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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라희야, 뛰지마. 그러다 다쳐!"
"엄마!! 나 이것도 살래~ 나 이것도 사줘."
"알았으니까 그만 뛰어다녀. 이런데서 뛰는 거 아니야."
"응!!!"
난 어릴 때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 기억이 잘못 된 건지 아님 애들이 날 안 닮은 건지, 마트만 오면
정신 못 차리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라희 때문에 아주 미치겠다. 정작 내가 필요한 건 아직 구경도 못했는데 카트 안엔 벌
써 라희가 고른 군것질거리들만 한가득. 게다가 리준이까지 통제가 안 되는 바람에 정말 미쳐버릴 지경이다.
"리준아. 바나나 자꾸 주물럭거리면 다 터지잖아~ 그만 만지고 다른 거 가지고 놀아."
"...."
"리준아."
"...."
"아리준!"
"...."
아, 진짜.... 내 아들이지만 가끔 이럴 때마다 정말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 내가 너무 곱게 키웠나? 왜 이렇게 엄마 말
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날 때부터 자기가 듣고 싶은 얘기만 골라서 들었던 고집불통. 벌써 몇 번이나 하지 말라고 했는데
도 내 말엔 아예 대꾸도 없이 계속 바나나만 가지고 노는 리준이다. 처음부터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날이 더워
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진짜 죽겠네...
"리준아. 엄마가 얘기하면 대답 좀 해줘. 응?"
"우웅."
"바나나 그만 가지고 놀고~"
"....."
됐다!!! 됐어. 내가 너한테 뭘 바래.
"아가씨. 이게 다 뭐에요?"
"응? 언니.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차 안 막혀?"
"네. 지금 차 하나도 안 막히던데요~ 근데 라희는요?"
"저기."
"할머니이!!"
헐..... 내가 와달라고 부탁하긴 했지만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한 번에 찾아왔을까 신기한 것도 잠시, 조금 멀리 떨어
진 곳에서 과자를 고르다가 하실장 언니를 발견하곤 반갑게 소리치며 달려오는 라희 때문에 완전 식겁한 나. 낮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꽤 붐비는 마트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에 우리에게로 집중 되었다. 마치 '누가 할머니야?' 라는 그런 표정
으로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아.... 내가 진짜 미쳐.
"라희야! 엄마가 밖에선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언니 창피하게 왜 그래~"
"할머니. 나 창피해??"
"아니~ 할머닌, 우리 라희가 할머니라고 불러줘서 너무 좋은데?"
"언니. 그거 진심이야?"
"당연하죠~ 제가 언제 거짓말 하는 거 봤어요?"
"하긴..."
그래도 그렇지. 나 같으면 되게 어색하고 뻘쭘할 텐데, 언니는 라희가 할머니라고 불러주는게 정말 좋은 눈치다. 이제 안아
주기엔 너무 많이 커버린 라희를 안고서 볼에 뽀뽀까지 해주는 거 보면. 애기 때부터 언니의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유난히
언니 말을 잘 따르는 라희. 어쩔 때는 나보다 언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내심 서운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엄마가
최고라고 말해주는 라희 때문에 질투가 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웃으면서 넘어가곤 한다.
"근데 갑자기 마트엔 왜요?"
"아... 오빠한테 그동안 못해준게 너무 많아서 오랜만에 도시락이나 싸주려고. 근데 언니."
"네?"
"자꾸 나한테 존댓말 쓸 거야? 이제 진짜 결혼식도 얼마 안 남았는데..."
"결혼하면 말 놓죠 뭐~"
"에이, 미리 연습 안 하면 결혼 해도 힘들다니까? 내 부탁이라고 했잖아~ 이제 말 좀 들읍시다. 네?"
"그럼 아가씨도 내 부탁 하나 들러줄래요?"
"부탁?"
"네. 마트에서 이런 얘기 하긴 좀 뭐한데..."
"말해봐~ 부탁이 뭔데?"
"저요.... 아가씨 엄마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고 피도 안 섞였지만, 진짜 엄마처럼 생각해 줄 수 있어요? 필요
하면 친구도 되주고 언니도 되줄 테니까, 그냥 지금처럼만 서로 불편하지 않게 잘 지내요 우리. 아...!! 그렇다고 꼭 엄마
라고 불러달라는 건 아니구요~ 그냥.... 진짜 가족으로 인정해줬으면."
"뭐야. 무슨 부탁이 이렇게 시시해?"
"네?"
"지금 언니가 말 하는 건 부탁이 아니라, 너무 당연한 거잖아~ 날 뭘로 보고. 치..."
말은 웃으면서 씩씩하게 했지만, 갑자기 코 끝이 시리고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 언니는 아직 모르나 보다. 내가 자길 얼마
나 많이 좋아하는지. 나한테 언니는 옛날부터 가족이나 다름 없었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바보. 언니는 진짜 바보다. 물
론 아주 어릴 적부터 엄마 없이 자란 탓에 엄마라는 말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나한테는 모든게 어색하고 낯설지만, 그래도
내가 언니를 우리 아빠 짝으로 인정한 이상 언니만 괜찮다고 하면 엄마라고 부르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 안 그래도 앞
으론 어떻게 불러야 되나 혼자 고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먼저 얘기 꺼내줘서 너무 고맙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도.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안 징그럽겠어?"
"징그럽긴요~ 이렇게 예쁜 딸도 공짜로 생기고,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흐음... 그래? 그럼 한 번 생각 해볼께."
가끔 한 번씩 튕겨주는게 내 매력.
.
.
.
"언니 진짜 이거면 돼? 더 사야되는 거 아니야?? 재료 모자르면 어떡해."
"아이구, 안 모자르다니까요~ 이 정도면 충분해요."
한 번 할 것도 아니고 두 번이나 해야 되는데, 진짜 충분한 건가? 도시락 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에는 나 혼
자 힘으로 해보고 싶어서 내일 잘 하려면 오늘 저녁에도 연습 해야 하는데 왠지 재료가 모자를 것 같지만 그래도 언니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니깐 뭐... 그동안 혼자 애들 키우느라 왠만한 요리는 다 해봤지만 아직 자신있는 정도는 아니라서, 이제부
터라도 제대로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언니한테 많이 배워야 할 듯.
"어? 지호...?? 엄마!! 지호 오빠한테 전화왔어!!"
"지호오빠?"
"응!!"
내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액정에 뜨는 이름을 보고 반가운 듯 소리치더니, 곧 '여보세요' 하며 나대신 전화를 받는 라희.
그리고, 내 품에 안겨서 느릿한 동작으로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장난을 치던 리준이가 지호 오빠라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
우고는.
"바보 형아...?"
"응~ 리준이가 좋아하는 지호 형. 근데 리준아, 왜 형한테 바보 형이라고 불러? 원래 안 그랬잖아."
처음엔 그냥 형아 형아 하면서 잘 따르더니, 언제부턴가 '바보 형' 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리준이다. 사실 예전부터 궁금했
었는데 이제서야 물어보는 나. 그런데...
"엄마 몰라?"
"뭘?"
"바보."
괜히 물어봤다.
"아가씨 연애해요?"
"뭐!?"
"지호 오빠가 누구에요?"
"아~ 난 또 뭐라고."
백미러로 나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하실장 언니에게 지호 오빠에 대해서 얘기해주며 아직도 신나서 통화 중인 라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라희에게 핸드폰을 건네 받으며 창가로 시선을 돌린 내 눈에 쏙 들어 오는 한 남자.
"어...?"
-여보세요?
"어!?"
-여보세요??
"오빠 지금 어디에요? 혹시 지금 노란색 카라티 입고 있어요?"
-응? 어떻게 알았어?
아, 왠일이야. 어떻게 이런 우연이...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다 나온다. 마침 차가 신호에 걸려서 잠시 도로에 멈춰있었는
데, 통화를 하며 인도로 걸어가는 한 남자가 눈에 익어 혹시나 했더니 역시 내 예상대로.
"언니 나 여기서 내릴께. 애들 부탁해! 라희야 리준아, 엄마 금방 갈테니까 언니랑 먼저 집에 가있어~ 알았지?"
"엄마 어디가?"
"지호 오빠 만나러~"
"지호 오빠? 그럼 나도 갈래!! 나도 지호 오빠 보고 싶어."
"오늘은 안 돼~ 밖에 너무 오래 있었잖아. 다음에 같이 만나. 응?"
"히잉... 나도 지호 오빠 보고 싶은데."
"다음에~ 착하지 우리 딸? 리준이랑 같이 집에 가있어?"
"응..."
"엄마 뽀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내 볼에 쪽 뽀뽀하며 빨리 갔다오라고 말해주는 라희에게 리준이를 넘겨주고 차에서 내렸다. 그
리고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나를 찾고 있는 지호 오빠한테 조용히 다가가면, 그림자를 보고 나인 걸 알았
는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빙그르르 돌아서 씨익 웃는 지호 오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웃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인 남
자다.
"참 신기하단 말이야~ 왜 이런 남자가 여태 여자친구가 없지?"
팔짱을 끼고 약간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서 장난스럽게 얘기하는 나를 보고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는 지호 오빠.
"색깔 되게 잘 어울린다~ 이런 색은 여자도 소화하기 힘든데."
"그래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진짜 하고 싶은 말? 그런게 어딨어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바보."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몇 번 여자 같다고 놀렸더니 이제 내가 무슨 말만하면 눈을 가늘게 뜨고서 의심의 눈초리로 날 바
라보는 지호 오빠. 평소에 화낼 줄도 모르고 한 없이 다정다감한게 옛날의 아로하랑 많이 닮았다. 여자한테 애교 떠는 성격
이 아닌 것만 빼면.
어쨌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느낌에 꼭 소꿉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햇살이 너무 따가
워서 저절로 인상이 찌푸러져도 마음만은 무지 상쾌한 기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까페로 향했다. 프리잔떼와 요거트 스무디 한잔씩 시켜놓고 작은 원형 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 우리. 정말 뻔하지
만 가장 기본적으로 궁금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그냥 학교 다니면서 공부 했지~ 한국 와도 계속 공부 할 거라고 했었잖아."
"그렇긴 한데..."
"왜?"
"오빤 공부가 그렇게 재밌어요? 그 정도 했으면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나?"
도대체 꿈이 뭐길래 저렇게 열심힌지 모르겠다. 나도 옛날에는 그냥 좋은게 좋은 거란 생각에 정말 아무 생각없이 쭈욱 1등
만 고집해왔지만, 이제는 아닌데. 솔직히 말하면 애들 핑계로 공부에 조금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고 현실에 부딪히고 나니까
옛날처럼 하고 싶어도 못했던게 사실이지만 스스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었달까? 하긴... 내가 변했다고 남까지 이
상하게 볼 필욘 없지.
"그만 해도 되긴~ 공부가 끝이 어딨어."
"오... 역시 뭔가 달라."
프리잔떼 잔을 들고 빨대를 빙빙 돌려가며 말했다. 그러다 문득,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대기업에 취업하는게 목표라고 했죠!?"
"응. 정확히 말하면 아인그룹."
콜록. 뭐라고? 아인 그룹??? 별 생각 없이 물었다가 뜻 밖의 대답을 듣고 너무 놀란 나머지 갑자기 사레에 걸려 애꿎은 기
침만 해대고 있는 나. 3년 동안 옆집 살면서 가깝게 지냈어도 이런 얘긴 처음 듣는 거라 무지 당황스럽기만 하다. 물론 지
호 오빠는 내가 아인그룹 손녀딸이라는 것도 모르고 한 말이겠지만, 괜히 뜨끔해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 하악! 홍지애.
침작하자 침착해.
"괜찮아??"
"네, 괜찮아요. 근데... 다른 대기업도 많은데, 왜 하필...."
"경영이념이 마음에 들어."
"아... 오빤 그런 것도 생각하는구나."
내가 아직 어린 건지, 아님 그런 쪽엔 아예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지렇게 말하는 지호 오빠가 왠지 신기하기도 하고 멋있
어 보이기도 하는 나. 다른 또래에 비해서 생각이 꽉 찬 사람이란 건 알았지만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 보통은 그냥 막연하
게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게 전분일 텐데, 역시 오빠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
지난 3년 동안 괜히 잘난 척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우리 집안 얘기는 하지 않았을 뿐더러 서로 묻지도 않았었는데 뜬금 없
이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딴 질문 같은 건 애초에 하지 않는 건데, 완전.... 이게 뭐야!! 이제 진짜
말도 못하겠잖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응...? 아무 것도 아니에요!! 오빠 우리 가위바위보 할래요? 이긴 사람이 남은 거 다 먹기."
"하하하. 그냥 너 다 먹어~"
"네에."
괜히 민망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나오는대로 지껄였다가 졸지에 돼지 된 나. 에라, 모르겠다. 일부러 나쁜 맘 먹고 속인 것
도 아닌데 민망할 거 뭐 있어.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지호 오빠 앞에 놓여있던 스무디를 내 앞으로 가져와 후루룹후루룹 목
구멍으로 다 삼켜버렸다. 커피를 먹다 먹어서 그런지 이게 무슨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달콤 쌉싸름한 느낌. 썩 나쁘진
않다.
"오...!"
"민지호. 오랜만이다?"
응...?? 누구지?
"일본에서 왔다는 말은 들었어."
지호 오빠한테 무슨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갑자기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낯선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보면.
"어... 오랜만이다."
완전 구겨진 얼굴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모르긴 몰라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여태껏 내 앞에서 싫은 표정
한 번 지어본적 없던 지호 오빠가 난생 처음으로 표정을 굳히고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보는 내가 민망할
만큼 무미건조한 말투와 표정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차가운 오로라를 내뿜고 있는 지호 오빠. 그리고 어쩌다 눈이 마주쳐서
얼떨결에 고개만 살짝 숙이며 인사하는 나를 보고 기분 나쁘게 피식 웃는 여자. 왠지 기분 나쁘다.
"흥."
남들한텐 들리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콧방귀를 뀌며 턱을 괴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 나를 보고 썩소를 날
리던 여자의 웃는 모습이 자꾸만 눈 앞에 아른거려서 점점 더 구겨지는 인상.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예의가 없는 사람인 것 같아서 혼자 속으로 꿍시렁거리며 소심하게 유리창을 통해 여자를 계속 노려보고 있는데.
"먼저 갈께. 가자."
얘기가 끝났는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벌떡 일으켜 세우는 지호 오빠. 아차 할 틈도 없이 질질 끌려 나온 나는 종종걸음으
로 지호 오빠 뒤를 따라 걸었다. 그리고 까페에서 백미터쯤 떨어진 후에야 천천히 걸음을 멈추더니 잡고있던 내 손을 놓아
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지호 오빠.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는데도 내 손 잡은게 민망했는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꽤 귀여
운 오빠다.
.
.
.
"아... 괜히 걷자고 했어! 다리 아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운동도 할겸 내가 먼저 걷자고 했는데, 너무 멀리서부터 걸어왔는지 꼭 등
산이라도 하는 것처럼 발바닥이 쿡쿡 쑤시고 힘들어 죽겠는 나.
"업어줄까?"
진짜 너무 힘들어서 오빠 팔을 잡고서 비틀비틀 걸으며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칭얼거렸더니 선뜻 업어주겠다고 하는 지호
오빠다. 나 생각보다 무거운데~
"아니에요. 오빠도 힘들잖아요."
"괜찮아. 많이 힘들면 업혀."
"손 잡은 것도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업는 건 어떻게 할라고 그래요? 괜찮아요~"
"그건...!!"
얼씨구. 얼굴은 왜 빨개지고 그래? 귀엽게. 맨날 당하면서도 그렇게 부끄러울까?? 가만보면 리준이가 바보라고 부르는 이
유가 다 있었다니까?
"진짜 괜찮아요! 집도 거의 다 왔고~ 아직 걸을만 해요."
하하하. 괜찮기는.... 진짜 죽겠고만. 1분 1초가 100분 처럼 느껴져서 정말 죽겠는 찬국에 애써 괜찮다고 말하며 속으론
엉엉 울고 있는 나.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은데, 당장이라도 저 넓은 등짝에 덥썩 업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내가
아무리 등에 업히는 걸 좋아해도 이제 그런 나이는 지났으니까. 한살만 더 어렸어도 그냥 업히는 건데, 에잇.
표정은 그게 아닌데 끝까지 괜찮다고 하는 내가 웃긴지 죽을상으로 비실비실 걷고 있는 나를 보며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지호 오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게 배려란 걸 해주는 오빠 앞에서.
"...으아악!!!"
돌에 걸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보기 좋게 자빠져버린 나. 진짜.... 꼴값이다. 어린 애도 아니고.
"괜찮아?? 잘 보고 걷지. 어디 봐."
"아아! 아파요~"
흐윽. 흐어엉!! 어쩐지 요즘 안 넘어진다 했어. 넘어지면서 발을 접질렀는지, 까진 상처는 둘째 치고 오른쪽 발목이 너무
아려서 조금만 움직여도 살이 떨리는 느낌. 정말 예전 같았으면 데굴데굴 구르고도 남을 정도.
"일어날 수 있겠어?"
"아...아!"
"안 되겠다. 병원 가자."
"아니, 그 정돈 아닌 거 같은... 아!"
망할... 부축까지 받으면서 일어나다가 다리에 힘을 잘못 줘서 다시 주저앉아버린 나. 내 앞에 같이 몸을 숙이고 앉아서 걱
정해주는 지호 오빠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발목에 오는 통증 때문에 일어나진 못하고 자꾸만 눈물이 차올라서 눈
앞이 점점 흐려지는 느낌.
"아프면 그냥 울지, 입술은 왜 자꾸 깨물어."
"난... 엄마잖아요."
그래서 이깟 일로 울면 안 된단 말이에요. 소녀는 약해도 엄마는 강다하다가 내 좌우명인데 고작 이깟 일로 울면 어떡해.
열 번 울 거 다섯 번만 울자고 다짐했단 말이야. 근데... 근데에..... 흑흑. 진짜 너무 아프다. 아파 죽겠다.
"오빠아..."
"응?"
"나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 갈래."
"진짜 병원 안 가도 괜찮겠어?"
"네."
"그래도 병원은 가야지~"
"그냥 집에 갈래요. 아빠 보고 싶어."
"고집은... 그럼 일단 집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나중에라도 꼭 병원 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떡끄떡. 빨리 집에 가서 아빠한테 발 주물러 달라고 해야겠다. 아, 눈물나.
"조심해."
"네에."
조심스레 날 부축해주는 지호 오빠한테 기대어 겨우 일어났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걷는데도 발목에 무리가 많이 가는 것
같아서 잠시 멈추었더니.
"안 되겠다.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업혀."
"아... 안 되는데."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 니가 애 엄마라서?"
그런가...?? 자꾸만 머뭇거리는 나를 보고 조금은 다그치듯이 얘기하는 지호 오빠. 오빠는 다 내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내
가 그 호의를 계속 무시하는 것만 같아서 괜히 미안한 마음에 우물쭈물 하고 있었더니, 내 머리를 살짝 헝클이며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어주며.
"어쩔 수 없잖아~ 아픈데 어떡해."
"그래도..."
"아이고 아가씨. 집에 안 갈 거야? 그냥 업혀."
그럼.... 그럴까??? 오빠 말처럼 내가 일부러 넘어진 것도 아니고, 아픈데 어쩔 수 없잖아. 이번 한 번만 업히고 이제 안
업히면 되니까. 근데, 나도 진짜 많이 변했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거 신경 썼다고...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오빠, 안 힘들어요?"
보기보다 기초 체력이 튼튼한지, 벌써 5분 넘게 날 업고 걸었는데도 전혀 힘든 기색이 없는 지호 오빠가 신기해서 물으면.
"괜찮아. 아직은."
뭐.... 아직이라는 말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왕 업힌 거 집까지 편하게 가잔 생각에 그냥 끝까지 뻔뻔해지기로
한 나. 그리고 어느새 기분이 좋아져서 아픈 것도 까먹고 웃고 떠들던 그때.
"...."
이제 퇴근하는 길인지 싸늘한 기운만 남기고 유유히 내 옆을 지나가는 아로하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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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늦어져서 죄송해요. 오늘은 글 길게 남기지도 못하겠어요. ㅠ
[업쪽 = 숫자]
첫댓글 점점 아로하랑 틀어지네요...ㅠ.ㅠ 재밌게 잘보구가요..
네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
ㅠㅠ 아로하랑은 언제쯤 화해할까요?? ㅠㅠ 내 가슴이 다 아려오네용~
아 그러게요 ㅠ 저도 힘드네요. 빨리 둘이 화해하고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ㅋㅋㅋㅋㅋ
아...아로하.....아직까지 지애한테 마음을 못여는건지....에휴
저도 띄엄띄엄 쓰다보니 내용이 전개가 안 되네요. ㅠ
87 로하랑 이루어지는건 맞죠?
아마도....... ㅋㅋㅋ 조금만 기다려주세영. ㅋㅋ
잘보께여~
19 아... 로하가 보구 잇던거 일까여?? 잘되려구 하는데 또 엇갈려버릴꺼가튼 느낌이ㅋㅋ 잘봣어여~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봤겠죵.
졸려서 급하게 끝내느라 설명이 너무 부족했네요. ㅠㅠ
그래도 계속 너무 엇갈리죠? ㅠ 아, 이런. ㅋㅋ
777작가님.....더이상은 안돼요!!!!로하랑 지애 다시 붙여주세요ㅠㅠ저 이쁜 커플을..언제 화해 시켜 주실거에요!!!!!더이상 안틀어지게 교정기를 착용시켜야 겟군요..ㅡ,ㅡ;다음편엔 붙어잇기를 바라며..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편에서 뵈요!!!
교정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
교정기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편에서 뵈요!
너네 자꼬 틀어질래? ㅠㅜ
그러니까요. ㅠㅠㅠ
아 ㅠㅠ 안타까워요 아로하 질투하겠당 지호가 좋아하겠죠?
질투보단 화가 날지도... ㅋㅋ
123윽자꾸꼬이다니 ㅠ . ㅜ 로하 ............................................. 의 싸늘한시선ㅋㅋㅋㅋㅋㅋㅋ윽
ㅋㅋㅋㅋ 빨리 둘이 풀어져야 할 텐데요. ㅠㅠ
8888 허거덩.. 왜자꾸 지애랑 로하는 틀어지는거야 ㅠㅠㅠ 아흑 ㅠㅠ 작가님 언능 지애랑 로하 붙쳐 주면 안되요??? ㅠㅠ ㅋㅋㅋ ㅋ
ㅋㅋㅋㅋ 계속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 밖에 못해서 죄송해요 ㅠ
로하야 오해하지마 ㅠㅠㅠ
응 로하야 오해하지마 ㅠㅠ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매일 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ㅠ 제가 연재가 너무 늦죠? 저도 빨리빨리 써서 올리고 싶은데 예전만큼 여유가 별로 없어서 ㅠㅠ 조금만 이해해주세요 ^^
안돼 ㅠㅠ 왜 자꾸 꼬이는 거에요 이제 그만 둘이 행복하게 해주면 안 되요???
123 업쪽 주세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ㅋㅋㅋㅋㅋ 좀만 더 기다려주세염. ㅋㅋㅋ
ㅠㅠ타이밍 개죽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소설은 늘 이런식이죠..... ㅠㅠ ㅋㅋㅋㅋ
헐 타이밍 ;;;;;;둘이잘됐으면 좋겠네요 ;;아이두있으니깐 ㅜㅜ
아........ 애들이 있었지. ㅠㅠ 정말 둘이 잘 되야겠네요. ㅋㅋ
7 잘봣어요 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
로하가 오해하겠죠ㅜ^ㅜ 둘 사이는 언제 회복될까요ㅜㅜ
그러게 말이에요 ㅠ
7777 헐.ㅠㅠ 이번편도 역시나.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
7777777777 로하랑 언제친해지죠 ㅠㅠ........ 보기힘들어요
닉네임이 너무 귀여우세요 ㅋㅋㅋ 안 그래도 요즘 로하 분량이 너무 작은 거 같아서 다시 늘릴 예정이에요 ㅠ
2345 둘 언제 괜찮아지죠 ㅠㅠ 안타까워요 ㅠ 지호오빠도 멋잇어요 ㅋㅋㅋㅋㅋㅋ.... 그여자 뭐져......?...
우리 지호 오빠가 또 언제 매력 발산을 했는지. ㅋㅋㅋㅋ 그 여자 왠지 심상치 않죠? ㅋㅋㅋ
4867어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쭉~ 보구왓어용! 와우 담편 기대되요 두근두근두근!
오오오. 이 많은 걸 이틀만에 다 봐주셨다니 ㅠ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담편도 기대해주세영. ㅋㅋㅋ
123 올라온줄도 몰랐어요 ㅠㅠ 재밌어요 ~~
헐. 제 글이 빨리 묻히나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