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을 먹으러 내려온 아들이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엄마, OO이 알지?"
"알지, 왜?"
"OO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네."
"아니 왜? 아직 젊으실 텐데.. 엄마 아빠 또래 아니신가?"
"뇌종양이셨다네.."
OO이 누나의 결혼식도 내년에 할 예정이었다는데..
딸 결혼식도 못 보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제 좀 여유 있게 재밌게 살 나이인데.. 병마로 고통받다 가셨으니 안타깝다.
OO 이는 아들의 친구다. 심성도 착하고 집에도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다.
몇 년 전에도 아들이 친구 OO이 아버지의 얘기를 했다.
"엄마도 밭(텃밭)에서 일할 때 선크림 꼭 발라. OO이 아빠가 피부암이 걸렸다네."
생전에 표현을 잘하지 않는 아들이 내 피부를 걱정해주니 내심 기뻤다.
"OO이가 걱정이 많겠다. 아빠가 빨리 쾌유하셨으면 좋겠네."
걱정하는 마음으로 완쾌를 기원했었는데..
그 후 다행히 피부암은 나았는데.. 뇌종양에 걸려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아들의 얘기를 들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내일 문상 가서 친구도 잘 위로해 주고 뭐 도와줄 거 있으면 도와주고 와." 당부를 해둔다.
"엄마 아빠 나이대에는 부고소식이 많네.
어제는 작은 이모 아는 지인이 폐암 진단받고 한 달 만에 죽었다고 인생이 허무하다고 했는데.."
"OO이 엄마도 아직 젊을 텐데.. 엄마 나이또래쯤 되었으려나?
엄마도 아빠 없다고 생각하면 무섭고 막막하던데.. 그 엄마도 마음이 많이 아프겠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사는 우리도 이 나이(50대 후반)가 되고 보니..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는다.
아침에는 남편이 카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안녕하셨는지? 묻는 것이다.
'수고해. 밥 잘 챙겨 먹고.. 좋은 하루.'
저녁에는 통화를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인사다.
어쩌다 전화받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한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쓰러졌나 싶어 놀랐네.."
"쓰러지기는 무슨.. 설거지하고 있었구먼~~. 별 걱정을 다하네. 아직 짱짱하니 걱정 마셔요"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려보지만 나 역시 그렇다.
어쩌다 남편의 카톡 답장이 늦거나 전화를 받지 않으면 조바심이 난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건강체질이고 지금까지 아픈 곳 없이 잘 지냈지만
은근 건강이 염려될 나이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자.
인생 별거 없다. 재밌게 살자."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다.
아침에 눈 뜰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예전에는 아침을 맞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아니다.
그냥 감사하다.
건강하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다.
젊어서는 이런저런 욕심도 많이 부렸고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에 애태우기도 했다.
그런데..
사는 거 별거 없더라. 속 끓이지 말고 재밌게 사는 것이 중요하고
하루하루 감사하며 지금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최고임을 알았다.
아들 친구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들은 이 밤,
이런저런 생각이 스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건네고
사랑한다 표현하고 더 잘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
그 이별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함께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올지라도 후회가 남지 않게.
삼가 고인(故人)의 명복을 빕니다.
아들 친구 OO 이와 가족분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오늘 밤은 쉽게 잠이 들 것 같지 않다.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