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경이 계시하는 길을 따라 하나님을 알고 섬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도의 전통 위에 세워진 교회에 속하고 또 그 교회를 다음 세대로 상속해줄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다음 세대에 교회를 이어받아 세워갈 우리의 자녀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잘 짚어보면, 우리가 삼위 하나님의 부르심과 역사하심에 따라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에 속하게 되면서, 우리의 자녀들도 언약백성으로 가시화되어 우리와 동일한 언약을 소유하고, 대망하면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영광스럽고 감사할 일입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우리시대보다 더 악해지고, 더욱 교회를 어지럽히고 혼란스럽게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자녀들은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 더욱 잘 훈련되고 준비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떻게요? 이 질문에 이르면 우리는 매우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위성은 가지면서도 방법론에서 잘 정리되지 못한 것이 이시대 우리들의 솔직한 자화상입니다.
저와 저희 가족이 속한 실로암교회도 이러한 고민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저희 교회는 올해부터 방학기간을 제외한 매월 1회씩 토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독교대안학교를 오래 전부터 연구, 준비하고 있었던 우리 교회지만, 이 문제가 쉽게 접근해서도,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매우 어려운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고려할 사안들이 많습니다. 동시에 균형있는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 지난하기도 합니다. 아마 수 년 혹은 수십년이 소요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몇몇 기독교대안학교는 이른바 기독교엘리트주의에 입각한 학교이거나,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교사들에 의해 교육이 이뤄지는 정도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철학이 빈곤하거나 준비가 부족했던, 현실적인 난관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희 교회가 생각하는 기독교학교는 타락한 세상의 가치관과는 다른,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바른 신앙과 지식을 전하고 배우는 그런 학교입니다(적어도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렇습니다). 그러한 학교를 세우고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수많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해 월 1회의 토요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첫발을 떼놓은 것입니다.
이제 실로암교회의 토요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교육위원회. 실로암교회의 주일학교는 당회원이거나 당회원이었던 분으로 교사를 세웁니다. 신앙과 삶의 검증이 교회 가운데 이뤄진 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원칙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교회의 주일학교 교사들과는 다르죠?
이들 교사들이 주축이 되고, 교회 가운데서 추천을 받아 교육위원회를 구성하여 교회학교의 제반 사항들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토요학교 참석 대상입니다.
먼저 실로암교회 교인 자녀 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학생들입니다. 또 자매관계에 있는 성서계명교회의 학생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입니다. 너무 늦게까지 운영하지 않은 것은 주일예배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과목은 교회역사, 글쓰기, 전통놀이 등입니다.
우선 학년 초에는 국내의 기독교유적지 탐방을 했습니다. 양화진 선교사묘역과 유적지, 경북선교지와 교회 탐방, 대구 선교사적지를 찾아가 견학하며 공부했습니다. 이후 교회역사는 장로 중 한분이 맡아 교육하고 있는데, 11월 말 현재 성경이 계시하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와, 초대교회에서 중세시대까지를 망라하는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경의 인물들과 사건들, 나라들이 어느 시대에 해당되는지 또 어떤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지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 교육은 수필과 시를 공부해 왔습니다. 이것은 교회자녀들의 교육에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중요한데, 글을 읽고 쓰는 것에 대한 교육으로 기초가 다져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학교선생님과 현직 시인이신 교우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전통놀이는 우리의 전통을 알리는 것외에도 컴퓨터나 게임기, 스마트폰 등에 중독된 우리 시대 아이들에게 다른 건전한 놀거리를 가르쳐 균형을 잡도록 돕기 위해서 입니다.
자녀를 둔 교우들이 당번을 정해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토요일에 근무하거나 집이 멀리 있는 아이들을 태워오거나 하교시키는 것도 몇몇 이웃가정들이 카풀제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에는 지리산 등반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직까지도 미완성의 기독교학교이지만 이렇게 발걸음을 떼놓은 것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준비해가자는 의도에서며,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생각만 하기에는 우리 아이들이 노출된 세상이 너무나 악하고 험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선한 인도함으로 인해 주의 몸된 교회를 잘 상속하고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