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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행 막은 시간 1분 30초, 경찰 “현행범 체포해”
경찰,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에게 “연행할 장콜 불러라” 지시
급격한 경사로, 박경석 대표 차량에 탑승하다가 뒤로 나자빠져
교통약자 차량 아니라 안전띠도 없이 이동
박 대표 “불법적 호송 과정 사과하라” 요구하며 하차 거부 중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경찰이 부른 호송차량에 탑승하다가 급격한 경사로 인해 뒤로 나자빠졌다. 경찰이 부른 차량은 교통약자 탑승 장치가 있는 특별교통수단이 아니라 일반 스타렉스 리무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강혜민
14일 오후 3시 20분, 국회 앞에서 장애인은 탈 수 없는 계단버스를 가로막으며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을 벌이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대표가 업무방해, 도로교통법 위반, 미신고 집회 등의 혐의로 현장 체포됐다.
이 과정에서 영등포경찰서는 ‘장애인 호송 차량이 없다’는 이유로 박경석 대표의 활동지원사에게 박 대표가 연행될 차량(장애인콜택시)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이후 경찰은 호송 차량을 직접 마련하긴 했으나 사실상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하기 어려운 차량을 마련했고, 급격한 경사로로 인해 탑승 과정에서 박 대표의 휠체어가 뒤로 나자빠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다. (▷[영상] “장애인 태울 경찰차 없다” 전장연 박경석, 체포 도중 뒤로 나자빠졌다)
14일 오후 2시,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장애인은 탈 수 없는 차별버스를 가로막는 ‘버스행동’을 하고 있다. 사진 전장연
- 버스 운행 막은 시간 1분 30초, 경찰 “현행범 체포해”
전장연은 지난 12일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전장연 죽이기 마녀사냥 중단’을 촉구하면서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을 하고 있다. 전장연이 지하철행동에 이어 버스행동을 벌이자 전날인 12일,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시민의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라”면서 버스행동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전장연이 기록한 현장 영상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 박경석 대표는 국회 앞 의사당대로(국회의사당역 4번과 5번 출구 사이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5618번 버스를 향해 팻말을 들어 보이며 “태워달라”고 외쳤다. 5618번 버스는 휠체어 이용자가 탈 수 없는, 계단이 있는 ‘차별버스’였다.
“태워주십시오. 장애인을 차별하는 버스 아닙니까. 태워주십시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장연 죽이기를 멈추십시오. 5618번은 장애인을 태우지 않는 ‘차별버스’입니다. 더 이상 장애인을 차별하지 말아 주십시오.”
버스를 막은 지 1분 30초쯤 지나자 경찰들이 달려와서 활동가들을 에워싼 채 횡단보도로 들어가라고 요구했다. 박 대표는 “버스에 타야겠다. 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버스 기사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지만 버스 기사는 문을 열지 않은 채 경적만을 울렸다.
영등포경찰서 측은 “미란다 고지하고 현행범 체포해”라고 외치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경찰은 도로 위에서 박 대표를 에워싸고는 인도로 강제로 밀어붙였다. 그사이 버스는 경적을 울리며 떠났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경찰 방패에 둘러싸인 채 고착되는 상황은 30여 분간 이어졌다.
- 경찰,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에게 “연행할 장콜 불러라”
이후 박 대표의 화장실 사용을 이유로 장소는 여의도 이룸센터 실내로 옮겨졌다. 이룸센터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운영하는 장애인 종합복지공간이다.
이룸센터 1층 로비에서 박 대표는 서울시의 ‘전장연 죽이기’에 대한 규탄과 22년을 외쳐도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 권리에 대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최근 서울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권익옹호 직무를 삭제하고, 서울시 활동지원 추가시간 이용자 11.2%에 달하는 389명에게 활동지원시간 중단·삭감을 통보했다.
“버스에 태워달라고 한 것이 어떻게 버스 운송 방해입니까. 22년을 외쳐도 휠체어 탄 사람이 탈 수 있는 버스를 이 사회는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는 정당한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저항할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시민 여러분, 이런 불법적인 상황을 용납하지 말아 주십시오. 전장연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수많은 벌금과 구속을 감당하면서 서울시내 지하철 엘리베이터 90%를 설치해 냈습니다.
작년 출근길에 지하철 타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수없이 드렸습니다. 이게 어떻게 국가 권력 하나만의 문제겠습니까. 대한민국 사회 모두가 방치하고 있지 않습니까. 22년을 외쳐도 변하지 않는 사회는 누구의 책임입니까. 오늘 체포되더라도 비폭력·불복종 운동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휴전하자고, 대화하자고 해놓고 전장연을 악마화하는 것을 멈춰 주십시오. 저희를 짓밟아서 지지율이 높아간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했지만 50여 분이 지나도록 차량은 오지 않았다. 2시 57분, 박민경 영등포경찰서 경찰은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에게 장애인콜택시(아래 장콜)를 부르라고 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탑승할 차량을 경찰이 구하지 못하자, 결국 장애인 당사자에게 경찰서로 연행될 차량을 스스로 구해 이동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박민경 경찰은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에게 “서울시에서 ‘장애자’ 박경석 본인이나 보조인(활동지원사를 지칭)이 직접 전화하면 지원해 준다고 한다. 대표님한테 전화하시라고 이야기해달라”고 말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한 활동가가 “‘장애자가 아니라 장애인이다”라고 용어 수정을 요청하며 “대표님한테 직접 이야기하면 되지, 왜 활동지원사에게 시키나. (현행범 체포에 따른 호송은) 경찰이 알아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박 경찰은 “경찰에서 (요청)해도 안 온다고 한다. 차량 부르는 권한은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인 본인이나 보조인한테만 있다고 한다”면서 활동지원사에게 거듭 차량 부를 것을 요구했다. 박 대표의 활동지원사는 “평소 장콜은 대표님이 직접 부르신다”며 자신은 장콜을 불러본 적이 없다고 당황한 기색을 표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애초에 장콜은 연행을 위한 교통수단이 아니다”면서 “이동에 대한 대안은 경찰이 마련해야지, 왜 이런 것까지 우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화 내용을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박 대표는 “지금이라도 경찰서에 가라고 하면 간다. 그럼에도 지금 이 상황은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다. 어떻게 대한민국 경찰이 제대로 된 적법한 고지도 없이 강제연행하나. 지금 사태는 22년 동안 장애인의 권리,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책임을 무시한 정부의 무책임함 때문이다”라면서 “슬프다”고 말했다.
- 급격한 경사로, 박경석 대표 차량에 탑승하다가 뒤로 나자빠져
3시 20분, 검은색 스타렉스 리무진 차량이 왔다(차량번호 73하 9195). 경찰은 차량 옆문에 철제 경사로를 설치하고는 박 대표에게 탑승하라고 했다. 경사로의 각도는 육안으로 봤을 때 45도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랐다. 이를 본 전장연 활동가들이 일제히 “경사로 각도가 너무 심하다. 경사로 규정 위반이다. 휠체어 이용 당사자가 탑승하기엔 위험하다”고 항의했다.
활동가들이 “위험하다”고 외치던 중 경사로를 이용해 박 대표가 오르려고 하자마자 휠체어는 뒤로 넘어갔다. 바로 뒤에서 활동지원사가 받치고 있어서 큰 부상은 없었으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결국 앞에서 한 남성이 휠체어를 잡아당기고 네 명의 남성이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넣은 끝에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다.
박경석 대표가 경찰이 부른 호송차량에 탑승하다가 급격한 경사로 인해 뒤로 나자빠졌다. 앞에서 한 남성이 휠체어를 잡아당기고 네 명의 남성이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 넣은 끝에 간신히 탑승할 수 있었다. 앞뒤로 끌어당겨지자 박 대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강혜민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경찰이 마련한 경사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경사로는 12분의1(5도), 최대로 완화해도 8분의1(7도)까지만 가능하다. 김 사무국장은 “8분의1이 되어도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줘야만 이동할 수 있다”면서 “경찰이 마련한 경사로는 경사로라고 보기 어렵다. 넘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교통약자 탑승 차량이 아니라 개인영업차량이라고 한다.
연행을 위해 장애인콜택시를 부르는 것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에서는 사법·행정절차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명시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연행은 행정절차로 경찰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인 장콜을 경찰이 행정절차에 임의로 사용하려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 관련 사건을 병합수사하는 남대문경찰서로 이송됐다. 이송 과정에 대해 박 대표는 “차량에 휠체어 이용자 안전띠가 없었다. 경찰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불법적 연행, 이송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에 대해 남대문경찰서장의 사과가 있을 때까지 하차하지 않겠다”며 비마이너에 전했다. 박 대표는 남대문경찰서 후문 주차장 차량에서 세 시간 넘게 사과를 요구하며 하차할 수 없다고 했으나, 결국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어내려졌다. 7시 30분 현재 박 대표는 수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로 들어갔다.
한편, 전장연은 서울시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권익옹호 직무 삭제 철회 △활동지원 추가시간 이용자 서비스 중단·삭감 철회 △전장연 폭력 조장 단체로 몰지 말 것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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