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류라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여전히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한류스타들에게 환호하고, 한국관광을 즐기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위핑(36) 이등서기관 겸 공보관은 한때 한중교류에 악영향을 끼쳤던 '혐한류'에 대해 "증거가 없고, 인정할 수 없는 단어"라고 잘라 말했다. "아마 한국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한국보다 중국에 더 많을 것"이라는 그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중국을 잘못 그리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혐한류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중국 역사를 잘못 그린 몇몇 드라마를 보면서 속상해하는 차원에서 나왔던 목소리였다는 설명. "물론 양국간에 전쟁의 역사도 있다. 그러나 서로 싸웠던 시기보다 평화롭게 지냈던 시기가 훨씬 더 많다"며 드라마에 그려진 투쟁과 전쟁의 역사 때문에 한중 관계가 잘못 인식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베이징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위핑 서기관은 지난 1999~2003년에 이어 지난해 4월부터 다시 한국근무를 자원한 한국통 외교관. 친정부모, 딸과 함께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나 한국에서의 외교관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어 사랑
지난 92년 이뤄진 한중수교는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산둥성 칭다오 출신인 그는 '앞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 베이징대 한국어과를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당시 베이징대에 입학할 수 있는 산둥성 출신 수험생은 20명으로 정해져 있었고, 수십만명의 지원자 중에서 합격의 영광을 얻었다. 그후 우리로 치면 행정고시와 비슷한 공무원 시험을 통과한 뒤 수백대일의 경쟁률을 뚫고 외교부에 들어갔다. 외교관이 되기까지 3차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장래를 생각하고 시작한 한국어 공부였지만 갈수록 애착이 생겼다. 그는 "한국어만큼 과학적인 문자도 없다. 간단하게 자신의 뜻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언어다. 서구 사람들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한자어가 있어 배우기도 쉬웠다"고 밝혔다.
◇홍어회만 빼곤 모두 OK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 비빔밥과 양념갈비를 좋아하고, 보신탕도 먹을 줄 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약밥으로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배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갈비에 대한 '예찬론'을 펴면서 "야채와 고기, 마늘 등 함께 먹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 몸에도 좋고, 궁합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다만 삭힌 홍어와 산낙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흥정문화' 이해해주세요!
자국인들을 만날 때 "한국문화를 알고 이해해야한다"고 말하는 그는 중국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이해도 부탁했다. 특히 중국인들의 흥정문화에 대해 한국상인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중국 사람들은 흥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흥정은 삶의 지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협상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을 즐거워한다"며 "그런 모습을 보고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쁠수록 행복한 삶
외교관의 직장생활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지난해 12월에는 시진핑 국가부주석 방한 등으로 인해 한달 동안 단 한번도 가족과 식사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잦은 출장과 야간근무 등으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을 때도 있다. 7살난 딸 방가와 친정부모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한다. "한중 교류가 활발하지 않으면 바쁘지도 않을 것이다. 바쁜 것을 교류가 활발하다는 증거이니 보람이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국 문화를 즐기는 법
위핑 서기관은 "중국을 즐기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다양한 시각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먼저 음식 문제. "중국음식은 느끼하다"는 인식에 대해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물론 기름진 음식이 있는 지역이 있지만 각 지방마다 큰 차이가 있다. 지역별 특성을 알고 찾아보면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맛있는 음식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중국방문의 해'를 맞아 중국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 대한 팁도 잊지 않았다. "중국은 큰 나라다. 각 지역마다 특성이 있다"며 "먼저 각 지역을 특색을 찾아보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도시나 지역을 여행하면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