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때 시골 할머니 댁에서 살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예뻐해서 엄마 아빠께 못갔죠
초등학교 3학년때 도시에있는 우리집으로 왔어요
그런데 시골에서 살았던 5 년간이 내겐
가장 아름다운 추억과 인생의 풍요로운 밑거름이
되었던 시기였던것 같아요
정월 대보름의 추억도 그때의 기억이 가장 소중하게 남았죠
우리 사는데는 섣달 그믐이 아니라 대보름 전날 에
눈섭이 하얗게 센다고 잠을 안자 는데
졸린 눈을 부비고 앉아 있으면
부엌에서는 오곡밥에 나물 하느라 바쁘고
마당에는 지금 생각하면 달집이 아닌가 싶은데
아주커다란 짚 다발을 태웠어요
그불이 하늘로 솟으면 무섭기도 하고 경이롭고 했어요
동트기 전부터 조상께 제사 지내고 나면 동네아이들
복조리들고 아홉집 밥을 얻으러 다녔죠
그래야 건강 하다고요
귀밝이 눈밝이 술 얻어 마시고 부럼 깨고 더위팔고
그렇게 해서 일년 건강은 보름날 다 챙겨 놓았지요
정월 놀이는 한달내 하지만 설날 보다는
보름날이 더 즐거웠던것 같아요
설날이야 어른께 세배드리고 인사 다니느라 바쁘지만
보름에는 집집마다 꽹가리치며 지신 밟기 하러 다니고
설날에 입었던 때때옷 꺼내입고 널뛰고 윷놀이 하고
밤에는 쥐불놓고 보름달 둥실뜨는 동산에가서
달맞이 하며 깡통에 불담아 돌리다가
남의집 짚더미 쌓아놓은것 태우기도 하고 했었는데
저녁내 쥐불놀이 하다가 온통 검댕이가 되어 들어가서
어른들 걱정도 들었지요
마른 소똥에 불 달궈서 꼬챙이에 끼워들고
이곳 저곳 옮겨 다니면서 불놓고 다녔어요
불을 끌때는 청솔가지 꺾어다 두들겨서 끄구요
그때는 대개가 집성촌이기 때문에 모두가 고모
아저씨뻘 들이어서 작은 꼬마라도 잘 데리고 놀아 줬지요
그렇게 쥐불을 놓아야 벌레들이 죽어서 농사가 잘돠었다는데
지금은 풀이많고 나무가 무성해서 화재 위험 때문에
쥐불 놓기도 어려울거예요
벌레가 많으니 농약만 자꾸 치게 되고
이제는 가물가물한 옛 기억입니다
지금은 시골가도 이런 놀이 잘 안할것 같아요
아이들도 많지않고 모두 바쁠테고
세월가면서 이런 풍속도 점차 사라지는것 같죠?
카페 게시글
모놀가족 이야기
이런것 아는지 모르겠네
꽃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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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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