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주부 유정남(59)씨는 최근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달 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의 수상 소감을 보고 나서다. 유씨는 “학교 다닐 때 영어를 배우고 난 이후에는 크게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살았는데 윤여정씨 보니 영어를 배워두면 70대가 돼서도 한 번은 써먹을 때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유료 애플리케이션(APP·앱)을 구매해 하루 2시간씩 영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한글 문장을 영어로 바꿔보는 ‘말해보카’와, 가상으로 해외여행을 하면서 각종 상황에 맞닥뜨릴 때마다 써먹을 수 있는 문장을 배우는 ‘잉글리시핀’을 쓴다. 두 가지 앱을 사용하는 데 월 2만원 정도를 낸다. 유씨는 “얼마 전에는 홍콩 시장에서 영어로 물건 사는 가상 상황에 놓였는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며 “이제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가이드 뒤에 따라다니기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현지인들과 소통해 볼 생각으로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실버 세대에게 ‘영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실버 세대는 지금 젊은 세대처럼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다양하지 않아 배움의 기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 영어가 대학 진학부터 취업, 진급에 이르기까지 각종 잣대로 쓰이는 때도 아니었다.
이런 실버 세대에게 윤여정은 묻어뒀던 영어의 꿈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70대인 윤여정은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에서 외국인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각종 영미권 시상식에서 통역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당당하게 한다. 완벽하지 않은 발음에도 주눅이 들지 않고 오히려 ‘제 영어 실력이 별로인가요?(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 소감 중)’라고 재치 있게 묻는 여유까지 있다.
시인이자 시낭송가로 유명한 장기숙(72) 작가는 “많은 시니어들이 윤여정씨 모습에 도전받았을 것”이라며 “나부터도 시니어들과 함께하는 영어 연극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원어민 그룹 과외를 진행하는 ‘호프웰 잉글리시’에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영어를 공부하는 수강생들이 늘었다. 영어를 배우고 싶어도 젊은 사람들만 많이 하는 것 같아 망설였는데, 윤여정처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 영어를 하는 모습에 ‘나도 해도 된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것. 복지관이나 평생교육원 등에 시니어 수업을 컨설팅해주는 TMLA교육복지진흥원 최경희(60) 대표는 “최근 시니어 영어 수업과 관련한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영어를 배워서 단체 관광 말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거나,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손주들 질문에 대답해주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등 교양·학술서를 많이 펴낸 사회평론 출판사도 실버 세대를 위한 큰 글씨 책(영어는 대체 왜? 그런가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 출판사에서 큰 글씨 책을 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평론 차윤석 단행본 본부장은 “윤여정 배우가 여러 언론 인터뷰와 시상식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영어 원리 등을 다룬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60~70대가 늘었다”며 “일반 책의 글씨는 작다고 해서, 좀 더 크게 볼 수 있는 큰 글씨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했다.
김종남 교수는 “무엇보다 내가 늙었다고, 나이 먹었다고 안 될 거라는 마음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배우는 데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꽃피고 활력 넘치는 시기라고 생각하면, 그에 맞는 정신력과 에너지도 따라옵니다. 윤여정처럼요!”
첫댓글 진짜 좋은 영향력이다ㅜㅜ
되게 좋은 맘으로 기사읽었어 가져와줘서 고마워 여시야!
헐 윤배우님..너무 좋다 이런 영향력 ㅠ맞아 배움에는 나이가 없지 응원응원!!!!
와 진짜 좋은 영향력!!!!ㅠㅠㅠㅠ맞아 이런게 하나씩 생겨야 삶에 활력이 더 넘친다고!
이래서 좋은 영향력이 티비에 많이 보여져야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