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클럽 참 시끄럽죠. 물론 시끄럽다고 해서 위기인 건 아닙니다. 여전히 잘 나가는 클럽은 주말마다 사람이 북적이고 있으니까요.
언론에서는 매일 같이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클럽 문화 발전에 도움 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건 지레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클럽은 크게 두 군데입니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곳과, 음악을 들으며 즉석만남이 가능한 곳.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곳은 대체로 이태원과 홍대에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으며, '요즘 유명한 곳이래'라고 하며 가는 곳은 후자가 대부분입니다. 네, 뭔가 좀 바뀌긴 했죠.
대한민국의 클럽은 이제 꽤 괜찮아졌습니다. 빌보드를 호령한 DJ가 오기도 하고, 장소 자체가 DJ 맥(Mag)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도 되니까요.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할 수준이죠. 확실히 인프라는 예전보다 월등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소음이 발생하는 건, 아무래도 이 인프라를 올바르게 활용할만한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즉석만남 클럽들이 더 많이 생기진 않았겠죠.
전자음악이 나름 메인 스트림에서 자리를 잡은 이 시점에,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 이종민(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언론에서는 매일 같이 자극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클럽 문화 발전에 도움 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건 지레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클럽은 크게 두 군데입니다.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곳과, 음악을 들으며 즉석만남이 가능한 곳.
음악을 듣고 즐기는 곳은 대체로 이태원과 홍대에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으며, '요즘 유명한 곳이래'라고 하며 가는 곳은 후자가 대부분입니다. 네, 뭔가 좀 바뀌긴 했죠.
대한민국의 클럽은 이제 꽤 괜찮아졌습니다. 빌보드를 호령한 DJ가 오기도 하고, 장소 자체가 DJ 맥(Mag)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도 되니까요.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개벽할 수준이죠. 확실히 인프라는 예전보다 월등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소음이 발생하는 건, 아무래도 이 인프라를 올바르게 활용할만한 소프트웨어가 없어서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은 이상, 즉석만남 클럽들이 더 많이 생기진 않았겠죠.
전자음악이 나름 메인 스트림에서 자리를 잡은 이 시점에, 참 아쉬운 대목입니다. - 이종민(이달의 앨범 선정위원단)
[국내] 댄스/일렉트로닉
이달의 앨범: uju(우주) - [선데이서울 Ep.2]
누구나 이 음악을 듣고 옛날을 떠올릴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자주 들렸던 악기의 톤들.
요즘 정의론 '시티팝'의 부류로 집어넣을 수도 있겠지만, 우주(uju)는 소개 글에서 '아빠의 카세트에서 들어봤을 법한 편곡과 가사'로 정의한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선데이 서울이라는, 과거 잡지와 동명인 이 EP는 복고로 정조준된 신시사이저 소리를 중심으로 경쾌한 리듬을 발산한다.
수록된 노래는 다섯 곡이지만, 마지막 트랙 '우리는 사진 속에 갇혀 있지만'을 제외하면 모두 경쾌하게 달린다.
짧게 집중할 수 있는 EP의 구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분위기를 한껏 뽐내 주는 모양새다.
전반적인 콘셉트도 훌륭하지만, 미니 앨범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편곡이다.
자칫 갈림길이 생길 듯한 멜로디 라인에서 편곡자 '도일도시'와 'Cabinett'은 분위기를 일관성 있게 이끌어내니까.
뮤지션의 장단점을 올바르게 진단하여 장점만을 똘똘 뭉쳐낸 느낌이다. (글: 이종민)
이달의 노래: 마스터 클래스 - ‘NO.461’
늘 그랬다. 예나 지금이나 마스터 클래스의 음악에서 한국적인 요소는 찾기 어렵다.
조금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대한민국 남자고, 군대까지 다녀온 삶 속에서 로컬의 기운을 찾기 어렵다는 건 그만의 무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적을 소개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그의 감성은 국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비결이 뭘까. 영어 가사가 대부분이라서? 영어 가사를 부르는 보컬의 발음이 나쁘지 않아서?
아니다. 이건 정말 그만의 DNA로 이뤄진 감각이다. 한국에선 자주 듣기 어려운 편곡 전개들, 멜로디 라인들, 구성들이 집합되어 있다.
'NO.461'에 쓰인 예쁜 건반, 간결하면서도 나서지 않는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중심을 잡는 드럼은 아기자기한 댄스를 만든다.
더불어 덧붙여지는 보컬의 연기는 어떤가. 다시 한번 로컬의 범위를 넘어서는 그의 접근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노래방에서 자주 찾고 싶은 노래를 선호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쉽게 환호 받지 못한다.
집중하지 못한다면 배경음악, 킬링 트랙 사이에 놓이는 음악들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한 트랙 대부분은 충분히 대접받아야 할 만큼 매력적인 싱글들이고, 사랑스러운 기운이 가득한 'NO.461' 역시 좋은 싱글 넘버로 얘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활동 경력이 꽤 쌓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마스터 클래스의 역량은 뛰어난 것이다. (글: 이종민)
[국내] 락/메탈
이달의 앨범: 로큰롤라디오 - [YOU'VE NEVER HAD IT SO GOOD]
먼저 들어본 사람들이 엄지를 쳐들었다. 괜스레 따라가기 싫어졌다.
그러나 실수였다. 유예되었던 감상은 격한 후회를 낳았다. 그래서 죄인처럼 황급히 리뷰를 적는 중이다.
'올해의 음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1사분기의 음반'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외관상 [Shut Up And Dance](2013)와의 연관고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 여전히 댄서블한 비트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정도?
'하나의 확실한 무기'에 천착했던 전작에 비해 [You’ve Never Had It So Good]의 품은 한결 넉넉해졌다.
포스트 펑크와 뉴웨이브, 노이즈 락을 한데 버무렸다는 것은 'Here Comes The Sun', '이대로', 'Danse Macabre' 등 몇 곡만 들어도 명확하다.
하지만 단순히 장르 외연을 확장했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2019년의 어법으로 연주하고 노래하며 고루함을 지운다.
텐션과 무드, 앨범의 흐름을 치밀하게 고려한 연출이 압권이다.
신시사이저와 기타 사이에서 길항하는 사운드가 일품인 'Danse Macabre', 물결을 이루는 신스와 불길한 보컬 코러스가 기괴한 분위기를 끌어내는 'The Mist' 등에서 흔적을 읽는다.
'Sisyphe'엔 강력한 메시지를 심었다.
슬픔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 그 어떤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도 비웃어버리는 세상, 밴드는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극한까지 몰고 나갔을 때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으며, 너의 무(無)가 되겠다”고 읊조리는 마지막 트랙 'Nothing Lasts Forever'는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겠다는 듯 타올랐다 결연히 소멸한다. 아름답다.
댄스 플로어와 에너지로 꽉 찬 인디의 생기, 실존적인 불안이 거짓 없이 뒤섞였다.
'앨범'이라는 구심점을 타고 도열했다. 많은 욕심을 부렸지만 동시에 그만큼 절제한 느낌이 드는 모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말이 길었다. 입을 닫고 춤을 출 시간이다. (글: 이경준)
이달의 노래: 검정치마 - ‘섬(Queen Of Diamonds)’
당혹스럽다. '사랑' 3부작의 두 번째가 말하는 사랑은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Team Baby](2017)가 사랑 자체에 대한 예찬이라면 [Thirsty]는 폭력과 혐오, 기만이 끓어오르는 시궁창이다.
흐름상 1부가 이상적 사랑에 대한 담론이었다면, 2부는 환부를 드러내기 위해 표면을 한 꺼풀 벗겨냈다.
비밀이 폭로된 사회의 모습은 잔혹하기 그지없다.
그 온도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조휴일은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나 닉 케이브(Nick Cave)가 작품 안에서 선택한 기조를 따른 것처럼 보인다.
악마적 화자와의 동일시를 통해, 그리고 정서의 높낮이를 통해 그는 기묘한 맛의 작품을 완성했다.
[Team Baby]보다 위악적이고 [Don’t Worry Baby (I’m Only Swimming)](2011)보다 묵직하다.
다른 곡보다 '섬(Queen Of Diamond)'에 눈길이 간다.
이 곡은 무엇보다 앨범에 담긴 온도차를 곡 단위에서 잘 제시했다는 점에서 조휴일이 의도한 듯한 '불일치'를 가장 잘 그려낸 곡이라 할 수 있다.
잔잔한 슬로 템포로 진행하던 모던 락은 '절규'와 더불어 빠른 템포로 전환되는데,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은 1980년대 하드 락 기타 솔로다.
중요한 것은 '간극'이다. 가사와 연주 사이의 간극, 섹션과 섹션 사이의 간극, 장르와 장르 사이의 간극, 한국어와 영어 사이의 간극, 작품 속 화자와 예술가 사이의 간극.
조휴일은 이 앨범을 [Team Baby]와 연결하려는 시선에 반기를 들며, 나아가 자신과 화자를 동일시하려는 시선도 거부하는 듯하다.
물론, 어느 게 정답이든 결론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
[Team Baby]의 매끈함을 뒤덮는 사운드 실험이다. 궁금하다. 최종판인 3부가 나온 뒤, 이 '트릴로지'는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과연 조휴일은 자신의 앨범을 저런 식으로 분석하려는 욕망을 좋아할 것인지?
하지만 그 전에 이 곡은 문제작임에 틀림없다. (글: 이경준)
[국내] 재즈/크로스오버
이달의 앨범: 임미정 - [Composure]
뿌연 하늘을 보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미래의 영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산들산들 부는 봄바람과 싱그러운 꽃향기로 시작해야 하는 봄이지만 이제는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었다.
이제 곧 황사도 들이 닥칠 텐데 걱정이다. 이렇게 매일 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환경은 안 좋지만, 어김없이 봄은 우리 앞에 와 있다.
그리고 임미정의 반가운 신보가 우리의 이런 근심, 걱정을 위로해주고 있다.
임미정은 20여 년 전부터 활동한 베테랑 피아니스트이다. 그녀의 피아노를 처음 본 게 90년대 후반 '네브래스카'에서의 연주 모습이었다.
크리스 바가(드럼), 이순용(베이스)과 함께한 피아노 트리오로 스탠더드와 창작곡은 연주한 아름다운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선명하다.
2003년 톰 하렐, 도니 맥캐슬린(Donny McCaslin)이 참여한 1집 [Flying]을 발표하고 2005년 [In The Rain], 그리고 2011년에 색소폰의 전설 베니 골슨과 함께 3집 [3+1]을 선보였다.
이렇듯 10년가량 자신의 이야기를 앨범에 꾸준히 담았다. 이후 10년은 한양여자대학교에서 재즈 교육자로 자신의 본분을 다했다.
하지만 앨범을 발표하고자 하는 욕망은 식지 않았을 것이고, 드디어 오랜만에 4집 [Composure]를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 김환기의 작품 '봄의 소리(Sounds of Spring)'를 앨범 커버로 임미정은 봄을 다양한 색채로 그리고 있다.
첫 곡 'Prelude'를 듣고 있으면 노르웨이 어느 해안선의 청명한 공기가 느껴지는데 있는 힘껏 공기를 들이마셔도 편해지는 공기청정기 같은 연주다.
유럽 재즈가 느껴지는 임미정의 유연한 선율과 오랜 세월 많은 연주를 같이 한 김대호(베이스)와 이도헌(드럼)이 함께 연주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곡 'Spring Joy'에서는 한운기(기타)가 참여해 변화된 4중주를 선보인다.
거침없는 50~60년대 모던재즈를 재현하는 'You’re Strange'에서는 그녀 안에 살아 꿈틀거리는 뜨거운 재즈 열정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피아노 독주로 연주된 'Lullaby (Song for DH)'는 그녀의 아들을 위한 곡으로 엄마의 사랑이 피아노 위에 그려진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니 힘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지만, 임미정은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으로 담아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 매년 봄마다 들을 아름다운 곡을 선물해 주고 싶어 앨범을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힘든 봄이지만 임미정의 연주를 들으며 마음의 평정(Composure)을 되찾아 본다. (글: 김광현)
이달의 노래: 신지훈 - ‘Galaxy ’
한국 20대 재즈 연주자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악기를 특정하지 않고 다양한 연주자들이 여러 스타일로 라이브를 선보이고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생들로 '부채세대'라는 말도 있지만, 재즈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스타들이다.
재즈를 접하게 되는 계기와 방식 등이 달라 다른 음악 장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단 얘기를 한다.
하지만 이건 그들 세대의 방식일 뿐이고, 대신 재즈에 대한 이해가 기성세대보다 빠르고 명확하다.
앞으로 펼쳐질 2020년대 재즈를 기대하게 되는데 이런 생각은 신지훈의 데뷔작 [Wireless]을 들으면서 더 확고해졌다.
이제 27세가 된 기타리스트 신지훈은 2014년 자라섬크리에이티브 뮤직캠프에 참여해 동료들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바 있는 영 라이언이다.
당시 페스티벌에 참여한 세계적인 거장들의 클리닉을 접했고 뮤직캠프에 참여한 젊은 연주자들은 서로 신선한 감각을 공유하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 경기남부재즈, 서인혜 등이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기타리스트 신지훈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끊어진 선을 음악으로 연결하고자 1집 [Wireless]을 발표했다.
선배이자 스승인 김지석(색소폰), 전용준(피아노), 신동하(베이스), 그리고 서주영(드럼)이 함께하는 5중주 편성으로 정제된 모던한 기타 톤이 무척 인상적이다.
앨범의 첫 곡은 안개 자욱한 보컬이 등장하는 'Butterfly'로 신지훈까지 부르고 있다.
팝으로 시작해 중반에 등장하는 기타와 피아노의 솔로는 분명 재즈에 무게가 있음을 보여준다.
현란한 화성과 비트가 복잡한 서울을 상징하는 'Seoul' 등 모든 곡을 신지훈이 작사하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20대의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경계 없는 다양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그중 'Galaxy' 팻 메시니 유니티 그룹이 연상되는 곡으로 김지석의 색소폰과 신지훈의 기타 유니즌이 매력적이다.
적당한 그루브와 반복되는 선율은 들을수록 빠져드는데 기타 솔로는 탄탄한 기본기에 드라마틱한 흐름이 유려하다.
기타 연주뿐 아니라 자신의 앨범, 그리고 작곡과 프로듀서 능력을 발휘해 동료들과의 다양한 작업을 기대해 본다. (글: 김광현)
[국내] 발라드/팝
이달의 앨범: 이달의 소녀 – [X X]
2016년 10월 희진의 솔로 데뷔로 야심차게 출발한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는 멤버와 유닛을 먼저 소개하면서 완전체 그룹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유발하는 참신한 기획을 선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해외 시장을 겨냥한 한발 앞서가는 음악적 시도와 완성도 높은 퀄리티의 사운드 프로덕션을 통해 K-Pop 아이돌의 진취적이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의 가장 의미있는 성과라 할 것이다.
요컨대 캐릭터의 차별화된 컨셉과 퍼즐처럼 연결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의 세계관을 구축하면서 점차 팬덤을 확장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과연 완전체 그룹이 음악적으로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데뷔 EP [+ +]가 다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프로젝트의 앞날에 어두운 전망을 드리우기도 했지만) 6곡의 신곡을 수록한 리패키지 정규 앨범 [X X]는 비로소 소녀들의 힘찬 비상의 날갯짓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타이틀곡 'Butterfly'는 소녀들의 정체성과 프로젝트의 야심을 다시금 견고하게 일으켜세우는 회심의 싱글이다.
변칙적인 비트와 리듬이 맞물리면서 일정한 톤을 유지하는 사운드와 가창력을 내세우지 않고 그저 악기와 함께 호흡하는 보컬, 허밍과 반주만으로 이루어진 후렴구의 독특한 구성을 지닌 이 곡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으로 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 밖에 퓨쳐베이스를 기반으로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위성(Satellite)'과 아트 팝적인 시도를 엿볼 수 있는 'Curiosity', 레트로 알앤비와 EDM 사운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색깔(Colors)'과 차분하고 세련된 품격의 발라드 'Where you at'도 이달의 소녀 완전체에게 기대했던 결과물들로 손색이 없다.
신곡들이 포진한 앨범 전반부의 인상적인 감흥은 EP 수록곡들을 역순으로 배치한 앨범 후반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전작 또한 다시 한번 주의깊게 들어볼만한 여지를 남긴다.
2년 넘게 진행된 장대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결실을 담아낸 앨범의 벅찬 감상과 여운은 한층 다채롭고 흥미롭게 펼쳐질 소녀들의 다음 여정을 주목하게 한다. (글: 이태훈)
이달의 노래: 김보형 – ‘훨훨’
스피카 시절부터 인정받았던 걸출한 가창력은 물론 한층 성숙한 음악성과 창작력을 겸비한 싱어송라이터 김보형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신곡이다.
리드미컬하고 그루브한 곡의 진행을 유연하고 노련하게 리드하면서 가창력을 발휘해야 할 순간에는 시원하게 터뜨려주는 보컬의 빼어난 완급조절이 돋보인다.
홀로서기의 전환점을 맞은 그녀 자신과 더불어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 땅의 청춘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가사 또한 노래의 선명하고 공감 어린 인상으로 오래도록 귓가를 맴돌게 한다.
걸그룹 출신의 아이돌 이미지를 과감하게 벗어던진 성숙하고 스타일리쉬한 매력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현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김보형의 새 출발은 달샤벳 수빈의 재발견 만큼이나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글: 이태훈)
[국내] 힙합/알앤비
이달의 앨범: FRED.(프레드) - [너의 가림막]
근 몇 년 사이 한국 알앤비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했다.
비록, 시장 규모와 대중적인 인기는 힙합에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앨범 단위 결과물의 평균 완성도 면에서는 힙합을 상회한다.
이 같은 현실에 가장 크게 공헌한 건 인디 아티스트, 그중에서도 신예들이다.
그들은 세간의 적은 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양질의 결과물을 쏟아냈다.
올해도 신예 알앤비 아티스트들의 인상적인 행보가 이어지는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프레드(FRED.)의 첫 EP [너의 가림막]은 좋은 예다.
앨범의 전반적인 음악 기조는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맞닿아 있다.
다만, 건조하고 침잠된 무드와 사운드로 대변할 수 있는 기존의 장르 관습에선 살짝 벗어나 있다.
차분하고 우울하지만, 몽글몽글한 사운드로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미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멜로디와 보컬 어레인지 또한, 탁월하다. 특히, '추상화'에서 1분 50초 이후 30여초간 몰아치는 구간은 앨범의 백미다.
많은 양의 가사를 제한된 멜로디 안에서 탁월하게 뱉는 프레드의 보컬도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장식했다.
벌스(Verse)에서의 반복되는 멜로디 라인을 통해 귀를 사로잡는 마지막 곡 '증후군'이 남기는 여운도 상당하다.
이렇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신예가 또 한 명 추가되었다. (글: 강일권)
이달의 노래: MUNCHEESE - ‘Lac Lac’
두 장의 정규 앨범을 연속으로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은 화지, VMC의 원년 멤버로서 묵직한 래핑을 구사하는 우탄, 두 래퍼의 합작 프로젝트인 먼치즈(MUNCHEESE)의 앨범에서 가장 귀를 사로잡는 건 단연 'Lac Lac'이다.
느긋한 그루브가 일품인 이 곡은 ‘90년대 서부 힙합, 특히, 쥐훵크(G-Funk)에 대한 오마주 그 자체다.
미국의 명품 자동차 브랜드인 캐딜락(Cadillac)을 의미하는 제목부터 그렇다. 캐딜락은 서부 힙합에서 대표적인 오브제로 사용되어왔다.
우탄과 화지는 90년대 미국 서부 힙합 정서의 재현과 재창조의 경계에서 여유롭고 탄탄한 랩 퍼포먼스로 진한 인상을 남긴다.
곡을 프로듀싱한 오넛(O'NUT)에 대한 상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본인의 결과물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추구하는 이가 드문 모던 훵크(Modern Funk)를 완성도 있게 구현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엔 모던 펑크의 근간 중 하나인 쥐훵크 사운드를 제대로 만들어냈다. (글: 강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