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나도 달리기의 열정이 충만하던 몇년 전 겨울. 헬스클럽에 같이 등록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문화센터(예전 동사무소)’의 가격할인 폭풍이 몰아치기 전이라, ‘3개월×2명’의 비용은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헬스클럽 러닝머신과 그렇게 인연을 맺었지만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사람마다 차이
가 있겠지만 내 경우는 러닝머신에서 뛰는 게 무척 지루했다. 도로에서 10km를 뛰는 것은 금방인데,
러닝머신에서 1시간을 뛰려면 몸을 비비 꼬아야만 했다. 당시 12km로 설정해놓고 매일 하프를 뛰던
달림이를 존경스럽게 쳐다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겨울 한 철을 보내고 러닝머신과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 계기는 2007년 봄이었다. 그해 6월에
열린 화천대회에 단체전을 신청했는데 어떻게 해서 내가 여자선수로 선발됐다. 당시 여자가 2명 포함
돼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단체전 성적을 나 때문에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이 컸다.
어떻게든 스피드를 올려야 했다. 러닝머신을 활용해 스피드 훈련을 해보자는 욕심이 앞섰다.
대회를 앞둔 어느 날, 운동을 하는데 발바닥이 뜨끔한 느낌이 왔다. 발바닥 부상을 당한 것이다
(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부상은 한 순간에 온다). 달리는 의사회 회장이 운영하던 병원에도 가보고
유명하다는 백병원 족부정형외과에서 사진을 수없이 찍어봐도 뚜렷한 결과가 안 나왔다. 당시 담당
의사는 “당신 발의 모양새가 달리기에 맞지 않으니 달리기를 하지 말고 (20만원 하는) 맞춤쿠션을
넣은 신발을 신으라”고 충고했다. 왠지 장애인이 되는 것 같아서 쿠션을 맞추지는 않았지만 발바닥
재활(?)은 1년도 넘는 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잠깐. 러닝머신에서 부상을 입기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알려진 것처럼 걷거나 달릴 때
무릎이 받는 충격은 바닥면의 쿠션과 관계가 있다. 딱딱한 콘크리트보다 흙이나 잔디밭에서 뛰는 것
이 충격이 덜하다. 그래서 달리기에 좋은 바닥은 잔디밭>흙>아스팔트>시멘트 바닥 순이다.
그렇다면 딱딱한 콘크리트보다 고무판으로 된 러닝머신이 낫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러닝머신이 관절
에 좋지 않은 이유가 바로 ‘미세 진동’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세한 진동을 지속적으로 받을 때의
충격은 일시적으로 큰 진동을 받는 것 못지않게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닝머신
에서 뛰어보면 바닥면이 계속 진동하면서 발을 옮길 때마다 위아래로 조금씩 울린다. 이런 미세진동
에 따른 충격은 얇은 고무판이 흡수하는 충격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최근 또 다시 러닝머신과 친해지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난해 중앙에서 3:37로 마감하고 보니 3:30
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바로 맞은편에 헬스클럽이 있어서 실내운동을 하기에는
좋은 여건이다.
다만 이번에는 3년 전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러닝머신에 올라선 후 1km
는 무조건 9km로 설정하고 있다. 1시간 운동한 후에는 마무리 조깅으로 몸을 풀어준다. 또한 돈은 아
깝지만 일주일에 2번 이상은 러닝머신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절대로 게을러서가
아님^^;).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발바닥에 늘 문제가 생기곤 하는 나로서는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운동 전문가들은 “러닝머신은 야외 운동의 훌륭한 대안이지만 어디까지나 대안일 뿐”이라고 말한다.
러닝머신에서만 뛰지 말고 춥더라도 밖으로 나가라는 지적이다. 영하 7도인 오늘은 화요일, 그래서
나는 한강으로 나간다.
**화요일 한강에서 개별연습하기로 했습니다만 무척 춥네요..^^; 추워도 모두들 즐달하세요^^
첫댓글 선배님! 방금 전에 저도 호수공원 두바퀴 돌고왔는데 땀이 식어 머리카락이 얼었더라구요. 강 바람이 찰 텐데 보온에 신경 써서 달리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트레드밀에서 지루한 시간이 주로에서는 잠간인데, 전에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겁없이 나갔는데 엥~ 시작이 참 힘듭니다.
헬쓰클럽하면 생각이 나네요..3개월 돈내고 일주일정도 운동했던기억.....이영란 선배님 꼭 약속 지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