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먼핑크salmon pink, 우리는 누구나의 연인
(김윤이)
오래전부터 사랑서적을 고르던 내가 첫 연시집을 사버리자 그녀가 물었네 이별에서 기억이 돌아오니 어때 어때, 다소 방어적인 자세로 답하고 싶었지만 기억이 돌아온다는 건 어떤 거야, 하는 답변으론 어떤 거야가 맞는 거다 세상의 이목에 신경 쓰지 않으려 말해주었네
섬세한 손동작이 몸을 옮아다니다 기분 좋게 전신이 비등하여 끓지 수음하듯 나머지 끌어안는 거지 외설스럽지도 않아 맹세코 다시 나라는 건 치렁한 고독으로 아름답지 나라는 하나로 이어가면서 흩어졌다 모여 모두 새로 탄생하거든 그런데 내 속으로 낳은 탄생은 왜 속 훤히 아파 서늘한 걸까
더듬적대며 묻고 계면쩍었을 너도 문득 고요해졌다
하, 늦여름 우리의 작별 못미처에서였다 언제나처럼 바람센 풍경은 사람들 표정을 잡숫고 너와 나는 저녁으로 자반연어 한 조각 집어 삼켰네 잠시 스쳐 지나는 인상들로 남아주기 위해 그림자 긴 가로수 발걸음 참아주었네
아, 살점 도려내듯 날 떨치려는 그여서 그래설까 작별 키스 한 입속엔 퍼들대다 남겨진 내 붉은 살점! 초연해야 하는데 입꼬리에 잔뜩 힘준 나에게선 내 속을 뭉텅 떼인 여름날이 보인다 다신 실연되지 않을 연애시를 추억의 찌기를 맛본 눈물비린내 난다
**김윤이: 《조선일보》신춘문예로 등단.
( 2014년<시와미학>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