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자 심재명이 추천하는 기묘한 가족 영화
좋은 감독은 명예로운 작품을 만들고, 좋은 제작자는 명예로운 시대를 만든다. 90년대 후반시작 된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주역은 분명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걸출한 신인감독들이었지만, 그 범상치 않은 작품들의 흐름을 엮어 이후 10년을 한국영화사에 기록될 빛나는 시대로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젊고 용감한 1세대 프로듀서들의 힘이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중심에는 상업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완성도 있는 영화, 즉 '웰메이드 영화'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던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있다.
한석규, 전도연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신세기 멜로 영화 [접속]부터 박찬욱 감독을 주류세계로 안전하게 착륙시킨 [공동경비구역 JSA], 외로운 섬 같던 김기덕감독과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았던 [섬]을 비롯해 올해 로테르담 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었던 박찬옥 감독의 [파주]에 이르기까지 명필름이 제작한 혹은 심재명 대표가 만들어낸 작품들은 일견 서로 다른 외양을 하고 있지만 동일한 밀도를 자랑한다. 안전하지만 안주하지 않고, 재기 넘치지만 품격을 잃지 않는 영화들에 새겨진 '메이드 인 명필름'은 그래서 믿고 볼만한 영화를 상징하는 영구적인 주소다.
"가족은 소중하고 아름답다라고 강조하는 영화, 가족 이데올로기를 강요하는 영화들은 개인적으로 참 싫어해요. 어쩌면 가족이란 인간사 비극의 우물 같은 곳이기도 하고, 한 개인의 상처의 지하창고 같은 곳이잖아요. 대신 가족과 시대 혹은 가족과 개인의 관계망을 내밀하고 유니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들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러고 보면 김지운 감독의 기괴한 코미디 [조용한 가족]부터 독특한 뮤지컬 판타지 [구미호 가족], 처제와 형부 사이에 드리운 짙은 안개 속을 서성이는 [파주]까지 그간 심재명 대표가 제작한 작품 속에서 심상치 않은 가족영화의 제목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기, 심재명 대표가 추천하는 다섯 편의 기묘한 가족영화들과 함께 가슴 밑바닥 창고에 숨겨놓았던 가족들의 진짜 얼굴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글 l 백은하 <10 아시아> 편집장
, 사진 l 채기원 <10 아시아> 기자
첫댓글 영화관에서 상영하지 않는 좋은 영화들을 하우스에서 여럿이 함께 볼 수 있는,
혹은 밖에서라도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감상회>...... 찬성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