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9일. 떠나는 날.
이미 몇 번 째이던가. 하지만 단 둘이 가는 여행은 오랜만이라 흐뭇흐뭇. ANA의 일정이 거지 같이 되는 바람에 출발이 저녁 7시 20분 비행기.
간사이 국제 공항에서 11시 초반까지는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는 전철 있어서 다행.
11시에 오사카 신이마미야 역의 스파월드에 도착.
여자는 짝수달이 동양탕. 그래서 이번에도 또 서양탕. 3번 연속 서양턍.......T-T
서양탕도 좋긴 좋지만요.
이날은 스파월드로 끝.
11월 30일.
원래는 9시 30분쯤에 교토의 카와라마치마루타마치(길다)의 우노하우스에 도착하기로 했는데, 시간을 햇갈린 바람에.....아침 7시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느긋하게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2인용 방은 2050엔씩. 뜨거운 물도 잘 나오고 취사도 가능하지만, 아르바이트생들이 제각각이라 싸가지 있는 애와 싸가지 없는 애가 있습니다. 특히 단발 파마머리에 좀 통통한 여자를 조심하시길;
(4인용 방을 4명이 같이 쓰면 1650엔이랍니다)
단, 프라이버시란 게 없습니다. 게스트 하우스가 원래 그렇지만. 벽이 워낙 얇고...쉴 새 없이 사람들이 들락날락....그래도 조리 가능에 뜨거운 물이 나오고, 방 뜨듯한 게(공기 히터는 공짜) 어디입니까.....라는 심정으로 버팀.
체크인을 하자마자 청수사(키요미즈데라)로 갔습니다. 교토에 올 때마다 오는 곳이지만....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은 여기뿐이고, 또 숙소에서 버스 한 번이라. (아침 7시부터 문을 염) 300엔의 입장료가 그리 아깝지는 않은 곳입니다. 내려다보이는 교토 전경. 아직도 많이 남은 단풍. 영험하다는 3갈래 약수도, 이번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 받아먹었습니다. (일본100배즐기기에서는 돈 받는다고 잘못 나왔더군요. 공짜입니다)
조용한 청수사를 뒤로 하고 인화사(닌나지)로 갔습니다. 한국에는 잘 안 알려진(이제부터 가는 곳이 거의 다 그렇지만) 곳이지만 그래도 세계 문화 유산이라나. 음양사 영화에서는 영화 초반, 세이메이와 히로마사, 도손이 처음 만나는 궁정 복도로 쓰인 곳이 인화사의 오무로고쇼(입장료 500엔)이거든요. 영화를 음미해보세요. 그밖에도 교토 고쇼의 자신전(시신덴)을 그대로 이축한 금당도 볼거리. 이 절은 오무로고쇼만 입장료를 받습니다. 간사이 쓰루티켓 할인권 지참 시에는 10% 깎아줍니다.
.......거의 아침이었는데도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교토 외각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덕분에 느긋하게는 보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도 왔다갔다해서리......;;
인화사를 보고 난 뒤, 지도를 보아하니 걸어가도 될 거라는 판단으로 대각사에 갔습니다. 영화 타이틀 올라가고 바로 시작되는 헤이안 왕궁 조례를 여기서 찍었거든요........
그런데...........
멀었습니다. 엄청 멀더군요. 뭐, 그래도 한 30, 40분 걸었나. 정말 시골길입니다. 교토 외각이라더니 진짜 논밭이 펼쳐져 있더군요.....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서 무서울 지경. 다행히 지나가던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지름길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여기도 500엔. 복도로 연결된 건물이 재밌습니다. 그렇지만 여기만 보기엔 여기까지 오는 시간이 좀 아까울지도. 게다가 이 절은 하루 500엔에 무제한 탑승 가능한 교토 버스 프리 티켓으로 못 오는 구역에 있거든요......-_-;;
대각사를 보고 난 뒤,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갔습니다. 여기에서는 원래 켄신 2기 오프닝(1/2)에 나오는 다리를 보러 갔었는데...피곤해서 패스; 워낙 대각사까지 가느라 지쳐서....;; 유명한 대나무 숲을 봤습니다. 좋더군요. 일본적 정취랄까. 아라시야마는 멋졌습니다. 좀 더 느긋하게 보고 싶었는데...일본은 해가 일찍 지더군요. 4시면 지고....4시 반이면 벌써 어두컴컴.....;;;
아라시야마에서 유명한 라뎅(1칸짜리 전차-전차선 요금 200엔)을 타고 종점까지 가서(그래봤자 한 20분 걸림), 마침 거기 있는 큰 슈퍼 체인점 이즈미야에서 잠깐 장을 보고, 버스를 타고 세이메이 신사로. 올 때마다 가는 정기 코스;;
참, 세이메이 신사 보수 공사 다 끝났습니다. 이제는 깔끔합니다. 옛날의 조그맣고 고즈넉한 분위기는 사라져서 아쉽지만. 음양사 원작자, 만화가, 배우, 감독들의 에마(소원을 적은 나무판)도 찍고. 세이메이의 염력으로 솟아나왔다는 물로 손과 입도 씻고. 그리고 기념품 삼아서(오마모리(부적)은 이미 옛날에 샀으니까) [세이메이 신사에 얼마 기부합니다]라는 종이를 몇 장 들고 왔습니다(이봐). 칼*님, 노*세님, 그밖에 만나뵐 세이히로 동인들에게 기념품으로 증정 예정. (쿨럭)
그리고 교토에 있는 두 개의 큰 북오프(헌책방 체인점)에 갔습니다. 소득은......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갈 때마다 편차치가 심한 게 북오프지만. 찾는 게 거의 없어서 슬펐습니다......훌쩍.
다리가 부어터져서 11시쯤 숙소로.
p.s. 관광 비수기인 줄 알았는데, 주말에는 교토에도 사람이 넘치더군요. 왠만하면 평일에 가세요;;
12월 1일.
이 날은 히메지성과 고베에 가기로 했었는데 고베가 파토가 나버렸습니다. 고베하고는 연이 없나봅니다. 훌쩍. 이진칸무라 가고 싶었는데.......T-T
이 날 간사이 쓰룻토 패스(2일권) 개시. 이틀 3800엔에 간사이 지방(히메지부터 나라까지)의 사철과 버스 무제한 프리. 잘 쓰면 JR패스 못지 않은 요술방망이가 됩니다. 사노와 친구 세이쨩은 2배로 뽑아먹은 데에 그쳤지만 다른 분들은 잘 써서 3배, 4배로 뽑으시길........
히메지성은 이번으로 2번째. 갈 때마다 느끼지만 멋진 곳. 마침 내년 시작하는 NHK 드라마 [무사시(미야모토 무사시)]로 조금 들뜬 분위기.
히메지성에서 좀 늦어져서 결국 고베는 파토가 나버리고......보기로 했던 고베의 야경도 [전에 봤잖아]로 끝내버렸음. 그리고 직행한 곳은 오사카의 만다라케. (결국 동인녀 모드) 음양사.....딱 1권 구했습니다. 긴다이치...딱 1권 구했습니다. 그러나! 재록에서 빠진 코이케야의 책이었답니다...긴다이치가.....경매에서 3800엔까지 올라간 책을 200엔에 구했답니다. 기분 째지더군요. 쿨럭.
다리가 아파서(히메지는 무지하게 걷게 됩니다. 걷기만 합니까. 그 가파른 층계로 말할 것 같으면....) 오사카의 다른 곳은 또 제치고(맨날 재쳐지는 금룡라멘~~~~~T-T) 다시 교토의 숙소로.
교토의 버스는 늦어도 10시 반이면 끊기니까 조심.
12월 2일.
...........제일 많이 걸은 날.
아침에는 겐지모노가타리의 무대로 유명한 교토 외각의 우지로 갔습니다. 여긴 프리 버스 티켓이 안 됩니다. 하지만 간사이 쓰룻토 패스 2일째.
오늘은 우지, 나라, 그리고 오사카의 명휘당과 북오프.
우지.
꼭 가보세요!!!!!!!!!!!!!!!!!!!!!!!!! 절대 추천!!!!!!!!!!!!!!!!!!!!!!
새벽에 갔는데(7시에 도착)......아침 안개가 은은히 깔리고.....아름다운 강에 다리....조용한 신사....헤이안녀님이 추천한 곳이었는데 가보기를 너무 잘했습니다. 꼭 아침 일찍 가보세요. 아무튼....말로는 못 하겠고, 좋은 곳이랍니다~~
그 다음에 나라.
나라도 생각보다 훨 좋았습니다. 사슴은 정말 사슴 같은 눈이더군요. 먹을 걸 달라는 그 초롱초롱한 눈빛이라니.....결국 못 이기고 150엔짜리 사슴 전병을 사서 다 줬습니다.
동대사(도다이지)의 거대한 불상은 생각보다는 [큰가?].....그냥 그런 느낌. 하지만 부처님 콧구멍 크기만하다는 대들보 구멍은 통과했답니다. 액땜을 해준다나. 아줌마들이 재밌게 하길래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노의 손목을 한 아줌마가 잡아끌지 뭡니까.......다 빠져나오고 나서 바로 고교생들 수학여행 무리가 드글드글! 으으...전이라 천만다행.
넓디넓은 나라 공원을 반 하이킹 기분으로 낑낑대며 올라가서 이월당(니카이도). 멋집니다. 힘들어도 한 번 올라가세요. 게다가 공짜.....
다시 왔던 길 거슬러 내려가 긴테츠 나라역에서 2정거장인 사이다이지역으로 갔습니다. 목표는 오로지 하나! 음양사 영화에서 세이메이와 히로마사가 뱀을 따라 내려갔던 주작문 앞 주작대로가 여기 근처라고 해서. 헤이안이 아니라 헤이죠쿄 유적터지만.
그런데........반대로 나가버린 겁니다.....;;;
무려 1시간 반을 나라의 외진 주택가를 해맸답니다. 중간에 만난 친절한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더 해맸을지도. 그렇게 고생 끝에 찾아간 주작문. 겨우 몇 방 찍고....다시 돌아가려고 했더니......
세상에나.....아무리 우리가 제대로 찾아갔어도, 컨디션 좋아도 그 사이다이지역에서 이 주작문까지는 40분은 걸리겠더군요(편도로). 그 역에서 헤이죠코 터까지는 15분......하지만 워낙 터가 방대해서.....;;; 진짜 원없이 걸었습니다. 거의 몸이 좀비화. 아무 생각 없이 다리만 앞으로 가는 상태;;
그렇게 지치고도 오사카의 명휘당으로.......비싸졌더군요. 무지하게 비싸졌습니다. 왠만하면 만다라케에서 사는 게 낫겠더군요. 만다라에케서 2000엔에 파는 요시나가 후미 걸작선집이 여기선 3000엔을 받더라구요;; 여기서도 긴다이치, 음양사 각 1권씩 구함; 그리고 뜻밖의 소득. 공수도 소공자 코히나타 미노루.......의 동인지 2권 발견.
명휘당 근처의 북오프는 꽤 크고 책도 많고 좋더군요. 특히 제일 고마운 건 만화와 소설의 100엔 코너. 여기서 찾던 시마다 소오지의 나머지 소설 거의 다를 구했습니다. 만화책은......안 샀군요;
그리고 다시 교토로.
12월 3일.
교토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남선사(난젠지)로 출발. 히로마사가 피리를 불며 스케히메를 만나던 삼문(삼몬)이 있는 곳. 여기 정말 좋아요!!!! 교토의 모든 사찰 중 제일 마음에 든 곳!!! 500엔을 따로 받는 방장 건물도 꼭 보시길. 입장료는 무료. 단, 삼문 올라가는 데는 300엔이던가. 조용하고, 물이 흐르고, 정원도 예쁘고, 방장 건물의 복도도 너무 맘에 들고. 아침 일찍 가서 사람도 별로 없었고.....아아...정원을 마주한 헤이안식 건물의 복도에 앉아 하염없이 햇볓을 쪼였답니다.
다음은 메인 이벤트, 풍속박물관. 사진 찍기도 맘대로, 게다가 부탁하면 옷도 입어볼 수 있는 곳!
드디어!!!! 헤이안 시대의 카리기누를 입어보았답니다~~!! 저번에 갔을 때 여자 옷은 맘껏 입었거든요. 올해부터 생겼다던데....너무 기뻤습니다. 친구 세이쨩과 함께 거의 생쇼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피리를 들고 히로마사인 척도 해보고, 부채를 들고 세이메이인 척도 해보고, 머리 풀어도 보고, 머리 틀어올려서 에보시도 써보고....아무튼 1시간은 그러고 놀았답니다. 쿨럭.
그리고 2시에 체크 아웃. 다행이 착한 아르바이트생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어서 무사히 패스. (원래 규칙엔 12시에 체크 아웃...) 바로 오사카로 가서 다시 스파월드에. 아시아탕 공사한 뒤 재개장 했거든요. 게다가!! 1000엔 이벤트(단 12월 중에는 심야 할증료 1000엔을 더 받음) 기간. 일본 노천탕은 정말 멋집니다. 나무로 만든 통에 들어가 오사카의 하늘을 보는 기분이란.......은은한 삼나무 냄새. 게다가 여기는 밥이 무지하게 맛있어요! 식당 이름은 까먹었는데, 거기의 구운 주먹밥과 치즈 프라이(레몬을 꼭 끼얹어서)는 안 먹어보면 손해! 그거 아세요? 맛있는 걸 먹어서 눈물이 나오는 기분이랍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은 열차 찍신의 가호가 내려서.....가는 데마다 급행 열차 시간이 딱딱 맞는 바람에 식사는 거의 주먹밥이었습니다. 스파월드에서만 맘놓고 식사를 했네요. (식사에 거의 15000원을 썼으니)
일찍 자려고 했는데, 10시쯤 누워서 티비를 보니 재밌는게 많이 해서(편히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주르륵 늘어져있고, 앞의 벽에는 각 채널 티비, 그리고 의자의 귓가에 스피커 내장) 그만 2시까지 티비를 보고 말았습니다. 보아가 어떤 쇼프로그램에 나오더군요. 그리고 유스케 산타마리아가 나온 드라마도 재밌었고.
12월 4일.
4시에 기상. 8시 20분 비행기로 도쿄로.
도쿄의 숙소는 백악관입니다.
2인이면 1명당 3000엔인데, 한국관보다 더 맘에 들었습니다!! 너무 깨끗하고 너무 좋아요. 일반 숙소가 아니라 그냥 맨션이거든요. 방이 2개 있는 맨션이라 다른 사람과 같이 써야 하지만 그정도 쯤이야. 뜨듯한 물 펑펑 나오지, 부엌 깨끗하지....꼭 가세요!!!! 게다가 주인인 한국 여행사 아저씨는 각종 정보에 능통. 정말 친절한 분이세요.
다음 카페에서 백악관으로 검색하면 나온답니다.
이미 한국에서 돈을 다 내고 갔기에, 아저씨를 만나 체크인을 하고 바로 책 쇼핑.
왠만하면 이케부쿠로 케이북스는 맨 나중에 가세요. 책 값이 제일 비싸요.
시부야 만다라케->하라주쿠 북오프->나카노 만다라케, 이 세 군데를 다 가고도 없는 책만 사세요. 북오프에는 동인지가 없는 게 문제지만.
동인지 값보다 다른 데 돈을 썼습니다.
이토 히데아키 사진집, 그리고 사진 에세이 ID4,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의 류우데키(용피리) CD, 노무라 만사이의 [만사이데고자루] 등등....합쳐서 10만원이 넘네요;;
저녁 7시반에, 음양사 동인인 코에미씨를 만났습니다. 시부야에서 만나서 근처의 유명한 술집 겸 음식집, 카페, 그리고 가라오케에서 놀고 많이 얘기했습니다. 세이쨩은 일어를 몰라도 놀라운 공감대(....)로 반은 알아듣더군요. 처음엔 좀 서먹했지만 금방 화기애애. 화제는 교토 여행->세이히로->만사히데->원빈->보아->초난강->한국 순으로.
코에미씨에게 [야차(야사--요시다 아키미 원작, 히데쨩 주연)]의 드라마 전화를 받았습니다~~칼*님, 나중에 빌려드릴게요. [바보3형제]와 [창천의꿈]은 나중에 보내주신데요. 기대하세용.
즐겁게 놀고 숙소로. 백악관.....좋더군요.....좋아요....지금껏 가본 숙소중 가격 대 성능비가 제일 맘에 든 곳. (아, 오오츠카 역 근처입니다)
12월 5일.
가마쿠라.....라기보다는 에노뎅 타러 가는 날. 에노시마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바다를 좋아하는 세이쨩은 거친 해안 위에 놓인 다리와, 에노시마의 높은 계단에서 보이는 바다를 보며 기뻐하더군요. 날씨가 이 전, 후는 흐렸는데 이 날은 맑아서 천만다행. 슬램덩크의 무대를 오고가며 즐겼습니다. 또, 시마다 소오지의 메마이(현기증)의 무대도 가보았구요.
7시쯤 도쿄에 와서 하라주쿠와 메지로의 북오프에서 마지막 책 쇼핑. 여기서 세이쨩은 대박을 건졌어요. 단돈 300엔에 노무라 만사이의 음양사 화보집을.................;;;; 부러워....;;;;;
12월 6일.
4시 비행기라 널널하게 한국에 도착.
그런데 도착해보니 여행가방 바퀴가 없어졌습니다;
놀래서 ANA 사무소에 갔더니, 현금으로 물어주더군요. 친절해서 화가 풀렸습니다.
이래저래 해서 집에 왔더니 9시 반.
...........나중에 여행에 도움이 되었던 홈페이지는 따로 링크를 해놓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