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청 접대과 책 추천 86, 고치 현으로 떠나는 북항스!

[신혜령]

안녕하세요. 길고 길었던 일주일간의 휴가도 오늘로 끝이네요.
그런고로, 서평도 이게 끝! 이 코너에서 만나는 것도 잠시 스톱!
당분간은 또 깊은 잠수를 타야할 것 같아요.
이번에 소개할 도서는 일본의 작가,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입니다.
태마는 ‘관광’과 ‘여행’인데요.

제가 때마침 휴가 기간이고 해서 확 끌렸죠. 그래서 읽었죠.

위에 사진도 좀 첨부했는데, 가족끼리 제이드가든 여행지에 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어디 외국 별장에 온 듯한 분위기.

자, 요새는 ‘바캉스’보다 ‘북캉스’가 더 유행한다죠?
그런 의미에서 휴가 마지막 책 추천 시작합니다.

도서명: 현청 접대과
지은이: 아리카와 히로
* 이 책은 아이프리 도서관 9번 문학에 4번 순수소설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책을 발견하게 된 건 ‘아리카와 히로’라는 친숙한 작가명 때문이었다. 그녀는 내게 ‘도서관 전쟁 시리즈’부터 시작해, ‘시어터’ 등의 작품으로 익숙한 이름이다. 그런 작가의 신작은 ‘현청 접대과’라는데, 처음 보고서 참 특이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흔히 ‘접대’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인 뜻이 뇌리에 더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받아드리면 ‘손님을 응대한다’는 뜻이지만, ‘접대’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술’과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문화가 빚어낸 씁쓸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제목에도 끌렸고, 작가에게도 끌렸고, 내용에도 살짝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다운받았다. 여기서 잠시 ‘현청 접대과’의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접대과’ 고향을 살려라!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하지만 고치 현청에는 ‘접대과’가 실재합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소설은 시작한다. 글속 배경은 일본 4대 주요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섬 시코쿠, 그중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조용한 지방도시 고치다. 그리고 본격적인 스토리가 이루어지는 무대는 고치 현청에 새로 생긴 부서 ‘접대과’이다. 갓 발족하여 어깨가 무거운 접대과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관광객들이 고치에 방문할까?’를 궁리하던 끝에 관광 홍보대사 제도를 도입하고,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직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치 출신 유명인사들과 접촉을 시작한다. 막내 직원인 ‘가케미즈’가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 ‘요시카도’를 섭외하지만, 한껏 성실히, 열심히 하고 있는 그에게 작가님은 ‘공무원이 다 그렇지’부터 시작해, ‘관청이 민간의 감각을 어떻게 따라가겠어’ 등등의 온갖 쓴소리를 무차별적으로 투척하신다. 그는 처음에는 뭔 소린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요시카도의 말이 ‘현실’이 되고 나서야 ‘실수’를 깨닷는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공무원들은 죄다 ‘느린 감각’으로 사나보다. 하여튼, 이때부터 접대과 막내 가케미즈의 ‘바둥바둥’이 시작된다. 물론, 그 혼자서 고생하지는 않는다. 작가 요시카도의 조언을 받아드려 민간에서 채용한 ‘다키’가 합류하고, 멀리서 어드바이스만 하던 요시카도도 한손 거들겠다고 찾아오고, 그의 주선으로 만나게 된, 전 현청 직원 ‘기요토’와 그의 딸 ‘사와’까지 가세한다. 그러나 응원군까지 영입했음에도 ‘접대과’의 접대는 쉽지가 않다. 7개 재난과 8개 고충이 때로는 외부에서 또 때로는 내부에서 마구마구 날아든다. 하지만 이런 우여곡절을 통해, 현실감 떨어지고 창의성도 쳐지고, 빡빡한 환경에 치이던, 그래서 공무원의 표상을 보여주던 ‘접대과’는 더디지만 조금씩 발전하는데..... 더불어 청춘남녀, 가케미즈와 다키, 요시카도와 사와의 분위기도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돌기 시작한다. 과연 ‘접대과’는 고치 현을 널리 알리고,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케미즈와 다키, 요시카도와 사와, 이 두 커플의 청춘은 어떻게 굴러갈까?
좌충우돌 유쾌발날한 공무원의 일상 and 청춘 남녀의 코믹 로맨스!
‘현청 접대과’는 서툴지만 당찬 발걸음으로 오늘도 고전하고 악투하는 청춘들의 유쾌한 드라마를 담고 있다. 작품의 무대이자, 주인공들의 고향인 고치는 이렇다할 볼거리도 없고, 이색적인 먹을거리도 없고, 오로지 빼어난 풍광만이 장점인 시골이다. 주 수입원은 관광인데, 소수의 매니아층에게만 인기 있을 뿐, 대중적인 ‘관광도시’는 아니다. 고향의 부흥을 위해서는 관광객 유치가 필수. 그리하여 현청에서는 ‘접대하는 마음으로 관광을 부흥시킨다’는 목적하에 따로 ‘접대과’를 신설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접대과의 출발은 순탄치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공무원’이라는 데 있었다. 그렇다. 공무원. 그들은 언제나 계획된 예산과 짜여진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이들의 대명사가 아니던가. 창의력이나 아이디어, 톡톡 튀는 센스나 변화랑은 지구와 안드로메다 은하 사이만큼의 거리가 있는 그들. 이렇다보니, 초장부터 비틀대고, 초장부터 열심히 까인다. 초반 가케미즈를 비롯하여 접대과는 작가 요시카도의 조언으로 어느 정도 잘 하는가 싶다가도 제자리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젊긴 해도 ‘공무원’이라고, 그 특성에 맞게 짜인 틀 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덕분에 글의 현실성이 부여된다.
나도 출판사에서 구청 공무원들과 일해봐서 ‘공무원’들이 어떤지는 얼추 안다. 시간감각이 없어서 원고 맨날 늦게 보내고, 보내온 문서도 여기저기 하자가 많아서 교정사가 아니라 편집자 역할까지 하게 만들고, 그래놓고 툭하면 수정해달라고 전화하고, 그 외 기타 등등 ....
문제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날이 샌다. 그래서 글속의 접대과를 보자니, 남같지가 않았다. 문제의식이 없을 때는 ‘에라이!’ 하면서 요시카도와 한마음 한뜻으로 짜증을 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현실감각을 잃어버리는 ‘관료적 조직’에서는 가케미즈와 함께 난감함을 느꼈다. 특히 전 현청 출신 공무원 ‘기요토’를 보면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20여 년 전 고치 현청의 공무원이었다. 그때는 시립 동물원 이전과 현립 동물원의 신설 계획을 수립할 무렵이었는데, 당시 희귀했던 ‘판다’를 유치하자는 안건을 제의한 인물이다. 당시에는 획기적이면서도 어려운 시도였기에, 받아드려지지 않았고, 애초에 경직된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던 기요토는 그 일을 계기로 현청을 그만두게 된다. 이 대목에서 예전 내가 갓 입사했던 때의 추억이 떠올라서 남같지가 않았다.
나도 입사 초기에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기획을 내기도 하고, 강의안이나 교육자료 등의 일회용 자료를 제작할 때도 온갖 공을 다 들였었다. 하지만 기획은 번번이 ‘그래서 뭐?’라는 시큰둥한 반응만 낳았고, 유의물 제작도 번번이 지원이 끊어져서 나중에는 나도 맥이 빠지고 말았다. 어쨌거나 박수도 같이 쳐줄 사람이 있어야 치는 법 아니겠는가. 경직된 건 관공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배웠다. 크든 작든, 조직이라면 어느 정도의 경직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젊은피’라고 가케미즈와 그 일당들이 바둥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공무원’이 아니라, ‘사람’으로 다가왔달까. 마치 지금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캐릭들이 남같지 않았다. 게다가 작품 요소요소에 첨가된 청춘 로맨스와 애피소드는 읽는 재미를 더했다. 다케미즈와 사와는 사회인인데, 하는 짓을 보면 애같고, 다키는 풋풋한 감이 느껴졌으며, 요시카도는 개중 제일 어른스럽지만 잘 들여다보면 이쪽도 귀엽다. 사실, ‘요시카도와 사와’ 커플은 설정상 나와 좀 가치관이 안 맞지만 ..... 둘의 관계가 어지간히 복잡해야 말이지. 이게 우리나라와 일본 문화의 차이인지, 가치관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일과연애가 절묘하게 섞여서 꼭 일일 시티콤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읽는 동안 관심있게 읽었던 장면들이 있는데, 바로 기요토와 함께 가케미즈와 다키가 고치 현을 비롯하여 관광으로 성공하게 된 지역을 탐문하는 과정이다. 내용은 픽션이라고 했지만 왠지 정말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꼭 내가 진짜로 고치 현에 직접 다녀온 기분이다. 글라이더장에서의 비행, 지역의 먹거리, 맨날 열리는, 그래서 특별할 것없는 시장이지만, 가만 보면 어쩐지 이국적인 정취가 흐르는 장터까지. 짜릿한 자극은 없지만 클래식한 정취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서 좋았다. 이거야 말로 요즘 유행한다는 북캉스가 아닐는지.
또 고향을 부흥시키겠다는 젊은이들의 노력도 감명 깊었다. 그러면서도 젊은층인 ‘가케미즈 일당’과 중장년층 ‘기요토’와의 콤비네이션이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다. 옛것은 새것을 경계하고, 새것은 옛것을 배척한다. 사람 관계든, 학문이든, 기술이든, 이건 거의 대부분 폭넓게 통용된다. 그런데 ‘현청 접대과’에서는 젊은이가 ‘어른’의 지혜와 경험을 빌리고, 어른이 ‘젊은이’에게서 추진력과 패기를 얻는다. 두 진영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위해 어울리는 점이 참 인상에 남았다.
‘아리카와 히로’의 작품은 가벼우면서도 어느정도 무게감이 있다. 이번 ‘현청 접대과’ 역시 유쾌한 로맨스지만, 고향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중대한 사안이 걸려 있다. 로맨스와 일, 둘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버무린 작품이었다. 게다가 공무원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말이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렇게 ‘현청 접대과’는 나에게 읽는 동안 여행관련으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했고, 여기에 ‘가케미즈와 다키’, ‘요시카도와 사와’의 로맨스가 곁들여져 설렘을 맛보았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