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한국에서 남동생 부부가 방문왔을때, 함께 베를린을 가 봤다.
너희 나라엔 냉장고도 냉동고도 없니?
수냐/ 이선자
쿵쾅콩.... 누가 내 방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
아침 6시 부터 근무 나갔다가 오후 2시에 돌아와 잠깐 눈 좀 붙이는데...
도데체 이 불청객은 누굴까? 하고 졸린 눈으로 문을 반 쯤만 여는데,
“누가 콜라를 냉동고에 넣었지? 그 사람 빨리 나와?“ 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은
바로 내 방 건너편에 사는 ‘헬가‘와 그 옆방의 ‘살롯테‘란 두분 다 60대의 할머니다.
얼굴들이 붉으락 푸르락 하는 것을 보니 두 분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나는 아닌데요, 그런데 무슨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아니, 누가 정신 나간 사람인지? 냉동고에다 콜라병을 넣었는데, 유리병이 박살이
났으니, 그사람 지금 나와서 냉동고 청소하라고!!“
나는 아니라 하니까, 이번에는 내 옆방 친구인 숙이의 방을 또 세차게 두드린다.
“예! 내가 했어요, 그런데 왜, 그러셔요?“ 하고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친구 한테,
“너희 나라엔 냉장고도 냉동고도 없니? 어떻게 유리병의 음료수를 냉동고에 넣어
터지게 하느냐 말이야. 지금 당장 따라 와서 냉동고 청소 해!“ 라고
1970년 9월 말, 파독간호사로 ‘서 베를린‘ 도착, 20여 명의 동료들과 국립정신병원에
배치 되었다.
괴테학원에서 3개월 간의 독일어 교육이 끝난 후, 병원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처음 일년 간은 병원에 속해 있는 독신자 기숙사에 살았는데, 층층 마다 반 은 독일
간호사, 반 은 한국간호사로 나누어져, 주방과 목욕탕, 화장실은 모두 공동으로 사용하였다.
주방은 하나 뿐이라서 어쩔 수 없이 8명이 같이 썼지만, 화장실과 목욕탕은 두개였다.
단지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는 솥에다 밥을 해 먹어야하고 배추 대신 양배추 김치라도
담가서 냉장고에 두면, 김치의 익은 냄새가 상했다고 물어 보지도 않고 청소부가 저들
마음대로 버리기도 했다.
그 다음해, 초 여름 어느 무덥던 날, 내 옆방의 친구 숙이가 코카콜라를 사다가,
어서 빨리 차게 마시고 싶어서 콜라병을 잠깐만 냉동고에 두었는데, 그만 깜박 하고
잠이 든 새에 이런 '사단'이 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정을 모르는 두 할머니 간호사(독신녀들)는 그 당시 호랑이 같은 분들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복도에서라도 마추칠까 봐 늘 긴장하며 살았고 부엌을 쓰고 난 후엔 또
얼마나 열심히 딲았는지 모른다.
60-70년대의 가난했던 대한민국이라고, 냉장고와 냉동고의 사용법을 몰라서,
그래서 유리병을 냉동고에 넣었냐? 고
다그치는 노처녀 할머니들이 그 당시엔 정말 무서웠다.
이제 45년이 지난 요즘, 아직도 그때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은 ,
내가 그의 매일이다 싶이 가는 수퍼 바로 옆에 각종 전자,전기제품을 파는
큰 상회가 있는데, 그 앞을 지날 때 마다 삼성, 금성의 대형 냉장고를 보면....
'너희 나라에도 냉장고 있느냐?' 고 묻던 그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그래서 가만히 속으로 대답해 본다.
“보셔요! 우리나라 냉장고 세계 최고입니다!“ 하고...
요 며칠 사이에 체리꽃도 만개하고
겹 벚꽃도 더 활짝 피었네요.
첫댓글 그 옛날 사건을 지금도 기억하다니~~!
우리들에겐 아픈상처들이지, 그리고 세월이흘러 우리나라도 많이변했지, 친구들이 다른병원으로 옮겨간 사연도 난 아직 잊지못하지 !!!
올 해도 정원에 많은나무들이 여쁜 꽃들이 풍성하게 피었네 체리 생각하니 군침이도네,
건강하게 잘 있어요^^.
친구야! 고맙구나.
오늘도 잊지않고 찾아주고 공감해 주는 친구가 있기에,
글 쓰는자로서 보람과 용기가 있음을 고백한다.
항상 건강하고 좋은봄날들 기쁨으로 보내길 기원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