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던 설악문화제
조선시대 문인들의 꿈이라면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보는 것이다.
금강산의 명성은 임금까지 나서서 화공보고 그림을 그려오라고 할 정도로 최고 관심사다. 하긴 왕이 확인할 수 없으니 정선의 금강전도 그림은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김홍도의 1만2천봉 절경이 담긴 금강사군첩도 있을 정도로 금강산은 이상향이었다. 금강산을 읊은 문학 작품은 헤아릴 수 없다. 하긴 중국의 사신도 금강산을 보고 싶어했으니까, 지리학자 김정호도 금강산을 백두산과 더불어 화려하게 그려놓았다.
금강산예찬의 가장 큰 이유는 길이 좋았기 때문이다. 한양에서 포천, 철원을 거쳐 추가령구조곡을 따라 길이 만들어져서 큰 고개 없이 금강산까지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일제강점기 경원선과 금강산선이 놓이면서 금강산이 더 이상 소수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었고 더욱 대중화 되어 명성은 더 높아만 갔다.
만약 설악산이 가기 수월했다면 금강산만큼 입에 오르내렸을 것이다. 거기다 설악산은 험준해 문인들이 외면한 경우가 많다. 막상 남북화해로 잔뜩 기대를 하고 금강산을 찾았건만 ‘설악산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6.25 전쟁 후 분단이 되면서 금강산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산이 되었다. 관광버스가 등장했고, 군작전도로였던 미시령이 확장 개통되면서 12시간 길이 8시간으로 단축되었다.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이 설악산이며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속초인구도 증가해 1963년 속초시로 승격되는 경사를 맞게 된다. 그러니까 2023년은 속초시 60주년이다.
1970년대 설악산 아래 여관, 호텔, 콘도 등이 등장했고 대규모 숙박촌이 형성되면서 수학여행, 신혼여행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로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흔들바위와 비선대에서 사진을 찍고 설악산 기념 패넌트를 벽에 걸어야 폼이 났다. 여행이 일상화되지 않은 시절 설악산은 낭만과 설렘이었다.
설악문화제는 1966년 10월 1일 처음 열렸다. 금년에 58회로 내 나이와 같다.
속초의 대표적 향토문화축제로 1회 때는 등산대회, 사진공모전, 카니발 등 산악행사로 진행했으며 전국의 280여 명의 산악인들이 설악산에 몰려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에도 메인행사가 바로 산악인의 거리퍼레이드였다.
예나 지금이나 메인행사는 로데오 거리 퍼레이드다. 이제는 글로벌축제로 변신해 일본,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거리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태권도, 댄스, 농악, 시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흥겨운 거리 공연을 만들어냈으며 속초시민들은 길 위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설악문화제의 특징은 속초 전지역에서 축제가 진행된다는 것. 로데오거리에서 거리퍼레이드를 펼쳤고 설악산소공원에서 산신제를, 대포항에서 용왕제를, 제례당에서 조전제, 송신제까지 58년 동안 빼놓지 않았다. 산과 용왕 그리고 조상에 대한 감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주 공연장은 엑스포잔디광장. 속초지역문화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며 버스킹, 설악프린지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즐비하다. 드론라이트쇼 심지어 군부대의 협조를 얻어 군장비전시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전방지역 속초만의 특징이다.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은 속초음식축제. 아바이순대, 오징어순대, 닭강정 등 속초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환경보존을 위해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잔잔한 감동이다.
15층 높이의 속초엑스포 타워에 오르면 청초호일대와 설악산이 한눈에 조망이 된다.
다만 1회 대회처럼 산악인들이 많이 참여하고 설악산의 본연의 주제에 더욱 충실했으면 좋겠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다가 사라지는 축제판의 현실 속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인 행사가 58회까지 이어온 설악문화제, 앞으로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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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966년부터 58회 연속 개최 축하합니다...여러 사람 기관 단체 등 고생한 작품이네요...어서 수능 합격하고 설악동 등 두루 가고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