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Inception)
최용현(수필가)
‘인셉션(Inception, 2010년)’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10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다듬어서 연출한 하이스트(heist) 영화이다. 제작비 1억 6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전 세계에서 8억 4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대박을 터뜨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총관객 600만 명을 넘어섰다.
아카데미에서 촬영상과 시각효과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을 받았고,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미술상과 음향상, 시각효과상을 받았다. 또, 미국작가조합의 각본상(크리스토퍼 놀란)과 미국배우조합의 스턴트앙상블상을 수상했고, MTV의 ‘최고의 겁먹은 연기상’(엘런 페이지)이라는 특이한 상도 받았다.
음악을 맡은 한스 짐머가 작곡한 OST는 큰 호평을 받아 각종 방송 매체에서 배경음악(BGM)으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삽입된 ‘Time’은 한스 짐머 역대 최고의 곡으로 불리고 있으며, 그의 라이브 콘서트에서 항상 마지막 앙코르곡으로 배치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타인의 꿈에 접속해서 생각을 빼내거나 심는 일을 하는 특수 보안요원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扮)가 해변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한 일본인 노인의 고성(古城)으로 인도되면서 먼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코브는 프로클로스 그룹의 일본인 사이토 회장(와타나베 켄 扮)의 꿈속에 침투해 정보를 훔치는 익스트랙션(Extraction)을 수행하다가 그의 죽은 아내 맬(마리옹 꼬띠아르 扮)이 나타나는 바람에 실패로 끝난다. 아내의 죽음 때문에 범죄자로 수배되어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코브는 아이들과 헤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에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 맬은 죽었지만 코브의 무의식 속에서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나타나 그를 괴롭힌다. 코브의 죄책감이 만든 허상이다.
코브는 자신을 눈여겨본 사이토 회장(와타나베 켄 扮)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는다. 에너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피셔 그룹의 후계자인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 扮)가 곧 물려받을 아버지의 회사를 분할 경영하도록 생각을 심어달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코브의 수배를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코브는 아이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이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인다. 시간과 규칙, 타이밍 등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성공할 수 있는 인셉션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코브는 역대 최강의 팀을 조직한다. 코볼 사 시절부터 파트너인 아서(조셉 고든 레빗 扮), 꿈의 구조를 설계할 건축가 애리어든(엘리엇 페이지 扮), 변신 전문가 임스(톰 하디 扮), 그리고 강력한 수면제를 제공하는 유서프가 합류한다. 애리어든은 코브의 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그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 자리한 맬의 존재가 가장 큰 위험 요소임을 알게 된다.
코브는 팀원들에게 잠재의식은 감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피셔 그룹의 회장이 사망하자, 장례식에 참석하는 피셔와 같은 비행기를 탄 팀원들은 비행기 안에서 피셔를 잠재운 뒤, 그의 꿈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피셔의 무의식은 의외로 강력해서 외부 침입자들을 공격한다. 게다가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있는 맬이 등장해 작전을 방해하기 때문에 작전은 점점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작전 도중 피셔가 중상을 입으면서 무의식중에서 가장 깊은 영역인 림보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이곳은 한번 빠지면 돌아오기 어려운 공간이다. 림보에서 또 마주친 맬이 이곳에 함께 남자고 하는데, 코브는 이제 맬과 완전히 작별한다. 죄책감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실 코브가 인셉션 임무를 맡게 된 것은 전에 아내 맬에게 먼저 시험을 해보고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셉션에서 깨어난 아내가 후유증으로 자살한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을 넘어뜨려 강제로 깨우는 것을 킥이라고 하는데, 팀원들은 각자의 킥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다. 피셔는 아버지의 뒤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갈 거라며, 회사를 분할 경영할 것임을 밝힌다. 인셉션이 성공한 것이다.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가서, 해안가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코브는 사이토 회장의 도움으로 수배가 풀리면서 입국이 허용된다. 집으로 돌아온 코브는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아이들과 재회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하는 꿈을 자각몽(lucid dream)이라고 하는데, ‘인셉션’은 자각몽 상태에서 드림 머신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의 꿈을 의도적으로 조작 혹은 통제하는 것을 다룬 영화이다. 익스트랙션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서 비밀 정보나 기억, 생각을 빼내 오는 것이다. 인셉션은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서 내가 원하는 생각을 심는 것으로, 깨어난 후에도 스스로 그 생각을 가졌다고 믿게 해야 한다.
이 영화는 초호화 캐스팅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에 나오는 배우들 외에도 마이클 케인이 맬의 아버지로, 톰 베린저가 피셔의 삼촌으로 나온다. 각 팀원이 특기를 살려서 꿈의 단계나 깊이에 따라 상대방의 꿈에 인셉션을 행하는 과정과 꿈의 이미지를 구현해 낸 엄청난 스케일은 놀랍기 그지없지만, 림보와 킥, 토템 등의 용어들은 생소하고 난해하다.
남의 꿈속인지 아닌지 확인해 주는 물건이 토템인데, 코브의 토템인 팽이는 원래 아내 맬의 토템이었고, 코브의 토템은 결혼반지이다. 꿈속에서는 항상 반지를 끼고 있고, 현실에서는 반지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코브가 기억 속의 아이들을 볼 때는 아이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마지막에 현실로 돌아왔을 때는 아이들이 얼굴을 드러낸다.
남의 꿈에 들어가서 어떤 생각을 심거나 빼 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이거나 상상이거나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내 생각 가운데 진정한 내 생각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