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주를 찾은 날 제주공항엔 비가 맞이해 줍니다.
벼르고 별러 섬 속의 섬으로 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한참 늦은 점심을 때우고 우도로 가는 막 배를 탄 시간이 여섯시
비 오는 바다는 사나워 배가 출렁이고 손님은 몇 안 됩니다.
그나마 선실 바닥이 따뜻해 찬비에 웅크러진 등을 대고 누워봅니다.
파도가 높아 가까운 천진항을 두고 먼 하우목동항에 하선했는데
우도에 가면 꼭 전기차를 타는 게 낭만이라는 말을 들은 터라
성산포항에 차를 두고 와서 훈데르트 힐즈 측에서 보낸 차로
숙소에 오는 빗길이 벌써 오래전 집 나온 여행객 같은 생각이 듭니다.
훈데르트는 20C 오스트리아 3대 화가 중 하나로
자연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곡선을 이용한 건축가로도 유명합니다.
이튿날 아침 여전히 내리는 빗속에 하얀 비닐 우비를 입고
돌칸이 해변으로 나가니 사정없는 빗줄기가 얼굴을 두드리고,
거친 파도는 큰소리로 몰려왔다 돌아가기를 반복합니다.
시속 20km로 가는 2인승 삼발이 전기차는
천천히 비 오는 우도의 밀밭과 보리밭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인적없이 텅 빈 해변의 또 다른 멋을 보여 주었습니다.
날 맑은 어느 가을날 이곳에 다시 와서
우도의 비췻빛 바다 물결을 보고, 여유롭게 훈데르트의 예술도 감상하며,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도 꼭 맛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짧은 여행들의 연결이 긴 여행 같은 인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싶습니다.
(시편 21:5-6) 주의 구원이 그의 영광을 크게 하시고
존귀와 위엄을 그에게 입히시나이다
그가 영원토록 지극한 복을 받게 하시며
주 앞에서 기쁘고 즐겁게 하시나이다
2023년 5월 넷째주에
복음과성령교회
담임목사 강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