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이 예쁜 8월이다.
길을 나서면 목백일홍 무궁화 등 여름꽃들이 반겨주고, 고향집 마당에는 천일홍이 무더기로 피어 집을 지키고 있다.
잘 계시제?
많이 무덥다. 태풍이 무더위도 데리고 갔으면 좋았으련만 여전히 불볕더위다.
장마철 꿉꿉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위안을 삼는다. 부채 하나 들고 정자 나무 그늘 아래에 앉으면 이런저런 시름도 사라진다.
얼마 전 입추가 지났다. 입추라니 무슨 계절이 이렇노 그러지만 새벽녘엔 문득 선선한 기운을 느낀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가을은 슬며시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의미일 거다.
어느 시인은 입추 무렵의 무더위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더라.
"태양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것은
이 여름에 행여 못다한 일들을
짦은 가을 그리고 긴 겨울이 오기 전
어서 서둘러라는 그런 말일 게다."
텃밭에 뿌릴 씨앗 뿐만 아니라, 내 마음 밭에 뿌리고 싶었던 숱한 씨앗들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 뿌린대로 거둔다고 했으니 나의 가을 들녁에서 무엇을 거둘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 계절에 맞는, 내 삶의 이 시기에 적합한 씨앗이 무엇인가 있을 거다. 더 늦기 전에 심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욕심이겠지. 내 삶은 여름이 아니라 입추도 지난 늦가을일 수도 있는데 부득부득 봄이나 여름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 같다.
마음밭에 뿌릴거라 간직했던 씨앗들을 이제는 버려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읽지 않는 책들과 입지 않는 옷가지들과 함께 말이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얼마쯤 왔는지도 모르면서 텃밭에 씨앗 뿌리듯이 마음밭에 씨앗 뿌려 가꾸면 거두어 들일 거라는 착각을 한다. 착각에서 깨어나면 그냥 멋적게 웃고 만다.
무더위 덕분에 낮시간 내내 빈둥거리다가 해거름에 밭에 나가본다. 그 기세 좋던 잡초들이 기운을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 같다. 여름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풀 깎는 예초기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나도 창고에 있는 예초기 살펴봐야겠다. 곧 산소 벌초도 해야 한다. 아직은 예초기 매고 벌초를 할 수 있다. 좀더 오래오래 그리 할 수 있도록 조상님들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곧 더위도 물러가겠지.
세월이 이끄는대로 살다보면 좋은 날들이 있을 거다.
늘 淸安하시길 기원한다.
2023.8.13. 삼천포에서
김상옥
카페 게시글
살아가는 이야기
상옥이 편지
230813
김영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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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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