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께 사뢰어 올리다.
~ 갑인(1914)년 음력 3월15일 아들 연구가 상평으로 쓴 글 ~
< 번역:시인, 수필가 인수/ 정 용하 >
펄럭이는 깃발이 부르는 것을 한 번 바라보신다면 그 후에는 가까이 도달할 것입니다. 엎드려 숙고하니 어려운 관문에 작은 힘을 보태는 것은 우리 집 형편에는 함께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근간 부르심에 살펴드리지 못함을 시인하며, 작금에 거가대족에 만 가지 일이 보태어지니 기체의 조짐에 변경은 없으신지요. 동네가 이선주(二仙酒) 증세에 치우쳐 있어 다시 회복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멀지 않아 그것은 화근이 될 것입니다.
삼가 사모하는 마음 그지없으며, 낮고 천한 실험을 중단하시는 일 외에는 별도로 부탁드릴 것은 없습니다. 탄식하지 않고 보낼 수 있다면 가솔들 또한 이별은 없을 것이며, 경계하고 삼가 하신다면 어찌 행복하지 않겠나이까. 만남과 이별의 안목으로 멀리 한 지점을 살피시어 빛을 도모하신다면, 푸른 상추처럼 응석으로 자란 자식은 적당한 시기에 고하고 돌아가는 것 또한 가능하겠지요. 옛 것을 방해하는 그러한 것을 억제하셔서 이제는 가정사가 올곧게 되도록 맞이하고 또한 전송하여야할 것입니다. 버금가는 개천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변두리가 공허해지고 한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여분을 줄이면서 아들이 사뢰어 올립니다.
*정연구(1876~1932): 1914년 당시, 객지에 계셨던 번역인의 조부이신 정연구께서 증조부이신 정진벽(1845~1915) 선조께 보낸 서신으로서,
증조부의 문집 속에 보관되어 온 간찰 2건을 우연히 발견하여 2014년도에 간찰체를 일반 한자로 변경한 후 다시 한글로 번역한 것임.
*상평(上平): 평성의 하나로서 소리가 조금 높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높이가 다르지 않는 운율.
*이선주(二仙酒): 소주에 용안육(龍眼肉)과 계피, 꿀을 넣어 만든 술.
< 간찰원문 1 >
■ 선비가 극기하며 회답하다.
< 士克答疏 >
일순간 다스리지 못하여 이제껏 군자들(아우들)과 내가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며칠 전 편지가 도착하여 이 같은 부름을 접하니 그리운 옛정으로 기쁨이 더하구나. 객지에 머무르며 누적된 날카로움으로 인하여 연락이 되지 않았건만 후에 상의하게 되어 이처럼 다시 돌아가게 되었으며 가장인 형이 어찌 본질을 더럽힐 수 있었겠는가. 이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언어가 일치하고 집안가솔들의 탄식이 없어졌으니 다행스럽구나. 맑은 기운이 생겨 그 가치의 높고 낮음이 군자와 같으니 어찌 아우들과 다르다고 할 수 있으랴. 그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기고 우러르니 어찌 융성과 호소함이 항상 화합하지 않겠느뇨.
명예와 위엄은 하나의 그릇이라 삼가해야하는 것이 닮았으니 즉 하나의 술잔에 담겨 있어 순식간에 떠나갈 수도 있는 것인바 더욱이 따뜻한 정이 있는 군자의 말을 가리켜 어찌 근본 있는 풍경이라 아니할 수 있겠는가. 이를 받아들여 특별히 그 가치를 주변에 질문한다면, 한 번 다툼은 열개의 의혹 있는 징후로 나타나고 또한 없는 것도 의혹으로 만들어져 한 번의 분쟁은 스무 개의 말이 되니 지금의 군자에게는 책속의 말과 같은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하필이면 서로가 용납하지 않고 더욱이 반대로 생각한다면 그 가격이 12배로 급등하게 되고 매매에 있어서도 판매 가격이 비슷하게 조정되는데, 자식들은 칼끝 같은 정성으로 그 값비싼 것을 공손하게 받아들이고, 그 그릇을 수십 년 동안 두고두고 나누어 사용하여야할 것이다. 비록 12배로 인상되더라도 군자라면 반드시 체득하여야 할 것이며, 혹여 다른 사람이 판매함에 있어 만약 말 같지 않는 것을 그 속에 넣어 업(業)으로 팔더라도 이제 한마음이 되어 단합하면서 거친 것을 끌어안아야할 것이다. 이만 줄인다.
- 을묘(1915년) 음력10월 그믐날 형 연구가 회답하다 -
< 간찰 원문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