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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평가 유감 |
이 숙 인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
밖에서 놀던 어린 손숙오가 집으로 돌아와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우는 까닭을 묻는 어머니에게 아이는 “양두사(兩頭蛇)를 본 사람은 죽는다고 하는데, 제가 그 뱀을 만났어요.”라고 했다. “지금 그 뱀은 어디 있느냐?” “다른 사람이 다시 보게 될까봐 죽여서 묻어 버렸어요.” 남의 불행을 염려하여 남모르게 선행을 한 어린 아들에게 어머니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너는 분명 초나라 최고의 인물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초장왕의 재상으로 훌륭한 정치를 펼친 춘추시대 손숙오(孫叔敖). 어린 그와 어머니의 대화는 유향이 지은 『열녀전』에 처음 나온다. 훌륭한 인성의 아들에게서 최고의 자부심을 가졌던 어머니. 착해 보이게 만들어 드려요! 최근 우리 사회에는 인성 평가에 대비하는 과외가 열풍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법 ‘인성교육진흥법’이 대학입시에 직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성에 등급을 매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선한 인간’과 ‘악한 인간’ 그리고 그사이에 많은 인간성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짧은 시간에 잘 골라낼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인성이란 ‘마음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하니 밖으로 드러난 모습으로 평가하기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보인다. ‘인성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이미지 메이킹이나 화술이 될 것인데, 아니나 다를까 아나운서 출신이 강사로 나선다고 한다. 월 6회 6~70만 원. 착하게 만들 수는 없어도 착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줄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인성’이라는 상업용 문구들은 인성으로 경쟁하고, 인성을 상품화하는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 생각의 역사만큼 오래된 질문, 인성이 상품과 이렇게 적극적으로 연결된 적은 없었다. 인성의 강조, 위기의 사회 인성은 위기의 처방책으로 곧잘 활용되었다. 40년 전 1976년 1월, 문교부는 교육 정책의 방향을 “인성교육강화”와 “국민정신교육강화” 등으로 잡았다. 그 이유로 ‘물질 위주의 관념 팽배’와 ‘세대 간 언어의 단절’ 그리고 ‘공중도덕심 쇠퇴’ 등을 들었다. 이에 근검을 가르치고 이웃 사랑의 정신을 가르치며 국어순화 운동으로 교육 내용이 편성되었다. 그 교육을 받은 세대가 지금 사회의 중추로 있다. 점수로 매기는 인성, 미래는 없다. 누가 훌륭한 인성을 가졌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조선 후기의 이덕무는 사람의 성품을 평가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공개하였다. 『소학』이나 『근사록』을 보면서 하품하지 않는가? 단정한 자세로 태도를 가다듬는 자를 보고 비웃지 않는가? 진실되고 도리에 맞는 말을 들으면 싫증을 내지 않는가. 이 세 가지를 듣고 기뻐한다면 ‘착한 인성’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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