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엔 인삼, 바다엔 해삼’ 이란 말이 있다. 인삼과 맞먹는다고 해서 바닷삼( 海蔘) 이라고 부르는데 남자의 음경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해삼자, 밤에만 활동하는 습성이 쥐와 닮았다고 해서(海鼠), 오이를 닮았다고 하여 서양에서는 바다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삼은 바다 깊이 10~30㎝ 되는 곳에 살다가 바닷물의 온도가 16℃이상이 되면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 여름잠을 잔다. 뱀이나 개구리의 동면과는 정반대의 생활을 한다. 전해오는 말로는 동면이나 하면(夏眠)을 해서 일정기간 잠을 자는 동물들은 정력에 좋다고 한다. 알은 여름잠을 자기 직전에 까는데, 해삼의 종류는 천 여종이나 된다.
해삼은 성게나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이다. 피부 속에는 석회질의 조그만 뼛조각들이 박혀 있다. 해삼의 살을 씹을 때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독특한 감촉도 이 뼛조각들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해삼 중에는 외부에서 자극을 받으면 특유의 호흡기관인 호흡수(呼吸樹)와 함께 창자를 항문 밖으로 방출하는 종류가 많다. 이러한 습성은 적이 창자에 신경을 쓰고 있는 동안 몸을 피학 위한 수단인 것 같다. 창자를 잃은 해삼은 단시일 내에 다시 창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해삼은 몸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놓아도 다시 살아나서 성체가 될 만큼 강한 재생력을 보여준다.
해삼은 ‘바다의 인삼’이라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는 스테미너식이다. 치아와 골격형성, 근육의 이상적인 수축, 혈액응고 등 생리작용에 필수적인 칼슘과 조혈성분인 철분이 많다. 혈액 속에 칼슘이온이 많은 동물은 정력이 왕성하고 생명력이 강하며, 신장을 튼튼히 하기 때문에 해삼을 많이 먹으면 정력이 좋아지고 지구력도 생긴다. 한의학에서는 양기를 보한다는 약재가 많은데 대부분 남자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해삼은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콘드로이틴, 타우린 같은 성분이 많아 중년에게도 권장하는 식품이다.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린 중년환자들이 먹어도 좋고 칼로리가 낮아 비만증인 사람이나 혈압이 염려되는 사람에게 권하는 식품이다. 특히 말린 해삼을 물에 불려서 식초에 무쳐 먹으면 고혈압에 효과가 있다.
신선한 해삼은 썰어 놓으면 딱딱한데 상한 것은 늘어지고 물이 생기며 냄새가 나서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카리에는 약해서 곧 녹아버리는데 식초에 찍으면 단단해져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좋다. 해삼은 겨울에 날로 먹는 것보다 여름에 말려서 먹는 것이 맛도 좋고 영양가도 더 높다. 해삼을 말리면 요오드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질에는 해삼 삶은 물을 마시면 바로 효험을 볼 수 있으며, 위궤양이나 십이지궤양에는 해삼의 내장을 볶아서 가루를 내어 먹으면 좋다.
해삼의 요리법은 옛문헌에도 드물지 않다. ‘규합총서’에서는 열구자탕과 어채의 재료로 사용한다 했다. ‘음식디미방’에는 해삼찜, 해삼초, 썰은 볏짚과 함께 삶으면 해삼을 쉽게 무르게 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소개하고 있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는 불로장생을 꿈꾸며 수천명의 동자동녀(童子童女)를 불로초를 구하러 각지에 보냈다. 바다 가운데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을 찾아온 ‘서복’은 지금의 지리산, 한라산, 금강산을 찾았다. 진시황이 구하려 한 불사의 명약 불로초는 산삼이라거나 , 전복, 해삼이라고도 한다. 제주도에서 중국까지 해물을 가지고 가는 방법은 말리는 방법 밖에는 없어서 지금도 중국요리에 사용하는 해삼과 전복은 마른 것을 불려 쓴다고 한다.
싱싱한 해삼은 연한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쓰고, 마른 해삼은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려서 칫솔로 박박 문질러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삶아 쓴다. 해삼의 내장은 소금에 절여 젓으로 먹는데 특히 난소는 ‘해서자’라고 해서 진미로 유명하다. 영원한 삶을 꿈꾸었던 진시황제는 50살에 저승길로 떠났지만 불로초를 찾고자하는 인간의 염원은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