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노래, 노래가 있는 시 ⑨ / 잊혀져가는 혁명革命의 추억, 백기완 시, 김종률 곡 <임을 위한 행진곡>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곡으로 지정하도록 국가보훈처에 지시했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5.18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제창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2009년부터 제창곡에서 제외돼 5.18 단체들이 반발해 왔습니다. 2011년에 취임한 박승춘 보훈처장이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논란은 더 커졌는데, 문 대통령은 5.11일 박 처장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이 더는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스>
1981년 탄생한 이 노래는 당초 광주항쟁시 도청을 지키고자 끝까지 최후를 같이한 윤상원 열사와 전남대 국사학과 휴학생으로 야학중에 5.18 사태를 만나 투쟁에 참여하고 이후 야학과 노동운동에 헌신해오다 병으로 숨진 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소설가 황석영 씨가 백기완 씨의 '묏비나리'라는 노동시를 개작하고 1980년 MBC 대학 가요제에서 은상을 차지한 김종률 씨가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고 유신체제가 붕괴되면서 정치적 격변기를 틈타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는 12 12 사태를 계기로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당시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을 체포하고 김영삼을 가택 연금하는 등 민주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체포와 투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는 학생운동을 중심으로한 국민의 저항에 부딪치게 되는데, 1980년 5월 18일 오전 전남대 교문 앞에서 학교를 점령한 제7공수여단 33대대와 학생 200여명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이어 금남로에 집결한 뒤 "전두환 물러가라" "김대중 선생 석방하라"고 외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렇게 시작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군의 잔악한 진압과 학살에 분노한 광주시민들까지 합세한 가운데 고립 속에서 자위적 무장을 갖추고 이후 10일간의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는데 안타깝게도 진압 군의 대대적인 폭력진압으로 민주화운동은 많은 희생자와 상처를 남긴 채 미완의 혁명으로 끝나게 된다.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은 신군부와 관변 언론 등에 의해 '북한 배후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광주소요사태’, ‘광주 사태’ '폭동' 등으로 규정되었다가 제6공화국 출범 이후인 1988년 4월 1일 민주화추진위원회에서 ‘광주민주화 운동’으로 명명되었으며,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을 재조사하면서 전 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수감하고 1997년 4월 17일 12·12 사건은 군사반란이며 5·18사 건은 내란 및 내란목적의 살인행위였다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만큼의 자유와 민주도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킨 4.19혁명에서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한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의 용기와 희생을 필요로 했던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정의를 부정하고 진실을 숨기려는 음모가 있는 한 숭고한 피의 역사는 계속되리라.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두 전직 대통령, 동병상련에서 일까 다정하게 손을 잡은 모습이 애처롭다.
시와 노래는 시대상을 담는 거울이다. 거기에는 당대의 역사적 사건과 함께 시대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동학혁명 때 나온 '녹두꽃'이 그렇고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그렇고 학창시절 시위현장에서 따라 불렀던 "아침 이슬"이 그렇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금서라는 이름으로 금지곡이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난을 겪기도 했다. 노래도 숨길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이거늘...
지나온 시절, 매운 체류가스가 진동하는 거리에서 거기에도 시가 있었고 노래가 있었고 춤이 있었다. 들러리였던 우리는 결혼과 동시에 보수 우익이 되어 어설픈 민주와 자유에 신속하게 길들어갔다. 더러는 금뺏지로 보상받기도 하고, 더러는 대책 없는 장년으로, 그 중에 몇몇은 불구의 몸이 되어 힘겨운 삶을 살아 가고 있다.
이념과 혁명의 그늘 역시 저리도 허망한 것이거늘 자유自由여! 그대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청춘들이 미처 피워보지도 못한 꽃송이가 되어 세상을 등져야 했던가!. 민주民主여! 당신이 대관절 무엇이관대 아까운 목숨과 인생을 저버릴만큼 치명적이더란 말이냐! 고작, 더불어 잘사는 세상 한 번 만들어 보자는 것을. 이땅에 진정한 자유와 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해 몸 바치신 무명열사를 기리며 묵은 시수첩에 고이 꽂혀있는 시 한 편 올린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숨져간 고귀한 영령들이여 고이 잠드소서! 감꽃이 진다 / 차승열
화사한 봄꽃들이 어지러이 피고 진 자리 철쭉꽃 핏빛 기억마저도 짙푸른 녹음에 어려 흐릿한 오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