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박사와 하이드
2023년 7월 13일 목요일 저녁7시
참석인원 : (7명) 여행님 아들, 여행, 애몽, 가랑비, 해피데이, 시카, 바신
누구나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아기가 아닌 이상 자신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다 내어보여주지 못한다. 하고 싶지만 해서는 안 되기에 참기도 하고, 말하고 싶지만 굳이 말하지 않는다. 대부분 안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끊임없는 억눌림의 시간들이다.
유희에의 탐닉과 오만한 욕망 중에서 “유희에의 탐닉”을 억누른 지킬박사는 새로운 생명을 처음 호흡하는 순간 더욱, 그것도 수십 배나 더 사악해졌음을 깨달았다는데 지킬박사 안의 사악함이 수십배로 표출된 것은 그것이 억눌려진 감정이어서가 아닐까? 선함이든 사악함이든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간에 억누른 것은 뒤틀려 표출되는 게 아닐까? 과연 그가 “오만한 욕망”을 억눌렀다면 어떤 모습의 하이드가 나타났을까?
지킬박사의 실험처럼 각각의 인자가 각각의 인격으로 분리될 수 있다면 인생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지극한 선인과 지극한 악인이 함께 살아가게 된다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분리를 하는 게 더 나은 세상일까? 하이드는 지킬에게 흥미가 없었다. 지킬 역시 자신의 선한 자아를 선택했지만 그것을 지켜 낼 힘이 부족했다. 더욱이 참회의 칼날이 무디어 가면서 사악한 자아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데 개인의 인생갈등은 해소되었다 하더라도 함께사는 세상에서 악인의 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상이 유지될 수 있다면 그 비결은 어떤 것일까. 지킬박사는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고 한다.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이 답일까. 그럼 도덕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는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본성을 억제하는 사회규범을 따르며 살고 있다. 그 사회규범을 어기면 악인인걸까? 사회규범을 떠나 개인의 행동들은 어떠한가. 가령 리얼돌의 사용은 지탄받을 행위인가? 이것을 사회적 명인이 사용한다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으면 악인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선과 악의 기준이 달라질까?
우리는 인상만으로도 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교육된 인상일 수도 있는 범죄자의 인상은 섬뜩하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곱추, 난쟁이, 장애인 등 다른 외형을 가졌다고 몰아세우며 사회로부터 배제해오던 인류의 역사가 있었다. 끊임없는 교육과 사회화를 통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본능적으로 느끼는 불호의 마음이 있다면 이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표출하면 그건 악인가?
선과 악의 구도로 잘 알려진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여러 질문을 주고받다 보니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결이 아니었다. 지킬에게서 하이드라는 악을 분리해 냈다면 지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지킬은 완전한 선인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차라리 지킬을 죽이고 하이드로 평생 살면될텐데 그러지 않았던 것도 애초에 두 욕망이 늘 갈등하던 지킬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버리고서는 살고 싶지 않았던 지킬의 욕심이 결국 지킬과 하이드를 죽음으로 몰아간 게 아닐까. 우리에게 흑과 백 사이에 무수한 회색이 채워져 있듯이 이 책은 선도 악도 아닌 상태의 사람이 자신이 행한 좀 더 악한 행위에 휘둘리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였다.
<소감>
애몽 : 다 읽고 얘기 나누다보니 아주 기본적인 정의부터 해야할 것 같다. 선은 무엇인지, 악은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선이고 악인지, 선과 악은 분리가 가능한지, 나의 몸과 의식은 통제가능 한 것인지, 사람의 본질은 무엇인지, 악의 힘이 더 커지면 악이 그 사람의 본질인 것인지, 물음이 끊임 없다.
가랑비 : 읽다가 말았던 책인데 완독의 기회를 갖게 됐다. 그 당시엔 파격적인 내용이었을텐데 지금은 너무 유명해서 이미 스포를 당한 책이다. 굳이 약을 먹지 않더라도 내 안에도 지킬과 하이드가 조금씩 드러내며 살고 있는 중이다.
해피데이 : 예전 중도 포기했던 책인데 완독을 했다. 생각보다 심오한 책이었고 재밌는 책이다.
시카 : 좋아하는 책이다. 소설은 내용 속에서 주제의식에 대해 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데 선악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고 생각할 게 많아서 좋은 책이었다.
바신 : 너무 유명해서 이미 읽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랑이야기가 없으니 오히려 담백해서 좋았다.
여행 : 인문학적 소양이 결여된 과학자의 전형이 보였다.
여행님 아들 : 읽을 만 했다.
첫댓글 많은 질문이 담겨 있어 좋아요.
지금 당장 안 풀려도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은 셈이었어요.
만만하게 볼 책이 아니 더라구요
어떤 책보다도 할 이야기가 많은책이였습니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내안에 선악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집니다
선악의 구분이 본능적인 것인지
사희속에서 보여지는 모습인지.....
꿀잼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