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43 비추천:0
2015. 05. 27. 수요일
pody
편집부 주 아래 글은 사진불패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
사실 이 사용기를 쓴 게 벌써 몇 년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이 렌즈를 만들고, 들고다니며 사진찍고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렌즈 개발도 처음에는 깜깜한 밤중에 더듬거리며 동전 줍듯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제법 좋은 사진을 찍게 되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기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잘 하던(?) 출판사 말아먹고 이 기술로 창업까지 하게 되었으니 다 여러 회원분들의 응원 덕입니다.
재작년이던가 KBS에서 '임파서블 렌즈'라는 다큐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저하고 똑같은 시행착오 겪으며 비슷한 렌즈 개발해낸 호주의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 이야기였는데, 세상에나, 저랑 똑같은 일을 겪는, 그리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또 있더군요.
그 다큐 끝에 입체 영상 촬영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옵니다. 그 부분까지 저랑 똑같네요.
저도 이 렌즈 덕분에 지금은 렌즈 하나로 입체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고, 개발한 기술로 다큐도 한 편 촬영했고 또 지금은 이 기술을 이용해 입체 복강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의료용 입체영상이 매우 어지럽고 기술개발이 안되고 있었거든요. 이 기술을 이용하니 매우 좋은 입체영상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걸 사업화하기 위해 창업했고, 자금 때문에 쫓기기도 하고, 투자유치라는 것도 해보고 있고,
이런저런 처음 겪는 일들에 얼떨떨해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나 얌전히 하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렌즈 덕분에 인생이 드라마틱해졌네요.
어쨌든 이 부분은 개발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를 나중에 사용기 형태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렌즈 중 에피소드가 가장 드라마틱하기도 하니까요.
여기서 공개하는 방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말아주세요. 순수하게 사진가 개인이 자작을 통해 렌즈를 만들고, 이런 사진을 촬영하신다면 환영합니다. 이러한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우선 전에 제가 올린 사용기를 먼저 읽으시는 게 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난 기사 - '학교에서 살아가는 곤충들'을 펴내기까지 1
자 그럼 시작합니다.
오늘 올릴 내용은 제가 만든 렌즈 중 주력으로 한동안 사용하고 있는 렌즈의 구조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동안 렌즈 조합 방법을 10여 가지 넘게 찾아내었기 때문에 모두 다 설명을 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글과 사진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져서 읽기에도 부담스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제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렌즈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파리매가 강아지 같네요.
화각이 약간 좁아 아쉽기는 하지만 제가 써 본 렌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뽑아내주고 있는 렌즈입니다. 그러나 이 렌즈는 글과 사진으로 구조를 정확히 설명드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정확한 스펙을 모른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렌즈를 분해해서 거기에서 나온 렌즈알을 따로 조합해가며 만든 렌즈이기 때문입니다. 측정 장비나 선반, 렌즈 구조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백 번 실험만으로 조립했습니다. (렌즈 개발 초기에 절대로 이런 정도까지는 가지 말자 하며 마음속으로 다짐을 여러번 했는데 마지막 렌즈 덕분에 진짜 폐인이 되어버렸습니다.)
렌즈 만드는 중간에 가지고 있는 렌즈 알맹이들로 실험 조합이 가능한 렌즈의 가지수를 대충 계산해보니 1억 가지가 넘더군요. 그중 한 가지를 찾아낸 셈이니 렌즈 만드는 데엔 운도 따라줘야 하는가 봅니다.
그럼 재미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렌즈에 대한 원리를 살펴볼까요?
이 렌즈의 특성은 넓은 화각과 깊은 심도, 그리고 대물렌즈가 매우 작고, 렌즈 끝부터 무한대까지 초점조절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깊은 심도와 높은 접사 배율이지요. 우선 깊은 심도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피사계심도가 깊은 사진을 얻으려면 광각렌즈, 정확히는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일수록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dslr에 사용되는 초광각 또는 어안렌즈들이 8~12mm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렌즈들은 같은 조리개값일 때 망원계의 렌즈보다 심도가 깊어 초점이 맞는 부위가 보다 넓어지게 되지요.
조리개값과 심도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
(위 사진은 사진술쏴님의 자료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렌즈들을 dslr에 접사 용도로 사용하게 되면 심도가 너무 얕아져버립니다. 8mm 정도의 초점거리를 가지고 있는 렌즈라도 화면의 일부에만 촛점이 맞게 되는 겁니다.
더구나 화각이 넓어서 호랑나비처럼 제법 큰 곤충을 촬영해도 파리 같은 느낌으로 사진이 찍힙니다. 그나마 접사배율이 좋다는 니콘 10.5mm렌즈도 0.2배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정도는 가까이 다가갔다는 의미에서 접사이지 배율로 보면 접사가 아니지요. 위압갑도 별로 없고요.
또 한가지, 깊은 심도를 얻는 조건은 매우 높은 조리개값입니다. 그러나 시판되는 렌즈들로는 아무리 조여도 F64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러면 더 조일 수 있도록 만들면 해결되까요?
안타깝게도 그 이상 조리개를 조일 수 있도록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회절현상 때문에 화질이 너무 떨어지는 렌즈가 되어버립니다.
빛은 좁은 구멍을 통과하면 파도처럼 떨리게 됩니다.
이것이 회절현상인데 이러면 사진이 선명하게 나올리 없겠죠.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우선 처음 만들었던 렌즈를 보시지요.
회원 몇 분이 공제했던 렌즈입니다. 이 렌즈는 내부 구조가 이렇게 생겼습니다.
왼쪽부터 메인으로 쓰인 보드렌즈, 25mm확대렌즈 리버스, 진한 녹색부분은 교환식 조리개, 그리고 결상을 해주는 25mm렌즈입니다. 렌즈를 두 개 이상 조합해서 사용할 땐 앞쪽부터 정상 방향, 리버스, 다시 정상 방향 이런식으로 구성해야만 상면만곡이 없는 렌즈를 짤 수 있습니다.
상면만곡이란 그림 같이 편평하게 나와야 할 이미지를
둥글게 나오도록 왜곡시키는 현상을 말합니다.
사용된 렌즈는 모두 CCTV용 보드마운트렌즈입니다. 정립상 촬영이 가능한 렌즈 시스템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시면 맨 오른쪽 촬영될 이미지가 맺히는 면(촬상면)에 도립으로 상이 맺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도립상이란 상하좌우가 반대로 바뀌어 나오는 이미지입니다. 일반적인 렌즈는 촬상면에 도립상이 맺히도록 설계되지요. 그걸 소프트웨어로 180도 회전시켜서 출력하면 원래의 상하좌우에 맞춰진, 정립상 사진이 나오게 되구요.
이 렌즈가 일반 렌즈와 다른 것은 렌즈 내부에 결상(이미지가 맺히는) 위치가 두 곳 있다는 것입니다.
메인 렌즈에서 일차로 상을 모아 렌즈 중간에 형성된 상을 확대렌즈로 받아 확대시키면서 다시 도립상을 이차로 만들고, 그 상을 결상렌즈에서 받아서 촬상면에 최종 도립상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지요. (당췌 뭔 소린지 쓰는 저도 헷갈리네요.)
이해하기 쉽게 또다른 그림으로 보자면 이런 형태가 됩니다.
이렇게 렌즈 중간에 결상위치가 오도록 설계를 하면 메인으로 사용하는 렌즈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F값을 매우 높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런 설계방식 말고 일반적인 렌즈 설계방식대로 하게 되면 센서의 크기 때문에 초점거리가 짧은 렌즈로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dslr에선 8mm 정도가 한계치인 셈이지요.
반면 똑딱이 카메라들 처럼 촬상면이 작고 이미지 센서와 렌즈 마운트 사이의 거리가 짧아도 되는 렌즈들은 초점거리도 짧으면서 심도도 깊게 만들 수 있지요. 다만 바디 포퍼먼스가 달라서 dslr에 익숙해진 사진가들이 답답해하겠지만요.
제가 만든 렌즈 시스템을 한마디로 요약해서 설명하자면 'dslr에서 사용 가능한 초점거리 2mm대의 렌즈'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립상을 만들면 화질이 영 안좋은 사진이 나오는 겁니다. 보정 방법을 바꿔보아도 원래 화질이 별로 좋지 않으니 나아지질 않더군요. 아무래도 작은 구경의, 그것도 100만화소 미만의 용도로 만들어진 렌즈를 사용하니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립상을 포기하고 도립상 촬영을 해보는 것으로 실험을 했지요. 그랬더니 좀더 나은 화질이 나왔던 겁니다.
이 렌즈는 뒷 부분의 결상렌즈 부분을 빼고 이런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 방식은 바디쪽의 결상렌즈 하나를 빼고 렌즈 중간에 한 번만 결상이 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세팅을 하니 화질이 좀더 나아지더군요.
이 시스템에 메인으로 사용할 보드렌즈는 2mm전후의 스펙이라면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렌즈 조합은 몇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선 조리개 조절을 위해 조리개를 교환해야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통상 사진을 찍을 때, 일반적인 렌즈는 촬영 순간에 조리개가 함께 닫히기 때문에 촬영자가 촬영 직전까지는 뷰파인더가 밝은 상태에서 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렌즈 조합방식을 사용하면 초점 조절을 할 때나 촬영을 할 때나 조리개가 닫혀 있는 상태이지요. 거기다가 F값도 250근처이다보니 뷰파인더를 보며 초점을 잡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이를테면 심도 미리보기를 한 상태로 초점을 조절해야만 하는 렌즈인 것이지요. 한 번 실험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가지고 계신 마크로렌즈의 조리개값을 최대한 높게 조인 상태에서 심도미리보기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 후에 초점을 조절하려 하면 뷰파인더가 깜깜해서 잘 안 보이게 되지요.
물론 초점을 미리 맞추어 놓고 노파인더 샷을 날리면 촬영하는 게 가능합니다만 쉽지 않은 문제이지요. 어쨌든 저는 이 상태로 몇 달간 적응기간을 거치며 촬영을 했습니다.
메인으로 사용한 렌즈 중에서 핀홀렌즈가 하나 있었습니다. 2.1mm보드렌즈를 사용하다 핀홀렌즈를 이 시스템에 적용해서 촬영해보니 더 나은 화질의 나오더군요. 그래서 그 당시 가장 많이 사용한 렌즈 조합이 바로 아래 시스템입니다.
이 사진이 핀홀렌즈를 메인으로 사용해서 촬영한 사진이구요.
화질은 훨씬 나아졌는데 화각도 심심할 만큼 좁고, 조리개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반 렌즈의 알맹이를 뜯어내고 조리개링만을 사용하면 어떨까 해서 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리개의 위치가 맞지 않는 겁니다!
결국 CCTV 렌즈 제조회사로 쫓아가 조리개를 여기에 맞게 주문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리개를 일본에서 생산한다는 절망적인 말만 듣게 되었지요.
더 나은 방법이 없나보다 하며 한동안 이 시스템을 쓸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중간에 확대용 렌즈로 사용하던 25mm렌즈 대신에 35mm렌즈를 구해서 교체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와우!!!!!!!!!!!!!
더 나은 화질이 나왔습니다.
확대용 렌즈의 구경과 화질이 밀접한 관계가 있었나 봅니다. 확대렌즈에 니콘 50mm 1.8을 리버스해서 사용해보니 더 좋은 화질이 나오네요. 다만 50mm를 확대렌즈로 사용하면 렌즈 전체의 길이가 너무 길어져버립니다.
25mm~35mm 사이의 렌즈를 써야만 적당한 길이의 렌즈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중고 장터에 필요한 렌즈를 구한다는 글을 띄웠습니다. 저는 28mm렌즈를, 벌하늘소님은 35mm렌즈를 구하셨지요. 모두 수동렌즈였습니다. AF를 쓸 것이 아니니 수동렌즈라도 상관없었지요.
이 렌즈를 사용하면 조리개 문제가 약간이라도 해결이 됩니다. 반자동 조리개로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조리개를 연 상태로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를 닫은 후 사진을 찍으면 되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웬걸 또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긴 했는데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사용 가능한 렌즈가 별도로 있거나 제가 시스템 구성을 무언가 잘못했나 봅니다. 어쨌든 제가 구한 28mm렌즈는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것 같고 (흠, 어디에 두었더라?) 벌하늘소님이 구하신 35mm렌즈도 어딘가에 처박혀 있을 듯 싶네요.
그러고보니 이런저런 렌즈 사다 실험하느라고 용돈이 주머니에 붙어있을 새가 없었네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이상 발전이 불가능한 걸까?' 무언가 될듯 될듯 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으니 속만 끓이고 있었죠.
또 하나 궁금했던 건 '핀홀렌즈와 보드렌즈는 왜 화질 차이가 나는 이유'였습니다.
두 렌즈를 비교해보니 핀홀렌즈는 1/3인치 ccd대응 렌즈였고, 보드렌즈는 1/4인치 ccd 대응렌즈였던것 같습니다. 아마도 촬상면을 넓게 커버할 수 있는 렌즈가 화질이 좋은 것 같습니다.
두 렌즈의 뒤쪽 구경 차이도 제법 큽니다. 렌즈 뒤쪽의 구경이 크면 클수록 화질이 좋아지나봅니다. 그런데 구경이 큰 렌즈들은 화각이 좁네요. 최종 시스템에서 핀홀 렌즈를 쓰지 않고 있는 이유입니다. 화질은 더 좋겠지만 대신 화각이 좁아지거든요.
핀홀렌즈가 130도 약간 안 되는 정도의 화각이 나오고, 현재 벌하늘소님이 쓰고계신 렌즈는 160도, 제가 쓰고 있는 렌즈는 160도가 약간 안 되는 정도 화각이 나오고 있지요.
별로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화장실에 앉아 근심을 해결하고 있다보면 불현듯 좋은 생각이 나고는 합니다. 어떨 때는 잠들기 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결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지요. 렌즈 때문에 며칠을 끙끙 앓고 있을 때였는데, 저녁 잠자리에 들어서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왜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 하고 부랄을무릎을 치고는 일어나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사무실에나 나가야 실험을 해 볼 수 있을 텐데 시간이 12시가 넘어가고 있으니 그 시간에 출근을 할 수도 없고, 렌즈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니 잠은 안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밤새 화장실만 들락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놈에 마누라는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 렌즈 때문에 말라죽게 생겼는데 쌔근쌔근 잘도 자고 있네요.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닌데 괜히 부아가 치미는 게 사람 심리 참 이상하기도 합니다. 저 사람이 이 시간에 출근을 다 하네? 하며 이상하게 쳐다보는 마누라 뒤로 하고 부리나케 새벽 참에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마크로렌즈 앞에 이런 저런 렌즈 조합을 붙여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화질도 괜찮은 게 제법 쉽게 세팅이 되네요. 이런.... 왜 그동안 이런 생각을 못하고 있었을까요?
고정관념이란 게 참 무섭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아님 다른 일을 할 때도 자유로운 상상을 방해하거든요.
어쨌든 이렇게 하나의 렌즈 조합을 발견하고 나서 그때까지 실험하고 만든 렌즈를 다 잊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지금까지 읽으셨던 렌즈 조합 방식은 다 실패사례라고 생각해주세요. 렌즈의 원리만을 기억해주시구요. 원리는 같거든요.)
지금부터 제가 쓰고 있는 렌즈의 조합을 설명해드리지요.
재미있는 사진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낸 조합은 이렇습니다.
위의 렌즈는 직선타입, 아래 렌즈는 프리즘을 이용해 렌즈를 틸트해 놓은 타입의 렌즈입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다시피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직선 타입의 렌즈는 이 렌즈가 아닙니다만 이 시스템을 만들고 나시면 좀더 진화시키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글로 설명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쉽지 않으니 나중에 기회가 닿길 기다려야죠 뭐...)
어쨌든 이 직선타입과 프리즘 타입 렌즈로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 렌즈의 내부 구조는 이렇습니다.
왼쪽부터 메인으로 사용한 보드렌즈, 확대렌즈, 마크로렌즈(사진에는 다른 렌즈입니다), 접사튜브에 오목렌즈를 넣어 텔레로 개조한 것, 바디 이렇게 세팅된 것입니다.
처음 만들었던 렌즈와 구조가 비슷합니다. 바디쪽 결상렌즈 대신에 마크로렌즈를 사용한 것, 그리고 텔레를 사용한 것이 다르지요. 그리고 확대렌즈와 마크로렌즈 사이를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렌즈는 도립상 촬영을 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메인이 되는 보드렌즈는 대원전광에서 생산한 DW178520 렌즈로, 초점거리 1.7mm, 이미지 써클 크기 1/4인치, F 2.0, 화각 160도 짜리 렌즈입니다. 그동안 꽤나 많은 렌즈를 구해다가 실험을 해보았는데 이 시스템에서는 이 렌즈가 가장 좋았습니다. 다른 렌즈는 화각이 좁거나 화질이 떨어지더군요. (용산 전자상가쪽에 가시면 CCTV파는 곳이 여러 곳 있습니다. 그쪽에서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대체할 만한 렌즈로는 인터넷 검색 중 찾아낸 독일에서 생산된 렌즈가 있습니다. 스펙이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구할 길이 없어서 거의 포기 상태로 있습니다. 이베이를 통해 다섯 개 정도를 사려고 했는데 낱개로는 판매를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20만원 가까이 하는 렌즈를 100개 쯤 구해놓을 수도 없고)
국내에서 샘플 생산된 대체 렌즈도 있기는 한데 그것도 소량만 샘플로 생산 된 후 양산이 되질 않고 있어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 렌즈들이 국내에서도 생산되겠지요.
확대렌즈는 역시 대원전광의 DW350420입니다.
이 렌즈는 다른 렌즈 생산 회사에서도 같은 스펙의 렌즈를 생산하고 있으니 다른 걸로 구하셔도 되지 않을까합니다.
마크로렌즈는 탐론 90마 니콘용을 사용했습니다.
Tamron 90mm Macro for Nikon
니콘의 105마 구형을 사용하셔도 됩니다. 다른 브랜드의 카메라를 사용하고 계시다면 100mm 정도의 1:1 마크로렌즈를 사용하시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AF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AF-s렌즈라든지 초점 조정이 빠르지 않은 렌즈를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90마보다 105마가 세팅하는 데 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초점거리가 긴 렌즈를 쓰면 비네팅을 줄이는 데 더 유리하더군요.
각 렌즈 사이의 거리는 고정된 값이 아니라 렌즈의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달라져야 합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좀 난감합니다. 제 렌즈는 메인렌즈와 확대렌즈 사이가 약 2센티미터 정도 됩니다.
이 시스템은 마크로렌즈의 초점링을 돌려가면서 초점을 맞추게 되는 시스템인데, 메인렌즈와 확대렌즈 사이가 너무 멀어지면 비네팅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가까워지면 화각이 너무 좁아져버릴 수 있으니 적당한 값을 각자의 시스템에 맞게 찾아야 합니다.
확대렌즈는 25mm렌즈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그보다는 35mm렌즈가 100mm급의 마크로렌즈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확대렌즈와 마크로렌즈 사이 역시 비네팅 정도를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가 가까와지면 비네팅이 적게 나타나고 멀어지면 비네팅이 생깁니다. 비네팅이 나온다는 뜻은 이런 식으로 사진이 찍힌다는 것입니다.
녹색 부분의 텔레컨버터는 겐코 접사튜브에다 오목렌즈를 구해서 넣은 것입니다. 자작 텔레컨버터가 된 것이지요.
접사튜브는 렌즈 없이 구멍만 뚫려 있는데 여기에 오목렌즈 10디옵터 정도 되는 것을 구해 넣으시면 됩니다. 안경점에 부탁해서 안경알로 사용되는 오목렌즈 -10디옵터 짜리를 넣기도 해보았는데 화질이 좋질 않았습니다. 색수차가 심하게 나오더군요. 기존에 판매되는 텔레컨버터도 써보았는데 역시 색수차가 많았습니다. 그냥 오목렌즈가 확대도 하면서 색수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예전 올림푸스 필카에 고정식으로 붙어 있는 줌렌즈(28-100mm)를 분해해서 나온 렌즈였습니다. (필카 이름이 L-20인가 그랬는데 정확하지 않습니다. 28-100mm줌 렌즈가 달려 있는 올림푸스 필카를 검색해보시면 나올듯 합니다.) 렌즈를 뜯어내고 그 속의 오목렌즈를 보니 네 개가 나오더군요.
가장 앞쪽의 배율 높은 오목렌즈를 사용하면 풀프레임 바디에도 비네팅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캐논 5D마크투에 붙여 찍은 테스트 사진입니다. 비네팅이 없이 세팅이 가능하더군요.
캐논 100마에 배율 높은 오목렌즈를 사용하면 풀프레임도 가능하니 니콘의 풀프레임에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오목렌즈를 넣어 텔레컨버터로 개조할 때 렌즈의 방향이 중요한데, 앞의 그림과 같이 오목한 부분이 마크로렌즈를 향하도록 만드셔야 합니다. 반대로 넣으면 상면만곡이 생깁니다.
아래는 텔레컨버터를 만드는 모습입니다.
다음은 프리즘 타입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림을 보시지요.
루프 프리즘(Roof Prism)을 이용해 45도로 굴절시켜놓은 렌즈입니다.
작은 사물을 같은 눈높이에서 촬영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으로 그림의 청색 삼각형이 루프 프리즘이고 안쪽의 빨간 화살표는 빛이 굴절되는 방향입니다.
소형 망원경 안쪽에 들어 있는 프리즘인데 포로 프리즘에 비해 부피가 작은 망원경을 만들 때 사용합니다. 옥이네에서 ‘KONUS 정품 단망경’을 찾아보시면 어떤 망원경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사용한 망원경과 같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용기를 쓰면서 다시 검색해보니 이것이 나오네요.)
망원경을 분해하면 프리즘이 두 개 나오는데 그중 위 그림처럼 생긴 것을 사용하셔야 합니다.
만드실 때 광축을 잘 맞추셔야만 색수차나 화면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을 없앨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망원경 몇 개를 뜯어 만들었는데도 완벽히 광축이 맞은 시스템은 만들지 못했습니다. 좀 아쉬운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만든 렌즈로 찍은 사진들을 조금 더 올려드리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 땡볕에서 만난 대모벌입니다.
긴호랑거미를 사냥해다 모래에 굴을 파고 묻어놓는 녀석이지요.
이 렌즈 들고 세시간 정도 피를 말리고 있다가 만난 녀석입니다.
꿀벌
뱀허물쌍살벌
버섯
버들하늘소
한강변에서 만난 산호랑나비 애벌레
작은멋쟁이나비
줄베짱이
배추흰나비
다음 이야기는 스트로보 개조하는 방법입니다. ISO 800에 조리개값 F300, 셔터스피드 1/30초 정도로 사진을 찍는 상황이 되면 스트로보는 필수거든요.
자작을 하시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시거나 제게 쪽지를 보내주세요. 가능한 자세히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스트로보 개조기에서 뵙겠습니다.
뱀발-
책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 책 나올 때까지는 내가 그 출판사 사장이었습니다. 확실히 자금 때문에 쩔쩔매는 스타트업 CEO보다는 출판사 사장이 훨 좋더군요. (기회가 되면, 그리고 딴지가 허락하면 마켓에 올릴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