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여러분께
지난 15년간 우리는 서로의 삶의 일부분이었어요. 중국을 대표하는 테니스 선수로서, 저는 수백 번의 WTA 투어대회, 페드컵, 국내대회, 올림픽 등에 참여해왔습니다. 그 때마다 제 곁에 머물며 지지해주고, 응원해주고, 제 잠재능력이 다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중국을 대표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혜택이자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중국과 아시아 전체에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저는 평생도록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생의 다른 것들도 다 그렇듯 스포츠에서도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어야만 합니다.
2014년도는 제 경력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환상적인 스포트라이트로 가득했습니다. 호주오픈에서는 제 생에 두 번째로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우승 타이틀을 얻어 제 조국, 제 팀, 제 남편, 그리고 제 팬들과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호주에서는 즐거움, 행복, 엄청난 성취감이 한 데 뒤섞였습니다. 제 라켓을 내려놔야겠다는 이 결정은 호주에서 7차례 연속으로 게임을 이기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제 만성 부상이 예전의 제 진짜 모습을 허락하지 않을 터였고, 은퇴결정에 이르기까지 수 개월간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를 떠나는 것은 저와 제 가족 모두를 위해 옳은 결정이라고 믿습니다.
테니스 치시는 분이라면 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는 오른 쪽 무릎 때문에 계속 고생했습니다. 코트에 올 때 무릎에 착용하는 검정색 보호대는 제 테니스 인생의 ‘모반’일 정도입니다. 검정색 보호대가 제 테니스 룩을 완성시켰다면, 그 동안 제 무릎 부상은 테니스 생을 갉아먹었습니다.
네 번의 무릎 수술과 매주 투여한 수 백 번의 주사로 고통을 완화시키고 붓기를 뺐지만, 제 몸은 이 시련을 그만 없애달라고 애원했어요. 처음 세 번 받은 무릎 수술은 오른 쪽이었고, 가장 최근인 이번 7월에 한 수술은 왼쪽 무릎이었어요. 수술 이후 몇 주 동안은 코트로 빨리 돌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모든 훈련을 거쳤습니다. 이전 수술 이후에는 곧 회복이 됐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제 목표는 최대한 빨리 회복해서 WTA 투어대회 최초로 제 고향인 우한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100%의 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 애를 쓰면 애를 쓸수록 32세가 된 제 몸은 다시는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말했습니다. 스포츠란 너무도 경쟁적이고 강력해서 본인의 100%가 아니면 절대로 안 되는 그런 곳입니다.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얻고 세계 랭킹 2위를 달성한 올해가, 제가 생각하기에 이 경쟁적인 스포츠 세계를 떠나기에 좋은 해입니다. 이 결정에 도달하기 까지 너무도 힘들었던 만큼 결정 이후의 저는 매우 평온합니다. 아무런 후회도 없어요. 저는 애초에 여기에 오기도 힘든 사람이었답니다. 기억하시나요? 처음부터 제 재능과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생각들(가끔씩은 제 스스로의 생각들까지)이 틀렸다는 것을 결국엔 증명해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몇 년 전만해도 유아단계에 있던 스포츠에서 저는 세계적인 선수로 성공했습니다. 제가 이룬 것은 제가 꿈꿔왔던 가장 원대한 꿈들, 그 이상입니다. 제가 조국을 위해 것들이 정말 뿌듯합니다.
2008년도에는 중국에 두 개의 프로 테니스 대회가 있었습니다. 오늘 날에는 10개로 늘어났고 그 중 하나가 제 고향에서 열리는 우한 대회입니다. 너무도 놀라운 결과입니다! 세레나 윌리엄스, 마리아 샤라포바, 비너스 윌리엄스 이들의 그랜드슬램대회 타이틀이 모두 서른 개입니다. 이 선수들이 제 고향에 와서 중국의 팬들 앞에서 경기를 펼친다니요! 제가 그랜드 슬램 챔피언이 되는 상상을 해보지 못 했었 듯 이런 훌륭한 선수들이 제 고향 우한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또한 상상도 못 한 일입니다.
중국의 테니스 발전에 제가 기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 너무도 특별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고 싶진 않습니다. 제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함께 저는 어떻게 저희가 중국의 테니스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열심히 고민 중입니다. 그 중 하나는 미래의 중국 테니스 스타들에게 학위를 제공하는 리나 테니스 아카데미를 여는 것입니다. 또한 저는 어려운 가정의 친구들이 스포츠를 통해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도와주는 ‘라이트 투 플레이(Right to play)’에서 계속 활동할 것입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 공헌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저변도 확대하겠습니다. 한 때 꿈이었던 것이, 오늘 날의 중국에서는 현실입니다.
개인적으로 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족을 가지고 싶고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사치로 여겨졌던 지인들과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들과 돈독함을 다지고 싶습니다. 제가 테니스를 쳤던 환상적인 장소들을 다시 방문해 세상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일을 할 수 있음에 설렙니다. 새롭고, 여유롭고, 편안한 속도로 삶을 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테니스는 개인 종목이기에 테니스 선수들은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며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선수도 혼자서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수 없으며 저는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 여정을 함께해주시고 제 성공에 기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기에 지면이 부족한 것이 야속합니다. 하지만 저와 산전수전을 함께 겪으며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려 합니다.
어머니 – 끊임없는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환희와 눈물의 시간동안 어머니는 항상 제 곁에 있어주셨습니다.
아버지 – 아버지가 너무 빨리 제 곁을 떠나신 그 때부터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저의 햇빛이 되어주셨고 아버지 덕분에 제가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지앙 샨(Jiang Shan) – 20년 동안 내 곁을 지켜주었던 당신. 당신은 내 모든 것이고 당신과 내 삶을 공유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내 첫 번째 코치님들인 시아 시야오 선생님(Ms. Xia Xiyao)과 유 리치아오 선생님(Ms. Yu Liqiao) – 저를 테니스의 길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썬 선생님(Madame Sun)과 중국 테니스 협회 분들 – 중국 테니스의 개척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 대춘 선생님(Mr. Hu Dechun)과 후베이 스포츠 집무실 분들 – 저를 이해해주시고 다년간 저를 지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TA 관계자분들 – 여성 테니스에 대한 열정과 전 세계 여성 테니스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찬 홍창(Mr. Chan Hongchang) 선생님 – 2008년, 제가 처음으로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기로 결정했을 때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마음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토마스 호그스테트(Thomas Hogstedt) – 저에게 프로 테니스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셸 모르텐슨(Michael Mortenson) – 제가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카를로스 로드리게즈(Carlos Rodriguez) –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 한계 너머로 저를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렉스 스토버(Alex Stober) – 상항 저를 아껴 주시고 제가 무너져 내릴 때마다 저를 잡아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에릭 렘베크(Erich Rembeck)와 요하네스 와이버(Johannes Wieber) – 매번 제가 통증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레드 장(Fred Zhang)과 나이키 팀 여러분 – 여러분은 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최고의 응원단 그리고 등대가 되어 주셨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맥스 아인스버드(Max Eisenbud) 와 IMG팀 모든 분들 – 세계 최고의 매니지먼트 회사가 되어주시고 매일 저를 신경 써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이웃들, 친구들, 제 경력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 – 항상 제 곁에 있어주시고 언제나 저를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료 테니스 선수들 – 제 여정의 한 부분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를 너무나도 존경합니다.
전 세계 팬 여러분 – 테니스라는 스포츠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와 모든 경기를 저와 함께 뛰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테니스를 좋아하는 모든 중국인 여러분 – 밴드웨건 효과에 동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분 한 분께 저를 최고로 만들어주시고 조건 없이 저를 환영하고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께서 힘을 모은다면 중국 테니스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의 저는 그저 방과 후 취미를 즐기는 이웃집 꼬마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마법 같은 여정이 제 앞에 펼쳐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의 성공에 의해서 제가 사랑하는 중국에서 테니스가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 지 어떻게 알았을까요. 제 여정이 쉬운 길을 아니었지만 분명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변화의 과정을 제 눈으로 봐왔습니다. 어린 소녀들이 테니스 라켓을 손에 쥐고, 목표를 세우고, 신념을 따르고 자신을 믿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중국 전역의 여성들에게 스스로를 믿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테니스 선수, 의사, 변호사, 선생님, 사업가, 그 무엇이 되고 싶던 간에 여러분 자신을 믿고 꿈을 따르기를 촉구합니다. 제가 할 수 있었다면 여러분들도 할 수 있습니다! 새가 되어 자신을 세상에 보여주세요. 여러분의 노력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리나 올림.
테니스데일리
[출처] 리나의 편지 (테니스홀릭 (Tennis Holic)) |작성자 봄내파워
첫댓글 리나 떠나는 순간까지 감동을 주고 가는군요.
그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너무 멋지고 아름다운 글이네요...
너무 길어서 나중에 읽어야 겠다.....
리나의 편지도 감동이지만 리나의 서비스축이 부럽구만...ㅎㅎ
눈물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