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카와 다쿠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수채화 같은 영상과 잔잔하면서도 몇번이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아침에 계란 후라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유지(다케이 아카시 분)에게 핀잔을 듣는
아빠 타쿠미는 1년 전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 보내고
'비의 계절'에 꼭 돌아온다던 아내의 약속을 믿으며
힘겹게 아들과 살아가고 있다.
광장 공포증을 겪고 있는 타쿠미가 축제에 가고 싶어하는 아들, 유지를 위해
마을 축제에 갔지만 잠시 유지가보이지 않아서 찾아헤매다가 결국은 쓰러진다.
하지만 그를 사모하는 회사 여자동료에 의해 구해지면서
병약한 남자의 사랑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드라마의 극적 긴장감이 시작된다.
학교에서 테루테루 보우즈(거꾸로 매단 종이인형)를 창 밖에 매달며
엄마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아들,
유우지와 똑 같이 아내가 돌아올 것을 확신하며 다소 지루한 일상 속의
아빠 타쿠미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일까.
아내 미오는 장마가 시작되자 가족에게 돌아온다.
못다한 사랑에 기회를 한번 더 준 것일까.
6주간 허락된 사랑을 위해 돌아온 아내 에게 들려주는 그들만의 사랑이야기.
수수한 옷차림으로 유난히 시-공간을 넘나드는 애틋한 연인의 이미지를
잘 연출해내는 여주인공 미오와의 6주간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스무살 육상 선수 시절의 타쿠미가 미오를 짝사랑한 이야기
다이어리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미오의 사랑 이야기가
맞물려 전개되어 나간다.
이 영화는 슬픔과 아픔을 안은 보통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의 판타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눈에 뜨이는 건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도구이다.
'아카이브 별'의 동화나
그들을 만나게 해주는 볼펜,
그녀의 일기장과 아들과 함께 묻은 타임캡슐,
그리고 네잎클로버 등 은
엇갈림마다 운명으로 맞닿게 하는 중요한 소도구이다.
육상 선수로 나섰다가 경쟁자의 반칙으로 인해 낙오한 타쿠미,
그리고 시상식 때 갑작스런 정전의 비밀.
사랑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두 남녀를 이어줄 다이어리의 비밀,
가까이 다가가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어느 새 사랑하게 되어질
두 남녀의 운명같은 사랑이야기.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이야기 시점이 되는 스물 여덟 살의 미오가
타쿠미를 만나는 해바라기 밭이다.
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는
이승에서 못다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6주간 환생한 것이 아니라,
타쿠미를 사랑한 미오의 운명적 선택을
영화가 끝나기 마지막 20분의 반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감독은 타쿠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스무살의 미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스물 여덟에 뻔히 죽게 될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는
미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또한, 아들 유지가 타임캡슐로 남긴 미오의 일기(다이어리)를 발견하면서
비의 계절에 6주간 돌아온 미오는 자신이 죽은 걸 알게 된다.
미오는 남편의 회사 여자 동료에게 남편을 부탁한다고 말하고
아들 유지에게 설겆이와 빨래하는 법과
계란 후라이 만드는 법을 가르치면서 떠날 준비를 한다.
고등학교 갈 때까지 12년간 케익을 배달시키는 장면은
영화 후반부 12년 후의 유지 생일에 배달된 케익과 맞물려
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이영화는 멜로 영화가 줄 수 있는 판타지와
반전의 맛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영화 결말부에서 마주 선 두 남녀가 서 있는 해바라기 밭은
이 세상 어딘가에 아니, 지금 당신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수 많은 해바라기 사랑(짝사랑)을 찾고
그것이 자신의 운명이라면 미오처럼 '다시 태어나도 당신 뿐'이라고
당당히 선택할 것을 감독은 권하고 싶었을까.
그렇게 영화를 이해한다면
그런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금, 만나러 가라'고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타쿠미.. 유지..
혹시 이대로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다른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 다른 인생을 살았을꺼야.
28세에 죽게 되는 미래가 없었을지도 몰라.
그래도 나는 싫어.
당신과의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당신을 만나서, 당신의 아내가 되어
유지라는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고 싶어.
유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고 싶어.
무슨일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주고 싶어.
'여보세요 아이오군?'
'내가 지금 만나러 가도 될까?'
'설령 짧은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사랑하는 당신들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미래를 맞이하고 싶어.'
'아이오군, 타쿠미, 유지 기다려 주세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미오의 명대사 中 - (퍼옴)
*독도 망언으로 일본에 대한 감정이 격해있지만
배울 부분이 있어 감히 올립니다.<*>
첫댓글 수채화 같은 영화겠군요...
요새 볼 영화가 없던데 이거라도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