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료기기산업단지 5평 쪽방에서 한국 의료산업의 중추로 성장
벌써 10년이 흘렀나보다. 지금 내 명함을 보니 직함이 꽤 많다. ‘(재)원주의료기기 테크노벨리 원장’, ‘원주 혁신 클러스터 추진단장’,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교수’, ‘공학박사’, 이렇게 많은 직함을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지금에서야 ‘산업’이라는 게 뭔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고 또 산업단지를 혁신하는 ‘혁신 클러스터 추진단장’도 달고 있지만 솔직히 나는 2005년에서야 ‘클러스터’란 말을 처음 들었다. 내 원래 직함은 의공과 교수다. 당연히 산업이니 정책이니 하는 것은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해 초 산업자원부(이하 산자부)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좋은 소식이 있을 거다”라 하더니, 덥석 ‘혁신 클러스터 추진단장’이라는 직함이 떨어졌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 원주는 전국의 혁신 클러스터 중에서도 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좋은 평가는 바로 원주가 ‘혁신 클러스터’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이미 창업보육-포스트 BI(Post Business Incubator Center)-공단의 단계에 R&D와 인력 양성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혁신 클러스터의 구성 요소’를 잘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공단들에 비해 작은 규모 역시 빠른 성장이 가능하게 하는 요소였을 것이다. 작년 원주의 산업단지들이 낸 매출액은 1536억원 수준이다. 수도권의 최대 산업단지인 반월, 시화단지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지난해 원주의 의료기기산업의 매출액은 전년도에 비해 2.5배 성장했고 수출액은 3배 뛰었다. 2003년부터 거의 한 해에 100%씩 성장하고 있다. 원주 지역의 의료기기산업 전체가 작지만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원주의료산업단지의 역사를 말하기에 앞서 먼저 원주와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곳 원주는 이른바 ‘낙후 지역’이다. 한 번 생각해보라. ‘원주’가 어디에 있는지 머릿속에 팍하고 떠오르는가. 그럼 서울에서 몇 시간 정도 걸리는지 아는가.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고 하면 전화가 오곤 한다. “거긴 눈이 얼마나 쌓였느냐”고. 이제껏 원주하면 떠오르는 게 겨우 미군 부대가 있는 ‘군사도시’, ‘산골’ 정도의 이미지다.
하지만 원주는 행정구역상으로 강원도이긴 하지만 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가 맞닿아 있는 곳이다. “강원도에 눈 왔다”하는 얘긴 태백산맥 근처 저쪽의 얘기다. 또 이곳 원주는 서울 중심지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충분하다. 분당이나 수원 등 수도권 대도시에선 불과 한 시간이면 된다. 내가 원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다니 친구들은 ‘그럼 군인들하고 같이 사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그만큼 원주는 사람들의 눈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도시였다.
1998년을 기점으로 시작된 원주의료단지는 우리 의공학과가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서 시작됐다. 의공학은 산업과 경영, 의학이 복합된 학문이다. 이수학점도 타 과에 비해 많은 편이고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까다롭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어렵게 공부한 제자들의 취업률이 바닥이었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엘리트들이 취업할 데가 없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그러다보니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수준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쟁력 없는 지역의 경쟁력 없는 대학. 대책이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창업을 통한 ‘특성화’만이 살길이라고.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만 알던 내가 경영에 대해 뭘 알았겠는가. 또 의공학은 각종 기자재들이 필요한데 기자재들은 어디다 둘 것이냐가 큰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그 기자재들을 살 돈은 어디서 구하겠는가. 연구실은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캠퍼스 뒷산 산속에 가건물로 마련했다. 학교에서 고맙게도 어느 정도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생존을 위해 의료기기산업을 선택한 원주시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보건복지부 등등 지원 사업을 하는 곳은 모두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지만 “허허벌판 원주에 무슨 의료기기사업이냐”며 번번이 거절당했다. 일단 중앙정부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날로 ‘맨땅에 헤딩’이 시작됐다. 수천 명을 찾아다닌 끝에 원주시 관계자를 만났다. 그게 행운이었다. 원주시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생존의 문제’였다. ‘낙후 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는 중이었지만 ‘이곳에서 어떤 걸 해야 하나’하는 고민 중이었다고 한다.
의료기기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즉 얼마 돈을 들이지 않아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산업이다. 세계시장 규모로 따지면 1450억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500억달러) 규모보다도 큰 수치다. 고부가가치라 불리는 LCD산업보다도 의료기기산업의 부가가치는 30% 정도 더 높다.
이러한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콘텐츠는 있지만 자금과 기반이 부족한 ‘나’와 어려운 재정을 쪼갠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원주시’. “원주를 의료기기산업의 메카로 만들자”는 꿈은 이 만남에서 시작됐다.
덧붙이자면 나는 단연코 아직까지도 시에 아쉬운 소리를 해본 적이 없다. 사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를 ‘꼬셔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재정 상황이 그리 튼실하지 못한 걸 알고 있는 나에게 과분할 만큼 지원을 해줬다.
그 첫 지원이 지금의 흥업면사무소 자리에 있던 보건소에 창업보육시설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대학원생 대여섯 명과 이 자리에서 창업을 위한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물론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타 지역이나 원주시내에서 의료기기산업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기반을 갖고 창업을 꿈꾸던 과거 내 제자들이 이곳으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옛 제자들은 그렇다 쳐도 심지어는 의료기기의 ‘의’자도 모르는 김치장사나 이불장사 등을 하던 외부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의 제품 개발은 우리가 맡았다. 또 의학이나 공학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다. 단순한 봉사가 아니다. 애초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학생들의 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1년쯤 지났을까. 하나둘씩 결과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쓰러져 가는 기업도 있었지만 제품 시장성이 뛰어나 대량 생산을 위한 부지가 필요한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 원주 지역의 대표적인 의료기기 기업으로 성장한 메디아나도 그 당시 탄생한 기업 중 하나다.
원주시는 이처럼 성공 가능성을 보이는 기업들을 위해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태장농공단지(후에 태장의료단지로 바뀜) 안 1만3000여 평의 부지를 원주시에서 32억원을 들여 매입해 임대형 생산단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다시 15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뒤 입주 기업을 맞았다. 이중 3000여 평에 첫 공장이 들어섰다.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고 제품의 수준이 높아지는 게 꼭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만큼 고도의 장비와 더 많은 연구비가 필요해졌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맨땅에 헤딩’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좀 달랐다. 우리가 원주라는 산업의 불모지에서 의료기기를 통한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자 정부 측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는 RRC(지역협력연구센터, Regional Research Center)사업을 통해 1년에 5~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산자부는 TIC(지역기술혁신센터, Technology Innovation Center)를 통해 장비 구축에 1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직 ‘산(山)사람’이었다. 산속에 있는 가건물에 RRC사업 관련 연구 장비를 들여놓자 공간이 꽉 들어찼다. 때문에 학생회의 양해를 얻어 학생회관 동아리실에 TIC사업으로 마련한 장비들을 들여놨다. 학생들의 기타 소리, 꽹과리 소리와 함께 우리의 연구는 계속됐다. 이때쯤 태장의료단지 안에 창업보육 단계와 공장 설립 단계 사이에 있는 기업들이 입주하는 포스트 BI 시설도 마련됐다.
2003년을 기점으로 매년 100% 성장
2003년은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전환점이 된 해다. 바로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원주의료기기 테크노벨리’가 준공됐기 때문이다. 원주시는 연건평 2700평 규모의 이곳의 공사비로 100억원을 투자했으며 연세대학교는 테크노벨리 부지를 마련해줬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던 창업보육시설, RRC, TIC를 모두 이곳으로 끌어 모았다. 흩어져 있던 것을 한 데 모으자 폭발적인 시너지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또 2004년 10만여 평의 부지에 동화의료단지가 마련되면서 기존 임대 공장이 빼곡히 차있던 태장의료단지의 부지난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동화의료단지의 완공과 더불어 그간 원주를 지켜보던 큰 규모의 의료기기기업들도 하나둘씩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분양도 모두 마친 상태였다.
이로써 원주는 연구센터와 창업보육센터를 갖추고 있는 원주의료기기 테크노벨리, 농공단지에서 탈바꿈한 태장의료단지(임대 공장), 문막읍에 새로 건설된 동화의료단지(전용 공단)의 안정된 삼각구도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곳 원주도 비상의 날개를 펴고 있다. 2002년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4+9) 참여를 시작으로 지난 2005년에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로 공히 선정된 것이다. 또 같은 해엔 혁신 클러스터 사업에도 선정됐다. 혁신 클러스터 사업의 경우 7개의 사업단 중에 기존의 국가산업단지가 아닌 곳은 원주 사업단이 유일하다. 그만큼 우리가 클러스터의 구성 요소를 잘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원주의료단지로 인해 성장과 더불어 나에게 이런저런 ‘직함’이 생기다보니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자꾸 생기고 있다. 또 원주의료단지가 잘나가다 보니 여기저기서 비판도 들어온다. 지역 업체들이 영세하다는 비판, 또 원주의 의료기기산업이 로우테크(low-tech)에 치중됐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할 말은 해야겠다. 원주의료단지에 있는 의료기기기업은 모두 65개, 기업 수로는 전국 의료기기기업의 3.7%에 불과하다. 하지만 원주의료단지의 생산액은 전체 기업 생산액의 9%를 넘나든다. 수출은 12%를 담당한다. 이곳에 있는 기업들은 바로 ‘고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기업이란 뜻이다. 또 의료기기기업 중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 있다면 하나만 꼽아 달라.
또 원주의료단지가 ‘로우테크’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은 우리나라 의료기기산업 전반의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말이 있다. ‘외제 주사바늘은 찔러도 덜 아프다’는 말. 농담 같지만 진짜로 덜 아프다. 바로 커팅 기술의 차이 때문이다.
의료기기산업의 3대 메이저를 꼽아보면 GE, 지멘스, 필립스(지멘스는 현재 동화단지에 입주해 있다)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도 울고 갈 이런 공룡들이 바로 우리의 경쟁 상대다.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 더 많은 기술 개발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들을 제외하곤 모두 고만고만한 기업들이 경쟁 상대다. 그만큼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먹을 게’ 많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세계 의료기기시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0.9%에 불과하다. 아직 이만큼 밖에 못 ‘먹었다’는 뜻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고 이러한 비판들과 맞서야 하기 때문일까. 솔직히 요즘 난 좀 지치는 것 같다. 원주의료단지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선 나 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이 이곳을 이끌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힘 있는 사람이 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꼭 내가 아니더라도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여러 직함으로 나를 부르지만 난 ‘교수’라고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 자랑 같지만 어디를 가서도 ‘교수’라고 하면 그래도 예의는 차려주는 게 우리나라다. 단장이니 원장이니 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 말이다.
나는 이런 ‘교수’니까 이 자리를 빌려 우리 의공과 자랑을 꼭 해야겠다. 어찌어찌해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애초에 원주의료단지의 시작은 의공과 학생들을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수능 성적이 중요한 나라니까 먼저 수능 성적으로 말해보자. 의공과는 서울 중위권 대학의 상위학과에 필적한다. 지방에 있는 대학교 중에선 최상위의 성적 분포를 보인다. 취업률? 당연히 95%를 넘어 100%를 넘보고 있다.
이 같은 ‘간단한’ 것 말고 컬럼비아대, 예일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과 비교 해봐도 우리 과는 이미 ‘월드 클래스’다. 연구비 수준 세계 3위, 연구과제 수 세계 2위, 평균연구비 세계 17위, 학생 1인당 교수 수 32위, 교수 1인당 논문 수 32위 등이 조사 결과다. 아시다시피 서울대도 세계 100위권 내외를 왔다 갔다 한다.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입학생이 없어 쩔쩔매던 우리 학과가 이만큼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다. 얼마 전 한 지자체의 담당자가 나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지역에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서 “이를 위해 ‘바이오 센터’를 지었는데 이제부터 뭘 하면 좋겠느냐”고 말이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지금 많은 ‘바이오 센터’들이 음료수나 과자를 만들고 있다. 바로 ‘콘텐츠’가 없어서다.
현재 정부는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역경제 살리기’에 한창이다. 나 역시도 이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필수다. 무작정 나눠주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그 지방자치단체처럼 건물부터 지어놓고 바이오 산업 한다면서 음료수나 만들게 된다. 보다 효율적인 사업을 위해 그리고 진정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콘텐츠’있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를 돕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혁신도시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연계해 수도권과 대전 충남을 제외한 광역시도에 원칙적으로 1개씩 들어서는 도시를 말한다. 지난 2005년 입지 선정 단계에서 광역시도 내 기초자치단체들의 이해가 얽혀 진통을 거듭했으나 전북을 시작으로 광주, 전남, 울산, 경북, 부산, 경남, 대구, 제주, 충북 등이 모두 입지 선정을 마쳤다.
기업도시란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주택, 교육, 의료시설 및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자급형 도시를 말한다. 기업이 투자 계획을 갖고 도시를 개발한 뒤 상당수의 인력과 자본을 기업도시로 이전해 가는 방식이어서 개발 기간이 비교적 짧고 도시 개발과 기업 투자가 동시에 이뤄진다. 산업교역형, 지식기반형, 관광레저형 등으로 구분되며 원주, 충주, 태안, 무주, 무안, 영남, 해남이 시범 지역으로 선정됐다.
원주의료단지속 기업들
하나, 원주의료기기단지 대표기업 메디아나
메디아나는 원주의료단지의 역사와 함께 커온 기업이다. 보건소에 있던 5평짜리 창업보육센터에서 시작해 태장의료단지에 임대 공장을 마련한 후, 동화의료단지 건립과 함께 이곳에 왔다. 또 연세대 의공과 79학번으로 윤형로 교수의 제자인 이 회사 길문종 회장은 '국내 벤처 1호' 메디슨에서 해외 영업을 진두지휘했던 입지전적 인물.
동화의료단지에 위치한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아나 공장에서는 미국의 의료기기 기업인 ‘스페이스 랩’에 공급될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이 제품은 맥박, 체온, 혈압 등을 체크하는 환자 감시 장비로 독일의 지멘스,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세계적인 의료기기 브랜드들과 경쟁을 하고 있다.
메디아나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미국 타이코, 스페이스랩 등을 비롯해 스위스 쉴러, 일본 콜린 등 세계적인 의료기기업체에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공급되고 있다. 의료기기 최대 브랜드인 지멘스와 우리 제품이 사실상 경쟁을 하는 셈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수출액만 100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2000만달러 돌파를 예상하는 등 관련 산업에서는 물론 이 지역 최대 수출업체다.
메디아나는 현재 병원용 의료기기 생산업체 메디아나를 모기업으로 LED업체인 메디아나전자, 휴대전화용 소형 BLU(LCD에서 광원 역할을 하는 장치) 전문기업인 나노엘시디 등을 자회사로 둔 메디아나그룹으로 성장했다.
둘, 동화의료기기단지 입주 1호 기업 에이아이랩
에이아이랩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구자석식 MRI 촬영기를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기업이다. 동화의료단지의 시작과 함께 원주에 터전을 마련한 에이아이랩의 시작은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였다.
“1995년 삼성병원을 개원하면서 의료 기술과 전자 기술을 접목한 신사업을 창출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삼성종합기술원에 근무하던 임장수 상무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GE와 협력을 맺어 MRI장치의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IMF로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을 정리하면서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GE가 프로젝트가 취소되더라도 향후 10년간 삼성전자가 MRI장치를 시장에 내놓을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사업의 재개 여부도 불투명했다.
연구원들은 개발하던 MRI장치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고가의 대형 병원에만 설치할 수 있는 초전도형 MRI장치와는 달리 영구자석식 MRI장치는 유지비와 가격이 저렴해 우리 실정에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내 공모를 거쳐 한양대 내에 삼성이 기부한 벤처타운에서 제품 개발을 마친 후 동화의료단지에 입주했다.
임장수 상무는 “원주가 의료기기산업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실지로 지방 이전 보전료는 물론 혁신 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2000여만원의 비용과 연구 인력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셋, 온돌매트로 ‘세계 정벌’나선 누가의료기
지난해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및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누가의료기는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에 일가견이 있는 기업이다. 중국 법인을 설립해 현지 공장을 세우고 500여 개의 지점을 설립해 중국 가정 의료기기 판매 1위의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의 주 제품은 바로 온열치료기.
“원래 경기도 광주임대공단의 ‘쪽방’에 회사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커나가기 시작한 건 바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면서 부터죠.”
김홍재 대표의 말처럼 국내에선 온열치료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때문에 누가의료기는 ‘블루오션’ 중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김 대표는 “온열치료기는 고소득층보다는 중·저소득층에 특히 인기 있는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낮은 중국은 바로 온열치료기가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시장이었다.
중국 현지 법인이 생긴 2003년부터 누가의료기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03년 32만달러, 2004년 223만달러, 2005년 1563만달러, 지난해 2321만달러의 수출액이 이를 잘 말해준다.
문제는 공장 부지였다. 또 광주임대공단의 시설이 워낙 열악해 해외 바이어들을 맞기도 민망할 수준이었다. 때마침 원주에 의료기기단지를 짓고 있다는 소식에 쾌재를 부른 김 대표는 바로 분양 사무소로 달려갔다.
“온열치료기의 생산 공정은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또 웬만한 부품들도 모두 아웃소싱할 수 있죠. 때문에 원주 지역에서 충분히 인력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이 워낙 마음이 넉넉해 노사문제도 거의 발생하지 않고요.”
또 누가의료기는 해외 위주로 판매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본사가 꼭 서울에 있지 않아도 됐다. 김 대표는 “원주에 오고 나서 맑은 공기를 마셔 훨씬 젊어진 느낌”이라면서 “의료기기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과 깨끗한 환경을 가진 원주의료단지는 우리 회사가 성장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넷, 원주의료단지의 막내기업 휴렙
의료기기용 전극을 생산하는 휴렙이 있는 곳은 강원테크노파크 원주 분소다. 강원테크노파크 원주 분소는 의료기기벤처기업을 위한 포스트 BI 시설로 이제 막 창업보육의 단계를 거친 기업들이 공장을 마련하는 곳이다. 원래 태장의료단지 안의 포스트 BI 시설이긴 했지만 최근 많은 벤처기업가들이 이곳으로 몰리면서 새로 시설을 지은 게 이곳이다. 제품 개발을 끝마치고 이제 막 대량 생산에 들어가려 하는 휴렙의 류기홍 대표 역시 연세대학교 의공과 출신이다.
“1998년 석사과정을 마치고 의료용 전극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의료공학에 대한 지식을 인정받아 좀 이르게 연구소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류 대표는 연구소장을 맡아 일을 진행하다보니 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의료용 전극은 환자에게 직접 닿는 부분이니 특히나 제품의 품질이 중요한데, 회사 사람 대부분이 의료공학에 대한 지식이 없다보니 전극이 대부분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성도 좋아보였어요. 물론 단가가 낮아 ‘대박의 꿈’을 꿀 순 없지만, 거의 모든 의료기기에 쓰이는 제품이니 잘만 만들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아직 대량 생산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벌써 휴렙이 만들고 있는 의료용 전극에 대한 반응이 상당하다. 연세대 등 여러 대학교의 연구소는 물론 삼성종합기술원 등 대기업 연구소들이 그의 제품을 찾고 있는 것. 얼마 전엔 일본의 대기업에서 휴렙의 전극을 쓰고 싶다며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첫댓글 의료기기분야의 독보적인 선두주자, 윤형로 박사!! 화이팅!!!원주에서는 이미 하늘이?고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하늘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고 많으십니다..한국 의료기기의 발전이 원장님 어께에 달려 있습니다..
윤박사 화이팅! 날로날로 발전이 있기를 바랍니다.
큰 박수를 보냅니다.ㅉㅉㅉ,,,,
윤원장---우선,축하부터하구요--- 의용전자가각광받고있는시대에 막중한책임을맡아 의미가큰것같소.
윤박사님께 큰 박수 보냅니다.
우리 국민 질병 제로-세계에서 제일루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 주세요. 그 노고에 경의를...
윤형로 교수,원장님! 사진 모습보니, 옛날 그 모습 그대로 구나. 정말 오랫만이네. 계속 발전이 있기를 빈다.
강원도와 원주시 발전의 주역...ㅉㅉㅉ
열정적으로 일하시는 성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의료기 첨단 분야 선두주자이시요 국제화시대에 한국 화이팅
훌륭한 우리 친구 자랑스럽습니다
윤형로박사~ 큰 박수 보냅니다,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