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정진
섣달이다. 동안거(冬安居)의 반살림을 끝내고 나머지 반살림을 시작할 때는 어느 선방에서나 용맹정진을 한다. 용맹정진이란 수면을 거부하고 장좌불와(長坐不臥)함을 말한다. 주야로 일주일 동안 정진한다.
저녁 9시가 되자 습관성 수마(睡魔)가 몰려왔다. 첫날 첫 고비다. 경책스님의 장군죽비 소리가 간단없이 들리지만, 자꾸만 눈꺼풀이 맞닿으면서 고개가 숙여진다. 장군죽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눈을 떴다가 감았다가 하기를 삼십 분 가량 하면 수마가 물러간다. 밖에 나가 찬물로 세수하니 심기일전(心機一轉)이다.
자정이 되면 차담이 나오고 잠깐 휴식이다. 보행으로 하체를 달랜 후 다시 앉는다. 밤은 길기도 하다. 그러나 틀림없이 아침은 왔다. 하루가 지나자 몸이 약한 스님 두 분이 탈락했다. 이틀이 지나자 세 분이 탈락했다. 사흘이 왔다. 용맹정진의 마지막 고비다. 저녁이 되니 뼈마디가 저려오고 신경이 없는 머리카락과 발톱까지도 고통스럽단다. 수마는 전신의 땀구멍으로 쳐들어온다. 화두는 여우처럼 놀리면서 달아나려 한다. 입맛은 소태 같고 속은 쓰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한다. 정신이 몽롱해진다. 큰 대(大)자로 누우면 이 고통에서 해방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
고행의 극한상황(極限狀況)들을 연상해 본다.
‘설산(雪山)에서 육(六)년 간’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얼마가 지나면 또 눈이 감겨지고 허리가 굽어진다.
‘골고다의 십자가(十字架)’
눈이 떠지고 허리가 펴진다. 그러나 얼마가 지나면 다시 눈이 감기고 허리가 굽어진다.
그러다가 비몽사몽간에 뒷방에서 잠자는 스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이 번쩍 뜨인다. 수마도 고통도 물러갔다. 화두가 앞장서며 빨리 가잔다. 길은 멀고 험하지만 쉬지 않고 가면 된다면서.
부처님은 가르치고 있다.
“분명히 열반(涅槃)은 있고 또 열반에 가는 길도 있고 또 그것을 교설(敎說)하는 나도 있건만, 사람들 가운데는 바로 열반에 이르는 이도 있고 못 이르는 이도 있다. 그것은 나로서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나[如來]는 다만 길을 가리킬 뿐이다.”
불교의 인간적임을, 그리고 인간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을 교시하는 극치다. 중생이 고뇌에서 해방되는 것은 엉뚱한 기연(機緣) 때문이다. 잡다하고 평범해서 무심히 대하던 제현상 가운데서 어느 하나가 기연이 되어 한 인간을 해탈시켜 준다. 불타(佛陀)는 효성(曉星:새벽별)에 기연하여 대각(大覺)에 이르렀고 원효대사(元曉大師)는 촉루(髑髏:해골)에, 서산대사(西山大師)는 계명(鷄鳴:닭울음소리)에 기연하여 견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을 해탈시키는 그 기연이 기적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뇌할 때 비로소 기연을 체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다.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틀림없는 평안이다. 왜냐하면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 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죽음을 이긴 사람에게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죽음은 결코 두 번 오지 않는다.
나는 뒷방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로 인해 수마를 쫓을 수가 있었다. 평소에는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 나도 잠이 왔었는데,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다섯 스님이 또 탈락했다. 사흘을 넘긴 스님들은 끝까지 잘 버티고 견디었다.
납월(臘月: 음력 섣달) 8일은 부처님 성도일이다. 우리도 새벽에 용맹정진을 마쳤다.
아침공양은 찰밥이다. 전 대중이 배불리 먹고 산행길에 나섰다. 몸을 풀기 위해서다. 중대(中臺)에 올라 보궁(寶宮)에 참배하고 북대(北臺)를 거쳐 돌아왔다. 눈길이라 힘이 들었지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지허스님 - 『선방일기』중에서
첫댓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부처님 감사합니다
성취하시여 이루어지이다
관세음보살{{{{{☆}}}}}
허리를 좍 펴고 나무아미타불!...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극악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 번 오지 않는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번 오지 않기 때문에 틀림없는 평안이다. 감사합니다. 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_()_
나무아미타불_()_
여래는 다만 길을 가리킬뿐이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메일 편히 자는 하근기가 부끄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