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실비 이모
메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
<하우스키핑(Housekeeping)> (1980)
이 아름다운 데뷔 소설은 가족의 사랑과 상실과 삶의 덧없음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또 마크 트웨인부터 잭 케루악, 존 업다이크, 샘 셰퍼드까지 미국 문학에서 뿌리와 뿌리 없음, 가정생활과 자유, 안전한 집과 흥겨운 길 사이에 존재하는 주요한 긴장이 중심 주제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루스이다. <앵무새 죽이기>의 스카웃과 비슷하게, 루스는 소도시에서 자란 소녀 시절을 되돌아본다. 어머니 헬렌이 루스와 여동생 루실을 외할머니 집에 내려주고 친구의 포드 자동차를 절벽 위로 몰아 외진 아이다 호수로 뛰어들었을 때 둘은 아직 어렸다. 여러 해 전 바로 이 호수에서 외할아버지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기관차가 철교에서 미끌어져 추락하면서 나머지 철도 차랑을 물속으로 끌어내린 탓이었다.
5년 동안 외할머니가 루시와 루실을 잘 돌봐주었으나,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둘은 친척들에게 넘겨진다. 하지만 이들은 두 고아를 기르고 싶지 않아 두 고아의 신비에 싸인 이모인 실비에게 핑거본 마을로 돌아오라고 한다.
실비는 몇 년 동안 정착하지 못하고 작은 도시들을 이리저리 옮겨 다녔으며 분명 별난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실비는 적어도 1950년대 펑거본의 점잖은 중산층 사람들이 생활화한 규칙적 일과나 일상의 집안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대신에 그레이엄 크래커와 치리오스 시리얼을 먹고, 오래된 신문들을 집 여기저기에 쌓아두며, 어둠 속에 혼자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실비가 “선실의 인어 같”았다고 루시는 회상한다. “이모는 배제해야 할 요소에 빠져들길 좋아했다. 우리 식료품 저장실에는 귀뚜라미가, 처마에는 다람쥐가, 다락에는 참새가 있었다.”
두 자매는 처음에 엄마가 그랬듯 실비 이모가 자신들을 버럴 거라 걱정하고, 루실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실비 이모의 방식에 분개한다. 루실은 평범한 삶, 다른 모든 사람들과 같은 삶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웃 사람들과 시당국이 실비의 양육 및 가사 능력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루실과 루시는 가족으로서 함께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두 사람은 허클베리 핀처럼 “문명화되”는 데 질려서 “변경을 향해” 길을 나서고 싶어 한다.
로빈슨은 랠프 에머슨과 초월주의자들을 연구하는 일에 대해 썼는데, 어떤 면에서 <하우스키핑>은 에머슨이 <자기신뢰>에서 탐구한 중심 사상을 극화한 것이다. 에머슨은 이 유명한 글에서 개인은 독립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순응과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물리치고, 고독을 자기이해로 가는 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우스키핑>은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깊은 감동을 주는 동시에 살짝 재미있게 한 가족을 그린다. 또 이 서정성 짙은 산문시는 하프시코드 독주의 영적 투명성과 블루그래스(기타와 밴조로 연주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컨트리 음악) 발라드의 높고 쓸쓸한 멜로디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