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내 구원을 위하여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라고 믿는다면 하느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의 십자가 죽음으로 내 모든 죄를 용서받기 때문이다. 주님의 기도 5번이나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고 어떻게 그 많은 죄가 사해진단 말인가. 게다가 기억하지 못하고 죄인 줄 모르고 그랬던 던 것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다. 순전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로 용서받는 거다.
그런데 내가 완전히 구원되는 것,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영원하신 아버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건 죄의 용서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기회에 전대사를 얻어 잠벌(暫罰)을 다 지운다고 해서 내 구원이 완성되는 게 아니다. 예수님을 따라야,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예수님과 가족이 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마르 3,35).
많은 군중이 예수님을 따라다녔는데 그중 과연 몇이나 참으로 예수님을 따랐을까? 부모와 자식은 물론이고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고,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가야 하는데 말이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 하늘나라에 자리가 아직 많고, 인류 역사가 끝나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사람이 적은데도 하느님은 여전히 당신 집이 사람들로 가득 차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루카 14,23). 여기서 못하면 연옥 단련교회에서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연옥은 벌이 아니라 기회이고 희망이다. 하느님은 내게 여기서나 저기서나 끝까지 계속 기회를 주신다.
이기적이고 물신 숭배에 젖어 있는 이 거친 세상에서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바란다면 그건 하느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는 분명한 증거다. “하느님은 당신 호의에 따라 여러분 안에서 활동하시어, 의지를 일으키시고 그것을 실천하게도 하시는 분이십니다(필리 2,13).” 뜨거운 결심만이 아니라 실천할 때도 주님께 도와달라고 청한다. 그분은 당신의 제자들을 고아처럼 내버려두시는 분이 아니다(요한 14,18). 금방 사흘 만에 빛나는 모습으로 어두운 다락방에 숨어 있는 제자들에게 되돌아오셨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이왕 그러기로 한 거고, 세속 속임수에 여러 번 당해봤고,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고, 믿든 안 믿든 나는 벌거벗은 채로 하느님 앞에 서게 될 텐데, 이젠 더 이상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뒤는 더욱 돌아보지 말고 반듯하게 쟁기를 잡은 사람처럼 앞으로 간다, 내 십자가 길을.
예수님, 오늘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제 구원을 위하여 힘씁니다(필리 2,13). 하느님이 참으로 좋은 분인 줄 알지만 그날을 맞는 건 여전히 두렵고 떨리는 일입니다. 제 믿음이 부족한 탓입니다. 그래도 들은 대로 배운 대로 부족하지만 믿는 대로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죄인이 하늘의 법도를 따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달릴 길을 다 달리고(2티모 4,7), 아드님을 따르다 미움을 사더라도 끝까지 견디게(마르 13,13) 도와주시고 이끌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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