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카자흐스탄 한재성 선교사님 간증-아내의 순교!!!

[사랑향기]

우리 가족은 필리핀에서의 4년의 모든 사역을 정리하고, 카작행을 위해 한국에서 짧은 두달을 준비했다. 아내는 정말 이사하는것에 많이 힘들어 했다. 그러나 단 한번도 우리가 함께 기도하고 결정한 일에 대해선 불평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의 결정에 늘 순종하였다. 정말 난 너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서 살았다. 내가 힘들게 한적은 있어도 아내가 날 힘들게 한적은 없었다. 2004년 4월. 우리 가족은 다시 카작스탄 카라간다로 들어갔다. 4월의 카라간다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다. 바람은 세찼고 나무가지들은 아직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살 집을 구하는 동안, 계수진 선교사 집에서 신세를 졌다. 우리는 집을 구했고 도배도 새로하고 장판도 새로 깔고, 화장실과 욕실도 깨끗하게 수리했다. 집을 수리하고 나니 before 와 after 의 차이를 실감케 할 만큼 집이 달라졌다. 아내는 깨끗하게 수리된 집을 보고는 너무나 맘에 들어했다. 아마도 선교사로 사역하면서 가장 깨끗한 집을 만났기 때문일것이다. 내심, 아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좀 해 줄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카작에 다시 온것이 꿈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밖을 먼저 내다 보았다. 코코넛과 바나나가 보이지 않고 앙상한 나무가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정말로 내가 다시 카작땅에 돌아왔음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렇게 우리 가정은 다시 돌아온 카작땅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사역에 임하였다. 아이들은 긴 여름방학을 맞이했고, 우리는 다시 현지어 공부에 들어갔다. 비록 하루에 한시간 투터와 함께 공부하지만 빨리 언어를 회복하고 싶었다. 4년이 넘도록 내 입에서는 러시아어를 써 본적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잊어 먹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현지어가 되어야 사역을 할수있기 때문이다. 언어는 결국 선교사에게는 사역의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요 무기, 그 자체인 것이다. 6월부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7,8월의 여름행사들이 줄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사역을 하지 않았어도, 행사에 참여 하는것만으로도 시간은 속히 지나갔다. 그리고 9월 5일부터 아이들의 학교가 시작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은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언어로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현지 러시아학교 '두르즈바 슈콜라'(우정학교)에 각각 3학년, 2학년에 다녔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닌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9월 13일, 월요일은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 되고 말았다. 그날도 나는 여느때 처럼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었다. 그때의 아침밥이 아내가 차려준 내 인생의 마지막 아침식사가 될 줄이야. 나는 식사를 마치고 9시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이틀전부터 수상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음을 눈치채었기에 특별히 문단속 잘 할것을 당부하고 출타하였다. 그런데 밖에 있는 2시간 동안 내 마음은 왠지 불안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집에 돌아왔던 시간은 오전 11시가 조금 넘었다. 열쇄로 문을 열었지만 열리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려하니 소리가 나질 않았다. 살펴보니 또다시 전기선과 전화선이 잘려져 있었다. 하루전에도 누군가 선들을 잘라 놓았기에 순간 또 누가 다녀갔구나 생각했다. 난 다시 열쇄를 넣어 문을 열기를 시도했다. 그 순간 갑자기 안쪽에서 괴성과 함께 문이 내 몸쪽으로 와락 밀어 닥쳤다. 그리고 검은 쇠파이프가 내 머리를 가격했다. 순간적으로 막았지만 나의 왼쪽머리는 터졌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극적으로 난 그 죽음의 순간을 모면했다. 지금도 난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 공포 그 자체이다. 차라리 그때 나도 죽었음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도 든다. 괴한들이 떠나고 난 뒤, 집에 들어가 발견한 아내의 모습은 다시 상상하고 싶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손과 발이 뒤로 묶여져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옷가지로 가려져 있었다. 나는 아내가 그렇게 결박당해 있으리라고만 생각했다. 옷가지를 들추는 순간, 이미 아내의 머리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거실 바닥에솓아져 있었다. 입을 틀어 막은 재갈을 부엌칼로 잘라내고 실신해 있을것 같은 아내를 깨웠다. 피로 범벅이된 얼굴을 손으로 닦아가며 제발 아내가 살아있기만을 바랬다. 목에 맥박을 확인했다. 뛰지 않았다. 가슴에 맥박을 짚어 보았다. 역시 뛰지 않았다. 나는 아내를 끌어 안고 하나님께 외쳤다. '하나님, 제발, 제발, 아내를 살려 주세요. 하나님, 제발, 아내가 숨쉬게 해 주세요. 하나님은 하실 수 있잔아요? 하나님, 제발....' 이윽고 경찰이 도착했고 나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깨어진 머리를 치료받았다. 그날 나는 자정 12시까지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믿을수 없는 악몽같은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내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난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나는 마치 짐승처럼 울었다. 제발 꿈이길 바랬는데, 새로운 아침이 되었어도 주위의 사람들의 움직임은 모두 울음바다 그 자체였다. 아, 꿈이 아니구나. 아내의 영정이 양병순 선교사 집에 마련되었다. 아내의 여권용 사진이 확대되어 아내의 영정사진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아내의 영정사진은 내 책상앞에 걸려있다. 그녀는 지금도 웃고만 있다. 뒤돌아보면, 아내의 살인사건이 있기 한주전부터 우리 가족은 평상시에 하지 않던 말들이 오갔다. 그것들은 마치 죽음을 위한 징후(symtom)들 같았다. 하루는 아침식사를 하던중에 성경이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것이다. '엄마, 엄마가 죽으면 우린 어떡하죠?' 아내와 나는 순간 깜짝 놀랬고 엄마의 죽음을 물어오는 성경이에게 '엄마는 너희들 다 클때까지 살아있을거니까 걱정하지 마' 하고 대답해 주었다. 왜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아니요, 생각해 보니깐, 엄마가 죽으면 누가 우리 밥해줘요? 그리고 머리는 누가 따줘요? 아빠는 이런거 못하시잔아요?' 하는 것이었다. 아내 떠나기 5일전으로 기억한다. 부엌에서 일하던 아내가 나에게 뜬금없이 말을 건냈다. '여보, 이거 세탁기 돌리는거랑, 전기밥솥에 밥 안치는거 배워놔야 돼. 만약 내가 없으면 어떻하려고 그래?' 나는 아내에게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하지마. 당신이 있는데 무슨 그런 말을 해' 그러고보니 난 자취할때 이후로 결혼해서 내 손으로 밥을 하거나 세탁기를 돌려 본 적이 거의 없었던것 같다. 겨우 집안일 도와준것은 하루에 한번 설거지 해 주는 것이었고, 청소기 돌리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일이 있으려고 해서일까? 9월 첫째주 한주간은 차를 끌고 길을 다닐때 마다 이상하리만큼 뒤에서 오는 차가 내 차를 받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한국에서 처음으로 보내온 9월호 빛과 소금 책자에서는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나는 그것을 조목조목 읽어 내려갔고, 새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아내에게 건내주면서 죽음에 대한 글을 꼭 읽어 보라고 건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부엌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여보, 만약 우리 둘중 한사람이 먼저 가면 어떻게 하지? 우린 같이 죽었으면 좋겠다. 한사람만 남아서 산다는것이 상상이 안가네' 아내는 내게 물어왔다. '여보, 당신은 내가 먼저 죽으면 새장가 갈꺼야?' '이구,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당신같으면 새로 시집가겠어?' 이런 대화가 오가며 사별한 부부들 가운데 의외로 빨리 재혼하게 되는 사람이 주로 부부금실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반대로 악몽같은 결혼생활을 한 사람들이 재혼을 빨리 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까지도 나눴다. 왜 우리는 이런 대화를 했을까? 아내가 떠나가려고 했던 말들이었을까? 우리 부부는 좀처럼 다투지 않고 살아왔다.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법도 없었다. 그냥 서로에게 화가 나면 말하지 않는것이 우리의 부부싸움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내 떠나기 며칠전에 나는 그만 아내에게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내는 성격상 화가나면 정말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나도 아내에게 화가 나면 아내처럼 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방법이 때론 내게 답답하였고 견디기 힘들었다. 제발 무엇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알아야 풀것이 아니겠는가? 하며, 아내에게 '제발 말 좀 해라' 하고 소리를 쳤던것 같다. 아마도 그때 아내는 무슨일로 내게 많이 서운했던 것 같다. 저녁 무렵 아내는 소리없이 집을 나갔다. 난 바람쇄고 금방 들어올줄 알았는데 해가 저물어 이미 캄캄한데도 들어오지 않는것이었다. 내심 불안했다. '혹시 밖에서 무슨일이라도 만나면 어떡하려고 안들어오는거야' 하며 집 주위를 한바퀴 돌았지만 아내를 찾을수가 없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아내가 집에 돌아왔다. '어디 갔었는데?' '그냥, 동네 한바퀴 걸었어' '여보, 걱정 많이했잔아. 밤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하려고... 미안해. 내가 화낸거...' 우리는 그렇게 또 풀었다. 나 혼자 추측이지만, 아내는 자신이 선교사로서 남편과 함께 살면서 주님을 위해 한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때때로 아내 선교사들이 겪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한국이나 선교지에서나 아내의 역할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 하고 함께 기도하는 일들이 아내의 역할이다. 그래서 때로는 아내는 이 부분에 대해서 선교사로서의 정체감이 흔들리기도 했었다. 나는 그때마다 아내를 위로해 주고 권면해 주었다. 결국, 아내는 자기의 목숨을 드려 카작땅에 희생제물로 쓰임받게 되었나 보다. 아내는 드릴것이 몸 밖에 없어서 마지막 꽃다운 35세의 나이에 남편과 두 딸을 남겨두고 하나님께 먼저 떠나갔다. 이제는 천국에서 오히려 나와 두 딸을 위해서 기도해 주고 있을 것이다. '여보, 천국은 너무 좋아. 우리가 생각했던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은 곳이야' 하고 말해주는것만 같다. 아, 역시 나는 못난 청개구리인가 보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못난 청개구리. 그때 아내에게 소리치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제 곧 떠나게 될 아내에게 내가 너무 못할 짓을 한것 같아 후회가 막심하다. 그래도 아내는 내 맘 알고 있을게다. 내 마음은 그렇치 않았음을... 내가 여전히 아내만을 사랑하고 있음을... 경찰에서는 총력을 다해서 범인검거에 나섰다. 그리고 불과 60시간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그렇게 빨리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던 이유는, 9월 20일에 우리나라 노무현대통령께서 카작스탄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었고, 국가정상회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작정부에서도 이 일이 한국과 카작스탄의 외교적인 문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범인검거에 총력을 기울였다. 붙잡힌 범인들은 마약사범들로서 이미 경찰리스트에 올라와 있었다. 우리 집에 십만불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 하나만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 돈이 나오지 않자 아내를 잔인하게 고문했다. 아내는 그들의 구타로 인해 치아가 빠져 나갔고 입술이 터졌다. 그리고 눈도 멍들었고 양손등은 날카로운 흉기로 수없이 찔림을 당했다. 그리고 쇠파이프로 아내의 머리를 무참하게 가격하였다. 당시 아내의 비명소리를 주위에서 들었던 현지이웃들이 있었지만, 가정사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병원에서 아내의 사인을 두개골 함몰과 뇌출혈로 판정하였다. 고통당하던 아내를 생각하면 미칠것만 같다. 그 순간, 아내는 이 못난 남편을 찾았을텐데. 여보, 살려줘. 여보... 그녀는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남게 될 나와 두 딸들을 오히려 걱정하면서 주님께 맡기는 기도를 하지 않았을까? 주님, 우리 남편, 우리 두딸 성경이 진경이를 부탁해요. 오. 주님... 내 심장이 터질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다.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간, 9월 20일 월요일. 어떤 한국인은 카작땅에서 주검으로 떠나오고, 또 어떤 한국인은 반대로 그땅에 최고의 환대를 받으며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분명코 주님나라에서는 다르리라 믿는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고 생명드린 당신의 종들을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아내의 사고 소식이 대사관을 통해서 양쪽 부모님께 알려졌다. 나는 부모님께도 할말이 없었다. 현지에서는 여러 선교사들이 함께 모여 사건처리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리고 아내의 장례절차와 장지 결정을 논하였다.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뼈를 묻는것에 의미를 가지고 모두 동의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장모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모님은 내 딸 살려내. 내 딸 내놔.. 하며 울기만 하셨다. 장례를 이곳에서 치루기로 결정했다고 하니, 어머니는 다리 한쪽이라도 들고 오라고 말씀하시며 또 실신하셨다. 이제 내가 부모님께 해 드릴수 있는게 없어 보였다. 비록 죽은 몸이지만 가까이 두고 싶어하시는 어머님의 마음을 져버릴 수 없었다. 모든 선교사님들은 나의 번복된 결정에 따라 주셨고, 아내의 주검이 한국으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 주셨다. 정말 아내의 주검이 한주만에 한국으로 후송된다는것은 누가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해 주셨다. 아내 떠난지 5일째 되던 금요일, 카라간다 라드닉교회에서 현지장례식이 치뤄졌다. 병원에서 교회로 아내의 주검이 출발했다. 나는 교회 밖에서부터 아내의 시신을 맞이하기 위해 장갑을 끼고 서서 기다렸다. 아내는 관에 누은체로 내 앞에 왔다. 그 순간 나는 또 오열했다. 10년전 나는 결혼식장에서 아내를 나의 신부로 맞이 하던 그 순간이 떠올랐다. 그때는 감격이었고 환희였다. 그런데 지금 아내는 내 앞에 결혼식이 아닌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누워있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하나님, 저 아내와 함께 10년 밖에 못살았어요. 이제 한달만 지나면 결혼 10주년인데 이렇게 빨리 데려가시면 어떡하나요? 나도 죽여주시지요. 왜, 나만 살려두셨나요?' 장례식에 참석한 카작스탄의 선교사들과 현지 성도들은 눈물속에서 아내를 천국에 보내었다. 장례식이 마쳐질 무렵 찬양가운데 갑자기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해 주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네 아내를 받았느니라.' '오, 주님. 그러셨군요. 제 아내 주께 드리오니 받으소서' 나는 두손을 들어 하나님께 나의 사랑하는 아내를 올려드렸다. 2004년 9월 20일. 우여곡절 끝에 그리고 극적으로 아내의 주검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실려졌다. 아이들이 내게 물어왔다. 아빠, 우리 엄마는 어디계세요? '엄마는 먼저 천국에 가셨단다' 두 아이의 손을 붙잡고 인천공항을 빠져 나오는 나의 마음은 암담했다. 공항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부모님과 친구들, 여러 목사님들.... 나는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수 없을것만 같았다. 나는 부모님께는 정말 천하의 불효자식이 되고 말았다. 선교사로 떠나는것만 가지고서도 나는 이미 불효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부모님 낯을 볼수가 없게 되었다. 아내가 떠나던 날로부터 내 영은 산산이 부셔졌다. 이 땅에 홀로 서 있는것 조차 힘겨웠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는것도 싫었다. 아이들은 이제 어떻게 키워야 하나?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내없이 살아간다는것은 상상도 못했기에, 나의 삶과 사역의 근간이 뒤흔들리며 곤두박질쳤다. 이제는 선교도 목회도 다 못할것만 같았다. 아내가 있었기에 모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아내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다. 그때 아내도 죽고 나도 죽었다.그래서 아내가 떠나간 천국이 내게도 동일하게 임하였다. 아내는 부여장례예식장에서 이틀을 보낸뒤, 바로 양수리 수양관 침례교 총회장소로 옮겨졌다. 마침 침례교단 총회가 열리고 있었고, 총회에서는 아내의 순교를 두고 총회장으로 치루기로 결정하였다. 양수리 수양관에서 수많은 주의 종들과 함께 천국환송예배를 또다시 눈물로 드렸다. 그리고 여주 남한강공원묘지로 향했다. 여의도교회 한기만 목사님의 배려로 땅 한평없는 나에게 순교자 김진희 선교사를 위해 장지를 제공해 주신것이다. 오 주님,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수 있을까요? 나중에 한기만 목사님을 직접 뵈었을때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찌 몰라서 가만히 있는데, 하나님께서 한밤에 자고 있던 나를 깨우시더니, 너 가만히 있을꺼야' 하시면서 순교자를 위해서 장지를 내어 주실것을 결정하셨다고 한다. 어느 사모님은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환상 한가지를 내게 말해 주었다. 아내가 순교하기 이틀전에 아내가 어떤 고난을 통해서 어떻게 순교하는지를 선명하게 두번 보여주셨다고 한다. 이 환상을 본 사모님은 그것을 보고도 기도하지 않음에 오히려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부여의 한 성도는 아내의 영정을 보는 순간, 하나님께서 갑자기 영안을 열어 보게 하시더니, 영정속의 여인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하나님께로부터 생명의 면류관을 받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한 인터콥 사역자는 알마타에서 있게 될 여름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서 준비하는 동안에, 갑자기 하나님께로부터 두번의 똑같은 분명한 음성을 들었다고 말했다. '내가 이 땅가운데서 내 사랑하는 종 하나를 취하여 가겠노라' 그는 어느 누구를 취하실것인지 현지 사역자들을 주시하였지만, 그 모임가운데엔 없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그리고 9월 13일 한국의 뉴스를 통해 카작스탄 선교사의 살해소식을 접하면서 주님께 물었다 한다. '주님, 주께서 말씀하신 취하여 가시겠다고 한 종이 바로 저 선교사였습니까?' 하나님의 대답은 '그렇다' 고 말씀하셨다 한다. 나는 아내 떠나보내고 친구에 손에 이끌려 10월 안성 사랑의 수양관에서 열린 중보기도세미나에 참석하였다. 주강사로 엘리자베스 목사님이 오셨다. 그녀는 '막힘담을 헐라' 의 책을 쓴 저서로 한국에 알려져 있는 예언사역자이다. 세미나 중에 갑자기 이런 말을 하였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 아내를 잃고 슬픔가운데 있는 한 남편이 여기에 와 있습니다' 그 순간 나는 혹시 누가 내 이야기를 한 줄 알았다. 그리고 기도받으라고 일어서라고 하면 일어나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지금 일어나라고 해도 일어나지 않을것입니다' 나는 순간 내 생각을 읽고 있는것에 놀랬다. 그녀의 말은 계속이어졌다. '그러나 그 일은 하나님이 이미 아셨고 또한 하나님의 계획가운데 있었던 일입니다. 이제는 일만 하지말고, 조금 쉬면서 하나님과 깊은 교제가운데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나는 전율이 오는듯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텝진에 확인을 했는데 나의 일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명이 주님이 당신의 여종을 통해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었다. 중보기도세미나에서 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나는 너무나 힘든 마음에 비록 하나님을 감히 원망할순 없었지만, 왜 그 일을 허락하셨는지를 여쭙고 싶었다. 그래서 '왜요, 왜 그러셨나요 아버지...' 하고 기도했더니, 아버지께서는 오히려 내게 물어 오셨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이 길이 죽어야 되는 길이란것을 모르고 갔더냐?' 나는 이 말씀에 더이상 할말을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가는 이 길이 바로 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떠난 길이었기에... 그리고 선교사로 떠날때 주앞에 고백으로 찬양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주님, 내가 여기 있사오니, 나를 보내소서. 나의 맘, 나의 몸, 주께 드리오니... 나는 그때 마음만 드린것이 아니라 나의 몸둥아리도 주님께 드렸지 않았던가? 필리핀에서 카작으로 떠나기 위해 한국에 머문 두달동안 난 교회앞에서 두번이나 이런 고백을 설교시간에 했었다. '이번에 하나님이 순교시키면 나는 순교하겠습니다' 이렇게 내가 주님께 고백했던 말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렇군요. 예, 주님. 죽을 줄 알고 떠난 길인데도 아버지, 그래도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은 계속 내게 말씀해 주셨다. '너의 마음 내가 안노라. 나도 내 아들 너희를 위해 십자가에 내어줄때 나의 마음도 너와 같았느니라" 이 말씀앞에서 나는 하염없이 또 울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이 내 안에 들어 왔다. 나는 만약 아내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였다면, 그때 그 순간 아내를 지켜주지 않으신 하나님을 감히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내를 카작땅에 순교의 제물로, 희생의 제물로 삼으시기 위하여 택하였음을 분명히 믿기에, 그 하늘 아버지의 하신 일 앞에 그저 이 죄인의 머리를 숙이기로 했다. 그리고 나도 다시 언젠가 그 땅에서 제물로 드려지는 그날까지 피뭍은 복음을 전하기로 작정하였다. 살해현장에 놓여져 있었던 나의 성경책 위에는 그때 뿌려진 아내의 핏자욱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뭍은 복음, 그것 위에 아내의 피가 뭍어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카작민족에게 전하는것 뿐이다. 피뭍은 주의 복음, 피뭍은 나의 성경책, 내 평생 다가도록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