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을 두그릇이나 비우고, 뜨뜻한 차로 한기를 면하고 무엇보다 친구들의 헌신적인 자봉에 고무
되어 발걸음은 가볍다. 몸 상태로 볼 때 완주는 확실하다. 자 이제 저 어두운 안밈고개만 무사히
넘으면 된다.(헤드랜턴은 쓸 수 없고,전방 점멸등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으니) 최대한 전방주자
의 깜빡이와 발빝을 조심해서 달렸다. 물론 안민고개를 올라갈 때는 스트레칭을 겸한 속보로. 안
민고개 정상에 젊은 남녀가 심야에 차안에서 젊은놈이 “이밤에 뭐하는 겁니까?“하고 묻는다.
달리기경기하는 거요. ”이밤에 배낭을 메고요?“”울트라마라톤이라는거요“ ”울트라마라톤이
뭐요?“”????“ 너희들 눈엔 칼바람이 몰아치는 한밤에 뛰는 달림이가 제정신이 아닌 놈들로 보
일거다.
안민고개를 올라가는 와중에 울산의 “유**”이신 분 같은 분을 보았는데, 같이 가던 친구가 “유
**”가 맞다고 하는 것 같았다. 13~14km 지점에서 보았을 때 상당히 힘들어 하던데, 그래도 작년
에 강화(석모리)에서 강릉(경포대) 308km 횡단에 성공했다 한다.
“제한시간에 걸리지 않았냐?” “몇 CP에서는 위험했고, 마지막 지점에서 Cut-Off를 불과 몇분
사이로 통과했다“고 한다. 결국 오늘은 반환점까지는 아슬아슬하고 통과했으나, 결승점의 Cut-
Off고비는 넘기지 못했다. 앞으로 울트라대회를 참가하게 되면 자주 만나게 될거라고 울트라 참가
경험이 많은 옆의 친구가 말한다.
어둔 밤길을 조심해서 달려내려오니, 진해시의 건물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며 조금만 지나면 불
안스런길을 벗어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차츰 든다.(이 고개를 넘어가고 올 때 헤드랜턴 없이 불
안스러운 마음으로, 오가는 차와 발밑에 신경이 쓰였는지, 차가운 칼바람이 아니었어도 신경이 날
카로와져 있었다.)비로소 진해마라톤이 밤새 자봉하고 있는 텐트에 들러, 뜨뜻한 차를 연거푸 2잔
을 마시니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온다.
한결 여유를 찾고 “지금 내가 어느정도 가고 있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중간정도 될 겁니다.
" 후미에서 출발하여 이 정도 왔으면 첫 울트라에 도전하여 무리없이 완주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
각이 들었다. 남은 거리를 위해 스트레칭을 하는데, 자봉하시는 분이 허리를 눌러준다. 덕분에 편
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원기를회복하고 이제는 가로등이 훤히 켜진길을 힘차게 달려갔다.
*6Lap(~ 70.0Km) ~ STX조선소 근처 한국신쿨삼거리 소요시간: 1:11:25 누적시간: 9:12:18
이제는 불빛이 훤한 도로를 따라 달리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아직까지는 종아리가 무겁다던지
어디 무릎어디에도 아프다고 하소연하지 않는다.풀코스 벽이 30km 지점이라면 울트라(100km)에서
의 벽은 70~75km 지점이라는 데, 70km 자봉이 있는 텐트까지만 “쥐”만 만나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발걸음 옮긴다. 발은 점차 무거워 오지만 최대한 발목스냅을 이용하여 체중이 발에 실리
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허기가 지다는 생각에 “파워젤”을 뜯어서 먹었다. 이번이 3개째인지 4개째인지. 출발하면서
영양식으로 집에있던 파워젤 3개에 출발전에 3개를 구입했고, 쉽게 포장을 벗기 수 있는 쵸코렛
을 준비했는데, 몇 개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올 때 이지점에서 헤어진 군산에서 왔다는 달림이는 제한시간내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시내를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한밤에도 모텔은 휘황찬란하다. 이 신새벽에 70km 지점
에서 본 STX조선소의 불빛과 비교하여 보면 그 불빛자체가 틀리지 않는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얕으마한 언덕을 돌아 가다보니, 오면서 본 웅장한 STX조선소 크레인
이 보이고, 건조중인 크고작은 배가 보인다. 이제 70km 지점이 멀지 않았구나.
이윽고 빨간 경광등이 보이는 걸 보니 올 때 들렀던 텐트다. 밤새 자봉하시는 분이 반갑게 달림이
들을 맞는다. 준비되어 있는 건 물과 우유뿐이나, 배낭의 물을 확인하고 물을 아껴야 되겠다는
마음에 작은 물병을 들어마시고, 우유를 한잔 비우고 있는데, mbc ESPN에서 취재를 하는지 달림이
와 인터뷰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상태는 어떠세요?” “다리는 점점 무거워져 오고 있으나, 견딜만 합니다.”“결승점까지
몇 시간 정도 걸릴까요?“”다리가 점차 무거워지고 있으니, 4시간30분 정도 가능할지요.“
제한시간이 6시간 가까이 남아있고, 다리는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으나, 스트레칭만 잘하면 처음
에 생각한 시간대에 완주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갖게했다.(13:10~13:30목표)
“여기서 15km까지는 이 시간에 문을 연가게가 없을 듯하니, 런너가 알아서 대처해야 합니다“
자봉하시는 분의 말을 듣고 파워젤과 쵸코렛이 얼마나 남았는지 신경이 쓰였다.
*7Lap(~ 84.4km) ~ 인정초등학교 사거리 소요시간: 2:04:21 누적시간: 11:16:40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데 하늘은 맑은지 별도밝고, 바다위에 걸려있는 달이 유난히 밝다.
겨울바다는 어두워 그 수면빛깔이 어떤지 볼 수 없이 시커먼 수면만 보일 뿐이다. 늦은 시간에
강태공이 낙시대를 한가로이 드리워놓은 모습이 보인다.
한참을 걷고 뛰고하여 가는데, 남녀 일행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여자는 대구에서 왔다는데
작년에 강화에서 강릉까지 횡단했고 9산종주도 했다고 한다.“그정도면 대단한 경력입니다. 저는
이번이 처음으로 울트라 머리올림하러 왔는데, 여기까지 왔으니 완주는 할 것 같습니다.“”첫 울
트라 참가치고는 잘 뛰시는데요. 준비가 철저했던 모양이에요. 아무리 횡단, 종단을 했다고해도
준비를 하지 않으면 힘든건 마찬가지지요.“ 옆에 있던 친구는 부산에 있는 친구인데, 이번이 3번
째란다. “이렇게 가면 몇시간대 갈 수 있겠습니까?”
“14시간대 안에는 들어가겠지요.” 이왕 만나것도 인연인데, 파워젤을 하나 먹고 가지고 있던 쵸
코렛을 권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고 싶은 마음에 몇 번 앞서 달렸지만 갈림길에서는 기다
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지점에 왜 주로자봉이 없을까. 아무래도 초행이라 어둔길을 걸어오면서 길이 눈에익지 않아,
이럴 때 서뿔리 길을 택해 갈 수 없다. 부산이 집인 이 친구는 올 때 길을 잘 봐 두었던 듯 왼쪽
으로 길을 짚어낸다. 아까 여자분과 같이 이런저런 예기를 하다보니 반가운 경광등이 보이고 좌측
으로 꺽어진 곳에 텐트가 보였다.
뜨끈한 오뎅국물과 물, 우유. 추위와 허기에 떨면서 밤새 달려온 달림이에게 따끈한 오뎅국물을
마시니, 얼었던 몸이 풀리니 기분이다. 염치불구하고 남은 거리를 생각해 2그릇 더 신청해 먹었
다. 양을 보니 후미에 오는 주자까지도 충분할 것 같아 체면불구하고 먹었다.
등따시고 배부르니 일어나기가 싫다. 다리도 점차 무거워오고...
“이제 굴러서가도 14시간대 안에는 들어가겠다” 무거워진 몸을 일으키고, 결승점에서 기다
릴마눌과 친구들을 생각해 다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