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026화] 시간강사 개선안 초점은 재원 확보
7만 명이나 되는 시간강사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오랫동안 불공정 고용관행이 묵인돼 온 대표적 분야다. 우선 그들은 최고 수준의 지식인들로서 대학 교양교육의 65%, 전공교육의 36%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원으로서 합당한 처우와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체의 94%가 위촉(계약)기간 6개월로 당장 다음 학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 뿐 아니라, 시간당 4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으로 대부분이 최저생계비에도 미달하는 처우를 받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지적 자원의 낭비다.
2003년 서울대 강사 자살 이후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는 활발했으나 결과가 없었던 차에 대통령직속기관인 사회통합위원회가 처음으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를 거친 안이므로 조만간 정부정책으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사통위의 개선안은 시간강사에게도 교원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강의료를 시간당 8만원으로 대폭 인상해 주당 9시간 기준 연봉 2,200만원을 보장하며, 계약기간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 고용 불안을 줄이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계약기간 2년 이상 단위, 당장 4대 보험 보장 등 비정규교수노조의 요구에 견주면 부분적으로는 다소 미흡하나 이 정도면 당초 예상했던 수준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시행해 가면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단계적으로 보완해나가면 될 것이다. 문제는 재원의 확보다. 이 정도만 해도 매년 7,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공정사회 실현 차원에서도 국가가 일정 부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떤 경우에도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해서는 좋은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다만 추후 전임교원 확보율 등과 연계한 대학별 차등 지원을 통해 시간강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부실대학을 구조조정하는 효과를 함께 거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전임교원의 임용ㆍ재임용 심사를 엄격히 강화함으로써 교수시장의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026화] 권력 비위 맞추려 상임위원 발목잡는 인권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등장한 이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독립적 인권수호기관 구실을 포기하고 정권의 시녀 노릇을 자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인권위의 위상을 지키려고 애쓴 것은 상임위원들이었다. 위원장을 제외하고 인권위 상임위원은 3명이다. 각각 대통령과 한나라당, 민주당의 추천을 받아 임명된 유남영·문경란·장향숙 위원이 그들이다. 이들은 양천경찰서 고문행위를 직권조사로 밝혀냈고 정보통신 심의를 민간에 이관하라는 권고도 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런 상임위원들의 활동마저 막으려고 한다. 김태훈·최윤희·한태식 등 이른바 보수 성향 비상임위원들이 상임위원 권한 축소안을 오늘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낸 것이다. 이들이 내놓은 안의 핵심 내용은 상임위원 2명이 합의하거나 위원장의 제안이 있을 경우 상임위에서 다룰 수 있는 안건을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최근 인적구성이 바뀌어 6 대 5로 보수적 인사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전원위를 통해 상임위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나아가 올해 말과 내년 2월까지로 돼 있는 유 위원과 문 위원의 후임으로 보수적 인사가 지명되면, 이들을 통해 남은 장 위원의 활동까지 무력화하겠다는 뜻까지 갖고 있는 듯하다.
우스운 것은 현 위원장 취임 뒤 전원위는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권위 운영지침은 헌법재판소나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거나 사안이 중대할 경우 전원위에서 논의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대표적 사례였던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가의 명예훼손 소송이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이 난 야간집회 금지에 대해서는 마땅히 전원위에서 논의해 의견을 냈어야 하지만 입을 닫았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 노력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으려다 보니 한달에 두번 전원위를 열도록 한 규정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자기 일도 못하는 전원위를 들먹이며 상임위원들의 활동조차 막으려는 것은 인권위를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뜻일 뿐이다. 국민의 인권을 지키려는 모든 노력을 막으면서 정부의 눈치나 보는 인권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전원위가 상임위원의 권한 축소안을 수용한다면 차라리 인권위의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
[조선일보 사설-20101026화] '공짜'로 국민 타락시키면 나라의 재앙(災殃) 올 것
서울시가 내년에 서울시·서울시교육청 예산으로 초등학생 56만명 전원에게 연 3만원씩 도화지·색종이·풀·가위 같은 학습준비물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는 지원금을 1인당 6만원으로 늘리자며 여기에 맞장구치고 나섰다.
서울시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주장해온 초등학교 전 학년 무상급식에 대해선 대상을 소득이 하위 50% 아래 있는 가정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반대해왔다. 그랬던 서울시가 자기들 선거공약인 학습준비물 무료 지원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겠다고 나섰으니 서울시교육청의 '전원 무상급식' 주장을 반대해온 논리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학습준비물이건 무상급식이건 초등학생 전원에게 다 해주고 나면 정치꾼들은 선심의 대상을 중학생, 고교생으로 옮겨가며 경쟁을 벌이게 될 게 분명하다. '친(親)서민' 캐치프레이즈에 재미를 붙인 정부도 '전문계 고교생 전원 무상교육', '70% 가구에 보육비 지원' 식의 정책을 발표했다. 너나 할 것 없이 공짜 복지(福祉) 경쟁이다.
예산은 한 분야 지출을 늘리면 다른 분야는 줄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모든 학생에게 학용품도 공짜로, 점심도 공짜로 대주려면 교육시설 확충에 드는 예산에 칼질을 해야 한다. 부족한 예산에서 모두에게 똑같은 복지 혜택을 안기려면 지원이 꼭 필요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돌아갈 몫이나 지원의 질(質)이 줄고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한 달에 수십~수백만원씩 사교육비를 예사로 쓰는 고소득층 자녀에게 몇 천원의 학용품 값이나 몇 만원의 점심값을 대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공짜란 사람들 입맛을 바꿔놓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자체를 바꿔놓는다. 국민이 바뀌면 결국 나라가 바뀌고 만다. 국민을 가장 화나게 하는 수법은 공짜를 안겼다가 그걸 도로 빼앗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 수급연령을 2년 늦추려고 하자 철도·비행기가 서고 정유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두건 쓴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화염병을 던졌다. 정치인들은 오늘 공짜 복지를 생색내면 그만이라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국민을 타락시키는 정치는 나라의 재앙(災殃)을 불러오고 마는 법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1026화] 입학사정관 비리 대학 제재 엄포 아니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학사정관 전형과 관련해 비리가 적발된 대학에는 입학 정원을 줄이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는 대학을 지원할 때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겠으며, 그 대상을 60개 대학으로 한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장관의 이같은 의지 표명이 엄포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재작년에 처음으로 10개 대학에서 시범 운영됐다. 그러다가 올해는 118개 대학이 신입생 3만 4408명을 뽑을 만큼 급속도로 자리잡았다. 그런데도 대다수 국민은 입학사정관제를 ‘그림의 떡’으로 인식한다. 이 제도가 과연, 당초 내세운 대로 수험생의 학업 성적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뽑는지 또 그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필요하다는 ‘스펙’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란 결국 이 사회의 기득권층 자녀를 위한 ‘편법 입학 통로’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러한 의구심을 단순히 기우라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서울대에 소속된 전임 입학사정관의 평균 연령이 32.7세에 불과한 데다 3분의1은 20대라는 사실, 각 대학에 전임 입학사정관 수가 부족해 한양대의 경우 사정관 1명당 수험생 953명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 지난해 이 제도로 입학한 주요 대학 신입생들의 내신 등급 평균이 일반 합격생보다 높거나 비슷한 결과 등을 놓고 보면 입학사정관제가 국민에게서 신뢰를 얻지 못하는 건 도리어 당연하다 하겠다.
아무리 제도가 좋아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사회에 분란만 일으키기 마련이다. 현행대로라면 입학사정관제는 불만·불신을 확산시키는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각 대학이 비리를 저지르는지 철저하게 관리·감독함은 물론 차제에 이 제도가 우리 현실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 문제부터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도 꼭 실시해야겠다면 확산 속도라도 조절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026화] 포스코의 정년연장 실험을 주목한다
포스코가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한 정년연장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현재 56세인 정년을 58세로 늘리고 이후에도 건강과 근무성적에 문제가 없으면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대신 인건비 상승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57세부터 순차적으로 통상임금을 줄여나가 최종적으로는 6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같은 간판기업이 정년연장을 공식화한 것은 앞으로 우리 기업 전반의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가운데 평균수명이 늘고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은퇴연령은 평균 53세이지만, 민간기업에서는 40대 은퇴자들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첫 수급연령은 현재 60세이고 앞으로 더 올라가게 돼있어 퇴직시점과의 간격이 크다. 직장인들은 퇴직 이후 상당기간 동안 스스로 생활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년연장으로 기업들의 신규 고용여력이 줄어들게 돼있고 이는 고질적인 문제인 청년실업을 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청년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자칫 세대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정년연장 논의에 있어 기업들의 총액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적어도 증가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기업의 신규고용능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분명한 것은 포스코 같은 제조업체의 경우 정년연장이 숙련된 근로자들의 경험을 살림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되지만,다른 기업들까지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업종별 · 직종별로 사정이 달라 일률적인 정년연장을 말하기 힘든 이유다. 결국 정년연장 논의를 위해선 임금피크제 기간의 임금감소폭에 대한 표준모델이나 가이드라인을 모색해야 하고,세대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해법도 강구돼야 한다. 노 · 사 · 정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크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1026화] 내년 예산안 심의 법정기한 지켜야
내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총 309조6,000억원에 달하는 내년 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의 핵심 기조인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법을 원칙에 따라 엄정 투명하게 집행해 공정함이 강한 시장을 건설하고 불공정한 기업거래 등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예년과 마찬가지로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4대강 사업' 등을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산안이 정쟁의 볼모가 되다 보면 수박 겉핥기식 심의에 그치고 최악의 경우 또다시 법정기한을 넘길 공산이 커지게 된다.
새해 예산안의 기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 대통령의 설명대로 '공정사회와 더 큰 대한민국 실현을 위한 서민희망 미래대비 예산'이라는 점이다. 내년 예산안은 규모 면에서 전년 대비 5.7% 늘어나 사상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내용 면에서는 경제회복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서민을 위한 지원과 복지확충에 최우선을 두는 한편 첨단 융합산업 육성 등을 통한 미래대비에도 상당한 역점을 두고 편성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계획대로 적정한 수준의 예산배정이 이뤄졌다.
내년 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파행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균형감각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4대강 사업 예산 등 특정 예산을 둘러싸고 정치쟁점화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부를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 식의 구태에서 벗어나 30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예산안 전체를 놓고 경제 활성화와 국민의 입장에서 진지한 자세로 심의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민주당은 예결위 4대강 현장방문에 불참하는 등 4대강 사업 예산을 물고 늘어져 정치적 쟁점으로 삼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전망을 어둡게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예산안 심의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다. 4대강 사업 예산만이 아니라 국민이 낸 혈세가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고 경제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방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철저한 심의가 요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예산안 심의 법정기한을 지켜 국정에 차질을 빚지 않는 것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동아광장/이내영(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및 아세아문제연구소 소장)-20101026화] 시진핑과 김정은: 두 후계자 이야기
내가 아는 중국학자는 1980년대 말에 북한에서 유학했고 1990년도 중반에 남한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만난 그는 평양 유학시절에 중국과 북한의 생활수준이 비슷했는데 2000년대 이후 북한방문 때마다 생활수준의 격차가 날로 커짐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얘기를 들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가장 폐쇄적이고 파탄에 빠진 북한이 20여 년 전에는 비슷한 생활수준이었다는 사실과, 이렇게 큰 격차가 생긴 것은 두 나라 지도자의 상반된 정책선택 때문임을 새삼 깨닫게 됐다.
공교롭게도 최근 한 달 사이에 북한과 중국을 이끌어갈 최고지도자에 대한 후계승계가 가시화됐다. 9월 28일 북한의 제3차 당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일의 3남인 김정은이 대장의 호칭을 부여받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위를 차지하여 후계자로 공식화됐다. 중국 공산당도 이달 15~18일 베이징에서 열린 17기 당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하여 후진타오 주석의 후계자로 사실상 확정지었다.
중국과 북한의 새 후계자가 등장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떠오른 질문은 두 후계체제 아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벌어졌던 중국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까, 아니면 격차가 줄어들까이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는 줄어들기보다는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 정당성-준비과정 천양지차
우선 정당성과 권력기반에서 차이가 있다. 시진핑이 최고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산당 내부의 제도화된 절차에 따라 후계체제의 정당성이 높고 엘리트 내부의 지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등극은 3대 부자세습이라는 점에서 정당성이 취약하고 북한의 엘리트는 물론 주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또 김정일의 건강악화 때문에 승계과정이 서둘러 진행됐기에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취약하고 김정일이 일찍 사망할 경우 김정은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둘째, 최고 지도자로서의 준비와 자질의 측면에서도 격차가 있다. 시진핑은 57세의 준비되고 검증된 후계자다. 혁명 원로의 자제인 태자당에 속하지만 문화혁명시기에 하방(下放)되어 고초를 겪었고 명문 칭화대를 졸업한 이후 푸젠성 저장성과 상하이 당서기, 정치국 상무위원을 역임하면서 당과 정부에서 골고루 경험과 실력을 쌓고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김정은은 27세의 청년으로 준비되지 않은 후계자이다.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점 이외에는 당과 정부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해서 최고지도자로서 자질을 검증받지 못했다. 악화된 경제상황아래서 북한 엘리트를 장악하고 국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국정운영에서도 차이가 예상된다. 중국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하므로 개인의 성향에 따라 국정운영이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시진핑 체제의 국정운영 방향을 전망하는데 있어 주목할 요인이 시진핑을 후계자로 선정한 중국의 17기5중전회에서 제시한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다. 경제발전 전략을 양적 성장에서 분배와 사회복지를 중시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시진핑 체제는 중국식 발전전략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사회갈등과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 인민의 생활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리라 전망된다.
반면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가 어떤 노선과 정책을 선호할 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세습권력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권력기반이 취약한 김정은 세력이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선군정책을 지속하고, 개혁·개방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김정은 체제아래서 파탄상태에 이른 북한 경제의 회복과 곤궁에 빠진 북한주민의 생활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 北 주민의 생활은 나아질까
국민의 직접참여를 통해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중국과 북한체제는 최고 권력자의 선정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절차가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최고 권력자의 자질과 정책선택이 국민의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두 나라도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더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
정황을 살펴보면 지난 20여 년 간 벌어진 중국과 북한의 생활수준의 격차는 시진핑과 김정은 두 후계체제에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상이 빗나가기를 기대하지만, 그러자면 김정은과 후견세력이 군부 강경파의 압력에 맞서 선군정책과 핵개발 야심을 포기하고 중국식 개혁개방 노선으로의 대전환을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은 체제가 노선전환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중국과 북한의 후계승계과정을 지켜보는 심정은 착잡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고대훈(논설위원)-20101026화] 워크맨
1970~8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카세트리코더’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책가방만큼 큰 크기에 라디오와 카세트 재생기(플레이어)가 결합된 카세트리코더는 당시만 해도 신선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빈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한 뒤 카세트리코더를 틀면 언제든지 듣고 또 들을 수 있게 했다. 별표·독수리표 전축이 사치품으로 분류되던 시절, 값비싼 LP 레코드판을 사 전축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감상하던 종전의 문화를 일시에 바꿔 놓은 것이다. LP세대를 이은 ‘카세트테이프 세대’는 이렇게 등장했다.
63년 필립스가 개발한 카세트테이프는 80년대 전성시대(全盛時代)를 맞았다. 79년 일본의 소니가 출시한 휴대용 플레이어 ‘워크맨’이 그 추진체였다. 워크맨은 실내에서 주로 듣던 음악을 바깥세상으로 끌어냈다. 똑같은 카세트테이프를 쓰면서도 카세트리코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디자인에 세계의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허리춤에 워크맨을 차고 스테레오 헤드폰을 낀 채 조깅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뉴욕·파리·도쿄를 배경으로 하는 수많은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됐다.
워크맨은 한때 한국에서 수입 금지 품목에 묶여 있었다. 코끼리표 전기밥통과 더불어 세관에서 수시로 적발되는 반입제한품목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보따리무역상·외국출장자를 통해 음성적으로 국내에 상륙한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국내에서 워크맨을 본뜬 ‘미니카세트’가 잇따라 나오자 워크맨 열풍이 불었다.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놓으면서 세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부모는 헤드폰을 끼고 책상에 앉아 있는 자녀에게 “음악을 들으며 무슨 공부가 되느냐”고 잔소리를 했지만 이들에게 워크맨은 이미 공기와 같았다.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의 시대는 CD 시대가 도래하면서 쇠락(衰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2000년대 MP3플레이어의 보급으로 사실상 종언(終焉)을 고했다.
소니가 카세트테이프용 워크맨 생산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워크맨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억 대 이상 팔린 히트 상품으로 영어사전에 보통명사로 올라 있다. 워크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카세트테이프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이른바 ‘뽕짝 메들리’를 담고 그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피고 지는 꽃처럼 기술의 변천을 어찌하겠는가. 워크맨의 퇴장은 카세트테이프 세대에게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을 되새기게 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026화] 표절
몇 년 전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실화라고 한다. 국어선생님이 시를 지어 오라는 숙제를 냈는데, 눈에 확 띄는 시가 있었다.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소문난 학생이 제출한 시였다. 선생님은 감동어린 목소리로 그 시를 낭송했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어머님이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선생님은 진지한데 학생들은 자지러졌다. “야이야아아/ 그렇게 살아가고…”하는 대목에선 교실이 뒤집어졌다. 누구나 다 아는 god의 ‘어머님께’라는 노래인데, 고지식한 선생님만 몰랐던 것이다.
이런 표절은 장난기 가득한 학생만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볼테르 같은 작가도 종종 남의 글을 은근슬쩍 베꼈다고 한다. 한번은 볼테르의 비극 공연을 본 한 시인이 자신의 시를 도용했다며 항의했다. “당신처럼 재주 많은 사람이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시오?” 볼테르가 태연하게 맞받았다. “아, 그래요?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이 연극은 제 작품들과 달리 실패를 했으니 말입니다.”
“미숙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능숙한 예술가는 도용한다”는 말이 있다. 예술의 세계에서 모방과 표절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래서인가. “한 작가에게서 도둑질하면 표절이요, 여러 작가에게서 도둑질하면 명작이다”라는 명언(?)도 널리 회자된다. 걸작과 졸작의 차이는 어쩌면 남의 것을 훔치는 기술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해 아래 새것은 없다고 한다. 솔로몬의 잠언을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도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중고품이다.” 풍자가였던 그에 따르면 “표절 운운하는 것은 웃기는 호들갑”이다. 세상에 독창적인 것은 없으며, 내 생각도 실은 누군가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글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거에 읽은 책들로부터 빌려온 이런저런 문장들, 그런데도 우리 것이라고 착각하는 문장들로 우리의 문학이 채워지고 있다.”
소설 <강남몽>의 표절 의혹에 대해 황석영씨가 “출처를 안 밝힌 것은 불찰”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황석영의 오랜 독자들에게는 찜찜한 게 또 있다. <강남몽>이 왠지 그의 작품 같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황석영 없는 ‘황석영 소설’이라는 비판이다. 그렇다면 표절 논란 또한 정색하면 할수록 우스워지는 호들갑인 셈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요르그 미하엘 도스탈(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20101026화] G20를 보는 시선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회담`이 열리던 날, 서울대에서는 유엔의 사회정책개발연구소(UNRISD)가 주최한 `G20를 위한 발전 토론회`가 열렸다. 선진국 재무장관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미래에 대한 협소한 논의를 반복하는 동안 서울대를 찾은 학자들은 전지구적인 사회발전을 이뤄낼 방안에 대해 토론을 전개했다.
토론자들은 이번 G20 정상회담의 주제가 국제 금융 문제에만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지구적인 사회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급속한 도시화`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개발도상국가 전역에서 촌민들이 도시로 급속히 이동하는 도시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이 잘 이뤄지면 사람들은 더 좋은 교육과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삶의 질은 떨어지고 사회 갈등이 심화되어 도시는 슬럼화된다. 후진국에서 도시화에 실패하면 그 폐해가 인근 선진국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제대로 도시화를 이루게 하려면 시장경제의 흐름에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만 한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런던 정경대의 탄디카 므칸다위레 교수는 "개인들은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느낄 때에만 자기계발과 교육에 투자한다"며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엔 사회정책개발연구소 소장인 사라 쿡 박사는 중국이 올바른 도시화의 사례가 된다고 주장했는데, 교육과 기초 의료를 국가에서 제공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이 8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김은미 교수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모델로 불리는 한국도 관세장벽이라는 정부의 보호를 통해 성장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유행했던 신자유주의는 사회 발전 방향에 대한 기본적인 해답도 주지 못했다. 후진국들이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국가권력을 시장경제원리로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최선은 경제성장과 연계된 사회안전망을 갖는 것이다. 서울대 권혁주 교수는 "이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이루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말로 이날의 토론회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