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센트 선물
최 양귀
사계절이 녹색인 시애틀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행운의 선물을 받았다.
아침 산책길이다. 주택은 영어 교과서에서 본 집과 비슷하여 반가웠다. 차가운 한겨울인데도 얇은 살얼음이 고작이다. 울창한 숲과 나무로 둘러싸인 아담한 집이 다양한 성탄분위기를 연출한다. 동방박사 길잡이 큰 별과 형형색색의 작은 별들이 소리 없이 잠자고, 풋풋한 잔디밭에는 두 눈이 초롱초롱한 산타 친구들이 놀고 있다. 매일 지면에 내려앉은 이슬은 풀벌레와 식물의 목을 촉촉이 적신다. 대자연이 신선하고 평화로워 마음과 몸이 편안하다.
어두운 밤 사랑하는 딸과 도시를 누빈다. 우뚝 솟은 성탄별은 고요한 밤에 더욱 화려하고 아름답다. 반짝이는 별빛 모양 따라 생각의 날개를 펼친다. 복된 소식을 기다리는 초가삼간, 왕궁을 알리는 오색찬란한 빛의 조화, 바람에 스치는 반짝임은 하늘나라다. 한 달여 동안 은하계 같은 별세계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니 꿈인지 생시인지 눈을 깜박여 본다.
그녀는 멋진 가족사진을 골라 카드를 만들고 선물 나눌 이웃을 적었다. 집안에는 키다리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그 아래에 놓일 가족선물을 떠올린다. 이젠 숨겨진 보물을 찾아 쇼핑할 차례다. 정성껏 상품을 고르느라 분주하다. 이 계절은 ‘선물을 포장하고 뜯기를 반복한다.’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웃집 선물은 달콤한 초콜릿과 화려한 수건을 포장하여 가벼운 걸음으로 딩동댕 벨을 울렸다. 다음 날 이웃 사람이 선물한 정월 대보름달을 닮은 커다란 빵이 식탁 위에 있었다. 겉모양은 눈을 유혹하는 크림이나 과일은 없고 포장은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비닐이다. 매끈한 갈색 표면에는 눈에 익은 통통한 참깨가 은하수처럼 수북이 박혀 있다.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구운 듯하다. 이런 것은 난생처음이다. 맛이 궁금했지만 워낙 큰 것이라 가족이 함께 먹어야 했다. 연말이라 모든 가족이 분주해서 옆집 빵은 한쪽에 밀쳐져 있었다. 아까운 것을 빨리 먹어야 할 텐데 염려하다 한 청년이 떠올랐다.
며칠 전 교회 간담회 후 기숙사에 사는 대학원생이 남은 음식을 종이컵에 알뜰히 담는 것을 보았던 터라 딸에게 빵을 그 학생에게 주자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녀는 배려 깊은 말을 했다.
“아닙니다. 이웃과 마주칠 때 선물한 걸 먹어야 정다운 인사를 나눌 수 있다.”
라며 빵 칼로 잘라 한 덩어리를 내밀었다. 하얀 속살은 크고 작은 구멍이 있고 잘 발효된 건강식품이다. 이웃 사람의 사랑을 생각하며 한입 두입 먹는데 치아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부딪힌다. 이를 다칠까 깜짝 놀라 얼른 손바닥에 입안의 모든 것을 뱉었다. 은박지에 뭔가 싸여 있어 풀어 헤치니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얼굴이 새겨진 미화 1센트가 보인다. 동전을 은박지에 단단히 감싸고 동그란 밀가루 반죽 안에 넣어 만들었다. 무슨 영문일까! 음식 안에 위험한 구리로 된 돈이라니 숨겨진 비밀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초지종을 그녀에게 말하며 대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우리가 건넨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를 괴롭히는 것인가?”
그녀는 급하게 두 손을 들어 말을 가로막으며 단호하게 부정적인 상상을 멈추고 잠시 기다리란다. 그녀는 휴대전화로 금화의 의미를 알아보고는 천천히 읽는다. 빵 속의 금화는 그리스 새해 풍습 중 하나 “새해 빵 (바시리아로 푸라카)”행운을 가져다주기를 기원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이 동전을 나눠 받은 사람은 그해 동안 행운과 번영을 누릴 것으로 ~
그녀는 실마리를 찾은 듯 손으로 식탁을 '탁' 치며 그러고 보니 그분이 그리스 사람이다’ 며 활짝 웃었다.
잠시나마 이웃을 오해한 마음이 미안하다. 이를 다칠 뻔한 위험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했다.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말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그녀가 재빠르게 의미를 알게 해 줘서 이웃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상황은 반전되어 새로운 기대감과 희망이 싹터 올랐다. 나의 편협한 사고가 노출되어 무안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아뿔싸! 그것을 다른 이에게 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소중한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함부로 다루려 했다. 하마터면 행운의 열쇠가 이웃집 사람에게로 되돌아가거나 다른 사람에게 갈 뻔했다. 이웃을 만나면 밝은 얼굴로 ‘덕분에 행운과 번영을 기대하며 한 해를 살게 되었다’라고 인사해야겠다.
곧 새해를 시작하는 아침에 행운의 열차가 문 앞에 대기할 것 같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소원 하나가 있어 올해는 작은 증거라도 보고 싶었는데 빵 안에 숨은 1센트가 표징으로 나타났다. 복된 덕담이 넘쳐나는 연말연시에 일면식도 없는 이국땅에서 이웃사촌의 고상한 응원을 받으니 더없이 놀랍고 기쁘다.
빵 안의 1센트 선물을 통하여 사람들의 본심을 알려는 노력과 이해하는 폭을 넓혀야겠다. 섣불리 말하지 않고 이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보는 인내심과 배려심이 있어야겠다. 주변에 따뜻한 미소와 덕담을 나누며 신세계로 나아갈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