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감독 영화의 일관된 주제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의 토토로>, <원령공주>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과 자연간의 교감과 화해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서구적 사고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서구식 사고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자연의 도전에 응전해 나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모순과 충돌하는 관계로 설정하고 있지
요. 그들은 이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 자연을 객관적으
로 파악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동양의 자연관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외칩니다.
미야자키 감독의 애니메의 세계는 이런 동양적 자연관으로 넘실됩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원제는
<센토치히로노카미가꾸시(千と千尋の神隱し)>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다 아시다시피 센과 치히로는 동일 인물입니다.
인간 세상의 이름이 치히로인데 신령들의 세계에 들어간 뒤에
이름은 센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여기서 재미있는 트릭을 씁니다. 일본어를 조금
만 배운분들은 다 알겠지만 일본어는 음독(音讀, 온도꾸)으로도 훈독(訓
讀, 쿤도꾸)으로도 표기할 수 있습니다. 千(천)을 음독으로 하면 센(せ
ん)이구 훈독으로 하면 치히로(ちひろ)의 치(ち)가 됩니다.
우리가 데카르트적 눈으로 본다면 일면만 파악하겠지만 거기엔 또 다른
세계(즉 신령들의 세계)가 있는 것입니다. 마치 음독으로 읽을 수 있고
훈독으로 읽을 수 있는 일본 문자와 마찬가지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치히로(千尋)는 '헤아릴 수 없는 깊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
다. 센(千)이 숫적이면서 횡적인 넓이를 말한다면 치히로(千尋)는 질적이
면서 종적인 깊이를 말하는 것입니다. 미야자키는 데카르트가 함수 좌표
를 통해서 자신의 위치를 증명하고 있는데 비해 음독과 훈독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행방불명'이라고 번역되어 있는 '카미가꾸시(神隱し)'라는 말을 살펴봅
시다. 우리나라 말로는 '행방불명' 정도로 번역 밖에 안되지만 이 말은
원래 아이들이 갑자기 '행방불명'되면 '신령이나 정령들이 아이들을 데려
갔다'라는 말에서 나왔지요. '행방불명'이라는 말이 철저히 인간 중심의
현대적 말이라면 '신령이 아이들을 데려갔다'라는 말은 자연의 힘과 존재
를 의식한 일본의 전통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이처럼 미야자키 감독은 영화 제목에서도 일본 전통문화를 통해서 인간
과 자연과의 교감을 꾀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 나타나는 돼지가 되버
린 엄마, 아빠. 엄청난 부를 소유하면서도 외로움에 떠는 얼굴 없는 신,
바깥 세상은 위험하니깐 밀실에 가두어 두고 과보호를 하는 유바바의 모
습은 자연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자화상들입니다.
미야자키는 이 추악한 모습의 현대에 목욕물을 데워가며 우리들의 때를
벗겨내고 있습니다. 자연이 불을 지핀 그 따뜻한 목욕물로요.
하쿠의 본명 상세 설명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란 뜻은
(饒:(요)니기, 速:(속)하야, 미는 일본어로
물을 뜻하는 미즈(水)의 미, 琥(호)코, 珀(박)하쿠, 主(주)누시)
뜻을 풀이하자면 풍요롭고 물살이 빠른 코하쿠강의 주인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가오나시와 마지막 "뒤를 돌아보면 안돼"의 의미에 대해서..'
1. 가오나시 - 이 캐릭터는 자신의 이름도 없으며 그 모습도 없습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괴상한 존재인거죠. 그리고 가오나
시는 남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개성이나 정체성이 없어 접근방
법을 모릅니다. 그러다가 강의 신의 쓰레기더미에서 사금이 흘러나온 것
을 목욕탕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줍는 것을 보고.. "아..
저렇게 하면 사람과 친해질 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하죠. 돈으로 사람
을 사고 있다는것을 모르고 가오나시는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치히로는
이것을 거부하자 이해를 할 수 없어했던 가오나시였습니다. 돈으로 안되
는 것은 없다는 현대인의 나쁜 마음가짐을 꾸짖는 부분.
2. 뒤를 돌아보지 말라 - 이것은 말하자면 약속의 의미입니다. 영화를 끝
까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하쿠가 마지막에 말하죠. "나는 여기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순 없어. 하지만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을꺼야.."하
고 둘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하쿠는 말합니다. "출구
를 빠져나갈 동안 뒤를 돌아보면 안돼."
만약에 거기서 치히로가 뒤를 돌아봤다면 약속따위를 지킬 정도로 치히로
는 마음이 모질지 못했을테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자연이 다
시 웃음지을때 하쿠는 다시 강의 주인으로 돌아오겠고 둘은 다시 만날지 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