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2주일 강론 : 낮은 자리에 앉으라(루카 14,1.7-14) > (8.31.일)
*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당부에 따라 겸손하게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우리 본당의 최고령자, 103세의 이정분 막달레나 할머니(1923년 6월 4일생/ 1967년 12월 24일, 경산본당에서 세례)가 8월 29일(금) 19시 40분 임종하셨는데, 31일(일) 화장장 사정 때문에 30일(토) 오후 2시에 경산중앙병원에서 장례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고인을 잘 돌봐주신 사회복지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연도와 장례미사에 참석하신 교우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루빨리 천국 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자기 상황을 올바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난 주인공이고, 남들은 나를 위한 조연”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매사에 자기 위주로 생각합니다.
엄청난 부자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빠, 우리 돈 많지?”라고 물었는데,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 돈이 아니고, 내 돈이야!” 아빠의 솔직한 답변을 듣고, 아들의 안색이 창백해졌습니다. 아버지가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었고, 아들의 착각이었습니다. 착각과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자신에 대해 자주 성찰해야겠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들은 교만한 사람을 싫어합니다. 교만한 사람은 실수나 잘못이 드러나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서 못 견디고, 남들이 잘해도 칭찬하기는커녕 비난합니다. 이렇게 교만한 사람은 어리석고, 모든 죄와 불행은 교만한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교만 중에서 가장 역겨운 교만은 ‘겸손을 가장한 교만’입니다. 정치인들의 모습 같습니다. 누가 뭔가를 부탁할 때 ‘상대방이 애걸하면 들어주겠다는 생각에’ 온갖 겸손한 어조로 사양한다면 정말 역겨운 겸손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겸손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욱 낮추어라. 그러면 주님 앞에서 총애를 받으리라.”
예수님은 참으로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천국 영광을 포기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가까이하며 천국의 복음을 전하다가 억울한 누명으로 사형수가 되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부활 승천하시어 미사 때마다 당신 몸과 피를 아낌없이 내어주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참된 겸손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셨습니다.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숙이듯이, 우리도 겸손하게 살아야겠습니다.
지난 주간은 참 바빴습니다. 8월 24일 교중미사 후, 국내 성지순례 기획취재를 위해 가톨릭신문사 기자와 인터뷰했습니다. < 가톨릭신문 2025년 순교자성월 기획 - ‘성지순례가 곧 삶입니다’ >, 본당 신자 함께 167곳 성지순례 완주한 대구대교구 백천본당’이라는 주제로, 9월 28일 가톨릭신문에 게재한다니 꼭 읽으시기 바랍니다.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4박 5일간, 구룡포에 있는 경북대학교 인재원에서 포콜라레 사제 솔선자 여름 연수가 있었는데, 서울, 인천, 수원, 춘천, 청주, 광주, 대구, 부산 8개 교구에서 30명이 참석했습니다. 초상 때문에 그날 떠난 분, 짧게 계셨던 분들도 계시고, 저처럼 4박 5일 전부 있었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은퇴신부님 5명도 계셨는데, 막 은퇴한 두 분도 아주 행복한 모습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포항에 계신 신부님들이 이번 연수를 준비해주셨고, 또 포항과 경주에서 봉고 3대를 갖고 오고 운전해주셔서 이곳저곳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함께 바치며 ‘일치의 서약’을 했고, 끼아라 루빅의 동영상들을 보며 ‘영혼 나누기’를 했습니다. 오후에는 각자의 취향대로 구룡포, 포항과 경주 곳곳을 둘러보았고, 바다와 일출 광경도 실컷 보았습니다.
아침 식사는 방별로 라면, 죽, 밥을 선택해서 먹고, 점심, 저녁은 다 함께 먹으며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일치의 한 주간을 살다가, 집에 갈 때 혼자 가는 분들도 있었지만, 차 없는 분들을 위해 멀리까지 카풀 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훈훈한 마무리였습니다.
사제 연수를 통해 영적으로 더 성숙한 가족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일치의 영성을 잘 살고, 주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 머물기 위해 모든 애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교구가 달라도, 서로 긴밀하게 일치하려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살면 살수록 그다음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성모님처럼 살면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예수님이 되어야 한다. 늘 예수님께 돌아가라!’라는 말이 충격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잃어버린 아들 예수님을 찾는 데 3일 걸렸는데, 내가 예수님을 잃으면 어떻게 하나? 시련과 실패를 겪을 때 마귀가 우리를 멈추게 하지 않도록 버림받은 예수님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면 그분과 일치할 수 있고, 인내심을 갖고 살아가면 시련이 사라질 것이다, 절대 멈추지 말고, 늘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떤 신부님은 아주 오랜만에 참석했는데, 집 나갔다가 집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힘들고 괴로운 일을 겪을 때마다, 주님이 어디 계셨느냐라고 물었을 때, “나는 너를 업고 있었다.”라는 음성을 들었다는 말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갈매못성지에 가면 소화데레사 성녀의 글 “Qui a Jésus a Tout.”(예수님을 가진 사람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예수님을 꼭 붙들고 살고, 또 그분처럼 늘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