다. 비좁은 주택 사이로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를 보자, 아뿔사.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저 조그마한 아이가 나를 속였다는 것을 말이다. 괘씸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며 조잘거렸다.
“하여튼 요즘 애들이란, 어떻게 사람을 속일 수가 있는 거지? 괘씸해! 나쁜 자식. 다시 만나면 혼쭐을 내줄 테다!”
으르렁거리며 렌을 향해 돌아가려는데, 맞은편에서 쏘아내리던 빛줄기가 검은 구름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이내 살랑이며 부는 바람과 함께 서늘한 그늘을 평지 아래로 쏟아 부었다. 그 속에서 나는 사람의 실루엣을 발견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그의 인기척이 더욱 짙어졌으며, 그 실루엣이 검은 인영을 감추고 곧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어둠속에서 드리워진 그림자 끝에 나타난 그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나는 마주친 남자의 시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달콤한 향기가 풍겨오는군.”
그의 눈빛이.
“……네?”
“아주 맛있는 냄새가 풍기고 있어.”
무척이나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아, 에. 이 주변에 맛있는 빵 집이 하나 있거든요.”
멍청하게도 나는 그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남자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채 한 발 내게로 다가왔다.
“이렇게 유혹적인 인간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야.”
“……네?”
“괜찮다면 내게 주지 않겠나?”
“죄, 죄송해요. 지금은 가진 게 없어서요. 음, 아 그게…….”
주머니를 뒤지는 시늉을 해보았지만 남자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었나보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금 더 가까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당접할 수 있는 거리에서 남자의 붉은 입술이 벌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문득 내 시야에 비춰진 날카로운 이빨은 분명 짐승의 송곳니임이 확실했다.
일순간 심장이 놀라 쿵쾅거리며 울려 퍼지기도 전에 남자는 무서운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는 모든 피를 말이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런 저항도 없이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지난 날들이 떠올라 더욱이 나를 괴롭혔다. 교통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은 부모님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이 곳으로 연행되어 오듯 끌려올 수밖에 없었던 내 인생이, 내 삶이. 무엇보다 나를 낳아주신 소중한 혈육임에도 그들의 얼굴을, 그들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하는 내 존재가 혐오스러웠다. 한사코 그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음에도 그들과 함께 했던 사소한 추억도, 기억도 모두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나는 죽어 마땅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생각의 여념을 잘라내고, 잠자코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내 목을 움켜쥘 것만 같았던 남자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 나는 조심스레 눈을 떠 남자와 마주하고 있는 정면을 응시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남자는 몇 걸음 뒷걸음 쳐 내 곁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괴기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드러난 잇몸 사이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송곳니. 더불어 포만감을 위해 고인 분비물이 사정없이 턱을 나고 흘러 지표면의 바닥을 적셨다.
“…….”
남자의 시선은 내가 아닌 내 뒤통수 너머로 향했다. 돌 부석이 되어 얼어붙은 내가 가까스로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곳에는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풍기고 있는 바게트 빵을 제 품에 꼭 안은 채 가늘게 뜬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렌이 있었다.
“……렌.”
렌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그리고 각기 다른 렌의 눈동자가 다른 날과 다르게 번뜩이고 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길은 안 된다고 말했잖아, 제라.”
불현듯 빛이 사라지고 먹구름이 몰려와 우렁찬 하늘의 울음소리가 천공을 뒤덮었다.
Mini stop
갠카: 내 말 들어봐요, 언니? http://cafe.daum.net/YoonS1004
비지엠 추천해주신 우리 사령관ㅋ혁명군의 大사령관 이치 여편네 고맙소♡ 그리고 비루한 소설이건만 가상을 너무 백미였지요? 댓글 달아주신 분들, 또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신 분들 모두 다 감사하고 또 죄송합니당. 저는 이 정도가 한계입니다. ㅠ_ㅠ 차차 성장하두루 하겠습니당. 무튼 댓글 남겨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제 은인이여요 쪽=3=♡
혹여나 업쪽=뱀
뱀 와 이거 장난아니네요 ㅋㅋㅋ 진짜 대박.. 담편보러가자!!!!!!!
뱀 헐 완전 몽환적이당 ㅠㅠㅠㅠ 이런거읽고싶엇는데!!!!! 담편으로 달림!!!!
뱀 이런거 완전 좋아
뱀 와!! 재미있어요 ㅎㅎ 2편기대할게요
뱀 이런 내용 완전 좋아...
이 미친 렌!!!!!!!! 왜 이렇게 멋진거죠? 왜 이렇게 멋있냐구요 마치 땁님 같아ㅇㅕ 라고 하고 한다면 변태가 되어버릴것만 같아 참습니다 아 그런데 땁님은 정말 소설을 잘 쓰시는건요 너무 부럽습니다 그 손과 머리를 저에게 기부하세요!!!! 세포 하나만 기부하신다면 저는 인간으로 거듭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진짜 최곱네다 땁님의 소설이 쓰레기라면 저는 음쓰음쓰!!!!! 음스!!!!!...쿡 이런 자폭하는 저라도 괜차느신가요? 이러고..진짜 흥미가 진진하고도 심장이 선덕선덕 다리가 미실미실..쿡 암튼 너무 재밋게 보앗슈니다 뱀퐈소설이 이리도 멋지다니 이거슨 트와일라잇과 비교도 안됩니다 이게 진립니다 세상사람들이 빨리 인소닷을
해야 이게 퍼져나갈거 같습니다...암턴 전 2편 보러 갑니다..
ㅜㅜㅜㅜㅜ미치겟다 스땁님 재밋어요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