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욱산 대흥사에서 30여분 달리면 신라 42대왕 흥덕왕릉이 나온다.
먼저 흥덕왕릉 입구에 들어서면 희얀한 느낌을 받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험난한 역사를 말해 주듯 하나같이 굽어 있었다.
옛 말에 "굽은 나무 선산 지킨다"고 비뚤지게 자란 굽은 나무가 오늘의 흥덕왕릉을 잘 보존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왕릉 전방 좌우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을 각각 배치하고 주변에는 각종 석각들이 많이 서있어 한때 당당했던 신라의 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곳 흥덕왕릉을 찾게 된 동기는
첫째가 신라역대 왕릉 중에서 규모가 크고 형식이 완전히 갖추어진 대표적인 왕릉이며,
두번째가 흥덕왕이 임금재위 그해에 왕비가 죽었는데 그는 재임기간 11년동안 왕비만 생각하다고 왕비가 묻인 이곳에 합장 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나온김에 흥덕왕의 애정 이야기를 좀더 해보자
흥덕왕의 왕비인 장화부인은 신라 39대 소성왕의 딸인데 키도 그리 크지 않고, 얼굴도 젤세미인도 아니다.
하지만 흥덕왕은 이런 왕비를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 했는 것은 장화부인은 덕망이 가득하고 어진 왕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두고 옛 선비들은 "3일이 즐거울려면 미인을 고르고, 평생이 즐거울려면 덕있는 여자를 골라라" 했는지도 모른다.ㅎㅎ
흥덕왕이 임금이 된 그해(826년 12월) 왕비인 장화부인이 죽었는데,
그것을 본 신하들이 글을 올려 다시 배필를 맞을 것을 청 하였으나 "외짝 새도 제 짝을 잃은 슬픔을 가지거늘,
하물며 어진 배필을 잃었는데 어떻게 무정하게도 금방 장가를 든다는 말인가?" 하고는 끝내 따르지 않았다.
또한 시녀들 까지 가까이 하지 않았으며 좌우의 심부름꾼은 오직 환관뿐이라고 하니 흥덕왕의 부부사랑은 아주 남다르다.
재임기간 내내 왕비인 장화부인을 잊어 본적이 없으며, 죽기전 왕이 장화부인과 합장하기를 유언하여 흥덕왕릉에 합장 하였다 한다.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부분이 너무 많은 곳이다.
특히 신라 왕릉들은 같은 삼국시대의 고구려, 백제의 왕릉이 거의 확인되지 못하였거나 현존 하지 않음에 비하여 신라는 56왕 중
37왕의 능묘가 확인 되었거나 추정 되었고, 19왕의 능만 확인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39왕의 능묘 중 신라마지막 왕인 제56대 경순왕의 능만이 경기도 연천군에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경주에 있다.
더 재미 있는 이야기는 서기 935년 신라가 포석정에서 멸망 하면서 경순왕은 백기를 들고 고려태조 왕건에게 손바닥 땅짚고 손등에 이마 올려 항복한다.
태조왕건은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 큰 상을 내리는데 자기의 맏딸 낙랑공주를 경순왕에게 시집보내게 되는데 여기서 고려 태조왕건과
경순왕의 관계는 장인어른과 사위 관계로 요상하게 역어진다.
그 당시에는 왕가내는 근친혼을 했는데 좀더 쉽게 이야기하면 오빠와 동생간에 결혼 및 삼촌과 조카와 결혼등
근친혼을 하면서 호족정책을 펼쳤다.
이런 시대에 왕씨가문에서 김씨가문으로 시집을 보낸다는 것은 대단한 개혁이며 이변이라 할 수 있겠다.
신라 마지막왕 경순왕의 부인 낙랑공주는 태조 왕건의 29명의 부인중 3번째부인의 맏딸인데 왕건의 자녀는 25남 9녀이다.
정치를 할려면 이런 대단한 정력이 있어야 되는 것 같다.ㅎㅎㅎ
이야기를 하다보니 주객이 전도 된 느낌이다. 흥덕왕릉을 이야기 하다가 왕건 집안이야기 까지 흘러 가버렸으니ㅎㅎ,
이쯤에서 1박2일 간의 테마여행 답사기를 정리하며 동문여러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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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세월 등굽은 소나무가 왕릉을 지켜내고, 초록의 잔디는 사람의 왕래가 적었음을 말해 주네요. 헌덕왕의 아우이며, 당나라에서 신라로 처음 차나무를 들여와 심어 지리산에 많은 차가 생산 되지요. 그래서 하동녹차를 *왕의 차* 라고 한데요. 흥덕왕의 야사를 듣노라면, 고려 공민왕과 원나라 노국공주의 야사가 생각나네요. 1박 2일간의 짧은 여정 뜻 깊고 알찬 여행이었네요. 역사 테마여행, 문화유산 답사기 오라버니 덕분에 저도 눈으로 잘 다녀갑니다. 수고 하셨어요.
ㅎㅎ 마저마저 흥덕왕릉은 의도적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쉽지 않은 코스지요. 역시 눈쌀미가 있어요. ㅎㅎㅎ 그리고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사랑 이야기ㅎㅎㅎ 이선생 이야기 들으니 생각나네...
초목은 푸르고 폼은 죽이고 ~ㅎㅎ
ㅎㅎ선배님 고맙습니다. 별일 없으시죠?
천년의 과거를 여행하는 기분이군, 조 위에 버티고 서 있는 사람은 신라시대의 인물이 환생한 것 같습니다 그려.
ㅎㅎㅎㅎ 고마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