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바빌론 유수에서 돌아와 나라를 재건할 때,
주로 문제가 되었던 건 다음의 문제였습니다.
1. 이주에 걸림돌이 되는 불안한 치안 상황 (주변의 기존 정착자들의 협박에 가까운 위협)
2. 주변 이민족들과의 통혼 문제
3. 안식일 법규 준수와 성전 재건을 통한 정신적 지주의 확립
해서......늙은 이상주의자에 전형적인 인격자였던 철학자 스타일의 에스라 선생이 아주 오랫동안 소위 말하는
캠페인을 했습니다.
1. 우리 서로 힙을 합해 망한 나라를 일으켜 세웁시다~~~~
2. 자식들을 외국인들의 아들딸들에게 주지 맙시다~~~~
뭐 이런 식의 캐치프레이즈를 오랫동안 부르짖었는데, 이상하게도 에스라 선생의 그 명연설에도 불구하고
한 세대가 넘을 때까지 이런 문제들은 별반 진척이 없었습니다.
이유야 뭐.... 그따위 포템킨 하우스적인 캐치프레이즈에 누구나가 감동될 리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도만 한다고 현실이 해결되지는 않기도 했고요.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상황에서 독재자가 페르시아 황궁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옵니다.
페르시아 왕 아르다시르에게 술잔 날라주던 시종 출신인데, 아무래도 페르시아 궁정에서 보고 들은 게 많아서인지,
저 인격자 에스라 선생과는 아주 다른 방식을 구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단 그 사람은 오자마자 양옆에 페르시아 국왕이 붙여준 어깨들을 달고 와서 재수없게 눈부터 부라리기 시작했습니다.
설득 따윈 안중에도 없었죠. 간혹 자기가 편한 날에 유력자들을 멋대로 불러서 엄포를 놓을 뿐이었습니다.
인격자 에스라 선생은 꿈에도 꾸지 않던 몰상식한 방식이었습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지만 그들은 전에도 이 비슷한 일을 당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만......
아침에 성전 안에 멋대로 차지한 공간 안의 집기들이 전부 다 바깥 창문을 통해 내던져서 박살이 나 있는 꼴을 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네 놈 따위가 감히? 라고 했고, 네가 이스라엘 왕이 되려고 한다고 일르겠다고 했지만 그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할 테면 해보쇼. 어차피 페르시아 왕은 나하고 더 친하니까 네놈들 헛소리는 듣지도 않을 거야.
그리고 내가 뭐라고 했어? 분명히 멋대로 들여놓은 가재 집기 다 빼라고 했지? 근데 네가 뭐라고 내 말을 씹어?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감히 지금 네놈이 페르시아 왕 절친인 나를 무시하는 것임? "
그리고 또 하나 센세이셔널한 일.
갑자기 이 친구가 대중들을 모아서 뭔 썰을 풀겠댑니다. 나오랩니다. 나오기 싫다 그랬더니 그러면 알아서 하라고 협박합니다.
해서 나갑니다. 근데 보니까 이거 왠 인민 재판? 에스라 때하곤 아주 다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느낍니다.
날더러 외국 며느리 들였다고 뭐라고 막 합니다. 너 따위가 뭔데? 라고 하는 순간.
불문곡직 갑자기 손찌검을 하기 시작합니다. 평생 애비애미한테도 맞아본 적이 없던 내가 그깟 것 좀 어겼다고
뒈지게 두들겨 맞습니다.
하지만 여튼 이 순간 이후로 확실히 유력자들은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저 친구는 공개석상에서도 지역 유지들을 두들겨 패는
몰상식한 인간이자, 그러고도 멀쩡한 권력을 가진 자라는 거였죠. 그 옆에 있는 거구의 떡대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될 지는 뭐....
당장 페르시아에서 대군이 출동해서 푸닥거리를 할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진 쿨한 조치
"거......그래도 어쩔 수 없지! 지금까지 결혼한 애들 더러 헤어지라고 하긴 좀 뭣하니까, 걔들은 그냥 냅두쇼!
뭐 별 수 있나. 다만 우리 나라 말조차도 못하게 내비두면 그건 아주 곤란하다는 얘기야."
그들은 순간 몇 십 년 전 에스라는 어떻게 했는 지 떠올립니다.
에스라는 네헤미야보다는 꽤 신사적으로 접근했지만, 장로 회의를 벌인 후 이미 결혼한 쌍들마저 억지로 이혼시키고 애들은 다 애미들한테 보내는 가정 파괴를 자행했었습니다.
그때 얼마나 많은 생이별들이 많았는 지...... 조용한 야만이란 건 이런 걸 두고 얘기하는 거죠.
그리고 하나 더. 항상 문제가 되던 게 안식일에 와서 장사하는 외부 인간들이었습니다.
에스라가 몇 십 년 동안 그러지 말라고 눈물로 울고불고 캐치프레이즈 해도, 안 먹혔습니다
네헤미야 선생은 단 두 번의 조치로 해결합니다.
"안식일에 성 안에 보이기만 하면 다 잡을 것이다."
어? 그러니까 성 아래서 짱박혀서 몰래몰래 거래하네?
"........그 전에 내가 뭐라고 했나? 안식일에 오지 말라고 했잖아? 이제부터 그날 성 주변에 보이는 것들은 애들 풀어서 다 잡을 것이다."
.........이로써 에스라가 수십 년 동안 꽥꽥꽥 해도 잘 안되던 문제가 한 큐에 모두 해결됩니다. -_-
그리고 이스라엘 주변의 이민족 유력자들 또한, 이제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인간이 온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친구한테는 도저히 협박도, 매수도, 회유도 통하지 않습니다.
인격자 에스라나 꽉막힌 제사장들과는 달리, 그 친구는 그들보다도 훨씬 우위의 더러운 고단수적인 정치 체크닉을 구사하는 인간이었습니다. 페르시아 고관들에게 구라 쎄리는 스킬에서 사바사바하는 거나, 간혹 필요할 때면 배짱 튀기기......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 친구가 페르시아 왕한테서 빌려온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해서 네헤미야는 에스라가 실패한 지점에서 모두 성공을 거둡니다.
물론 사실 네헤미야가 지금 쓰는 이런 행태들은 민주 국가에선 해선 안되는 저질의 정치적 테크닉들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에스라가 그 전에 수십 년 동안 헉헉대며 혀노동한 게 그의 업적 수립에 어느 정도 저변을 형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수십 년에 누적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은, 군사력과 정치적 권력을 위임 받은 현실주의자 네헤미야의
강력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대 이스라엘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윤리 도덕 법질서란 것도 사실 경찰력이라는 강한 힘의 논리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겁니다.
여하튼 다시 주제를 돌려서, 네헤미야가 쓴 네헤미야서라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아람어 -> 영어 -> 한국어의 과정을 거친데다
특히 영->한의 문제점 때문에 좀 많이 원문과는 다르지만, 딱 봐도 순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가 어느 정도
제잘난척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기록을 남겨도 이 지경인데, 얼마나 당대에 반대파들 그리고 일부 주변인들에게는 재수없는 인간으로 비쳤을 지는
상상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하튼 산적한 문제를 해결한 것은 현실의 역학 관계를 직시한 네헤미야의 과감한 조치였다는..... 것입니다.
ps. 뭐 항상 그렇지만, 시오노 나나미도 말했듯 어떤 인간은 눈 앞에 칼을 들이대야만이 정신을 차립니다.
말로만 해서 현실이 해결되면 참 좋을 텐데.....
첫댓글 정말 재미 있게 잘 봤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글 부탁드립니다.
좋은 글이다.
재밌게 잘 쓰셨네요. 이해하기 쉬워요.
예전에 교회서 설교들었었을때는 느헤미야와 에스라 -_- 사이를 아주 좋게좋게 표현했었는데 ㅋ 실제는 다른가 보네요 ㅎㅎ
실제로 역사적 자료는 없는 것 같고..... 다만 네헤미야가 에즈라와는 상당히 다른 방법론과 접근법을 취했던 현실주의자였던 것만은 사실로 보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공식 석상에서 그렇게 개패듯이 지역 유지들을 두드려 패고 무슨 럭키짱 풍호가 지대호 삭발하듯 머리털 뽑아버린 행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센세이셔널한 광태 같습니다. -_-
음 교회에서 표현할때는 아무래도 둘다 하나님이 보낸 선한 선지자 ~_~ 이런식으로 해석해야하는데 둘이 치고박고 싸웠다~ 요런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하겠지요 -_- ㅋ 물론 몇몇 선지자들에게 불세례를 내리는 선한 선지자의 이야기는 많습니다만......-바알의 예언자 500명에게 칼침을 날린 엘리야라던가, 대머리라고 놀린 젋은 이 42명을 암콤의 힘을 빌어 찢어죽인 엘리사라던가-가끔은 성경속 고어물이 많아서 읽을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는......
베니스// 분명코 말하건데 잘못된 해석이지요. 네헤미야는 아무리 봐도 선지자하고는 백 광년의 거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모든 기록이 종교 교육을 위한 예화가 아닌데 자꾸 그런 식으로만 해석을 하니 외려 더 많은 의문을 초래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마활 / 으음.... 그렇다면 마활님이 생각하시는 '선지자'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무장공비// 일절 예언도 하지 않고 다른 어떤 종교 단체에 적을 둔 것도 아닌 사람이, 그저 구약성서 중 한 기록을 지었다고 선지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아예 설령 예언을 해도 뒤에 기준에서 미달하면 선지자 취급을 안 해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성서에 나오죠. "사울도 선지자냐?" 사울은 신들려 잠깐 예언을 했었어도 결국 선지자 반열에는 못 들어갔습니다.
마법의활 / 하긴 느헤미야야 당시의 슈퍼파워였던 페르시아 궁정에서 출세한 인물로 지극히 꼼꼼하고 정치적이며 현실적인 인물이었습니다만;; 음... 단순히 예언을 벗어나서 민족의 행동방침이나 비전(Vison)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에 음.. 이건 다분히 종교적의고 포의적인 해석이군요. 하하;;; 예 역사의 영역 속에 남겨진 그는 확실히 종교인이라기 보단 정치인에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알렉산드로스도 카이사르도 나폴레옹도 세종 대왕이나 이순신이나 다 선지자입니다. -_-
마법의활 / 하긴 '선견지명' '미래를 위한 로드맵 제공'등등....표현하는 방법은 많지만 '비전제공'은 정치인의 한 필요조건으로 제시되는 부분이니까요=ㅛ=);;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그의 모토나 행동지침이 더 할 나위없이 종교적-보수적-이었다는건 사실인거 같습니다 (사실 뭐 고대 사회에선 분리하기 힘든 파트긴 하지만) 애당초 [신께서 우리 민족의 복원을 약속하셨다!! 으왕!! 닥치고 따라라!!]였으니까요 (따귀 능욕이벤트는 훋ㄷㄷㄷ) 우리나라로 치자면 송시열 선생급쯤 되려나요=.=;;;
음 그러고보니 이거랑 비슷한 케이스가 다니엘과 에스겔?? 에스겔은 강가서 모래에다가 그림그리며 찌질 ~_~; 다니엘은 바빌론궁전서 재상직 ㅋㅋㅋ
전혀 비슷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은 처한 환경과 방법론이 전혀 다른 반면, 에즈라와 네헤미야는 세대만 다를 뿐 아예 활동 영역과 처한 문제가 겹쳐져 있는 케이스입니다.
잘 봤습니다.
페르시아 왕 아르다시르라면 아르타크세르크세스를 말하는 거겠져?
그렇습니다. 데미스토클래스와 동시대의 그 아르타크세르크스입니다.
잘봤습니다 오 둘사이가...오옹
노예 아랍유태인의 신화로군
오오....우리 카페에 아직도 이런 레벨로 찌질 거릴수있는 용감한 병신이 존재한다니.
이분 말하는거 되게 웃기시내 ㅋㅋㅋ 보니까 몇년전부터 이러신것 같은데 사람들 한 5년쯤 지나면 철들고 성숙해지지 않나요?
한국에만 있는 현상으로써, 성서 자체가 무오류한 신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반대편에는 성서의 모든 내용이 신화라고 주장하시는 모자란 분들이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무지하고 불쌍한 존재로 여기면서 정신 승리하기 바쁜데, 정답은 두 부류 모두 대단히 지적 수준이 딸리는 분들이라는 데 있지요. 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퍼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