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어 있는 행복을 찾아서 (당신을 만나봤으면 합니다 허영엽) p197-201
잘 아는 형제님이 큰 수술을 받고 오랫동안 입원 생활을 하게 되었다. 평소 건강했기에 중병에 걸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형제님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기적적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두 달 만에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족의 부축을 받아 겨우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는데, 그때의 감격을 떠올리며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어느 날 힘들게 병원 옥상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가을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운 겁니다. 이제껏 하늘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 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 그만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새롭게 깨닫는다. 병에 걸리고 나서야 건강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빈자리를 보면서 비로소 그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왜 우리는 인생의 진리를 항상 한발짝씩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뒤바뀐다. 기쁠 때에는 과거의 슬픔을 잊기 쉽고, 아픔을 겪을 때에는 과거의 기쁨을 잊기 쉽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이는 불행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기쁠 때도 겸손을 잃지 않는다. 다른 이의 눈에는 초라하고 비참하게 보일지라도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그래서 행복은 저 멀리가 아닌 아주 가까운 곳,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한 자매님을 만난적이 있다. 그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였기에 혼자 힘으로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고, 말하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그래서 신부님과 교우들이 한 달에 한 번와 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하루는 아주 어렵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신부님, 저는 제 인생이 너무 보잘것없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쓸모도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는 제 자신이 몹시 원망스러웠어요. 그래서 자살도 여러 번 시도했는데, 실은 얼마 전에도 전화선으로 목을 감아 죽으려 했습니다. 제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거예요. 저는 늘 하느님과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쓸모 있게 창조하셨다지요? 그렇지만 저는 나를 어디에 쓰려고 만드셨는지 묻는 게 제 기도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기도 중에 하느님께서 제가 받는 이 고통으로 세상에 봉사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주셨어요. 이것이 제 존재 이유고 행복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나는 한 인생이 심오한 깨달음의 소리를 들었음에 감격했다. 고통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해하는 그 자매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다짐했던대로 지금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삶을 내어 주고 있으리라 믿는다.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찾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행복은 저 먼 곳이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당연한 것도, 저절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모든 게 그 나름대로의 이유와 목적이 있다. 다만 그 의미를 깊이 느끼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할 뿐이다. 조금만 시야를 바꾸어 내 주변을 둘러보면 이 사실을 쉽게 깨닫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숨쉬고 호흡할 수 있다는 것, 매주 미사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다른 이를 돕는 일 속에도 기쁨과 행복이 깃들어 있다.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 속에도 우리가 더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일은 충분하다. 이런 마음을 지니고 살 때 세상은 더 아름답고 행복하다.
* 나는 당신을 만났다 (따뜻한편지 2253)
장기기증자와 수혜자의 만남이 평생의 연으로 이어진 임병철, 양영숙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의 첫 만남은 1991년 노인들을 보호하는 부산의 한 복지시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던 임 씨는 우연히 복지시설에 놓여 있던 신장이식인들의 모임에서 발행한 소식지를 보게 됐습니다.
그곳에는 한 사연이 소개됐는데 만성신부전으로 병든 몸을 이끌고 생계유지와 치료를 위해 신문보급소에서 힘들게 일하며 투병 중인 양영숙 씨의 사연이었습니다.
소식지를 읽자 임 씨는 희한하게도 양 씨에게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곧 그 마음은 결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에 기관을 통해 양 씨와 전화 연결이 되었고 임 씨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란 말과 함께 첫 만남의 약속을 정했습니다.
양 씨는 전화를 받곤 조금 놀라기도 했고 장기 기증을 해 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걱정도 되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진지한 임 씨의 목소리에 궁금해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합니다.
이튿날, 첫 만남에서 임 씨의 장기이식 결심을 전해 들은 양 씨는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 키워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한편으로는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바로 한 가지라도 맞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는 조직 검사. 다시 찾은 희망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임 씨의 위로는 아내 양 씨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조직 검사 결과는 너무도 잘 맞는다는 결과가 나왔고 드디어 92년 1월에 이식 수술이 진행됐습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치고 새 삶을 찾은 양 씨는 자신에게 제2의 인생을 선물해준 임 씨와 평생의 동반자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먼저 청혼했다고 합니다. 고귀한 희생이 사랑이 된 부부. 물질 만능과 각박한 이 세상에 또 다른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두 사람이 마주칠 '우연'과 '운명'의 합작이 바로 '인연'입니다.
땅과 하늘의 모든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인연이 되는 부부. 그래서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먼 미래를 향해 여정을 떠나는 배와 같다고 했습니다.
때로는 등대가 되어주고, 돛도 되어주며 그렇게 의지하며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함께 달려가는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 중에 나는 당신을 만났다.
- 최인호의 '인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