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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업무차 떠난 콜롬비아행은 너무나 힘든 여정이었다.
저녁 7시반 비행기로 인천을 떠나 14시간을 쪼그려 앉아서 갔는데,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니 또 늦은 저녁시간...
또 밤 비행기를 타서 수도 보고타에 도착하니 새벽 5시가 좀 넘은 시각..
밤 비행기는 낮보다 확실히 더 힘들다...에이고..
그래도 요새는 기내에서 영화, 노래, 게임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여서 예전보다는 덜 지겨운건 사실.....
옆에 60이 넘어 보이는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더니 섬유사업을 하며 현재 뉴욕에 산다고..
남미국가 업체들과 거래를 했는데 정세불안으로 거래선을 중국, 방글라데시 등으로 바꾸었단다.
비행기 타는게 안 지겨우냐고 물어봤더니, 글쎄 비행 마일리지가 2백만을 넘었다면서
이제 습관이 되었고, 뱅기안에서 영화등 여러 것을 즐길수 있어 괜찮다나.
호텔에 도착했더니 앗 헌병들이 기관총을 들고 왔다갔다 한다. 말로만 들었던 정세불안이 확 느껴졌다.
무사히 돌아갈수 있을까, 납치는 안당할까, 총알받이 되는 건 아인가..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짐을 풀어놓고 한숨 잘까 했더니 같이 간 젊은 친구들이 밖을 둘러보자고 해서 나갔더니.....
현대 엑센트, 포니, 대우차, 포드 등 쪼끄만 차들이 대부분이고,
버스들은 먼지를 뒤집어 쓴채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린다.
고지대(2650미터, 백두산높이)라 산소부족으로 완전연소가 안되서 더욱 매연이 심하고 가슴마져 답답하게 했다.
돌아다니다가 콜롬비아 커피가 유명하다는데 한번 맛보자고 하길래 카페에 들어갔다.
에소프레소, 모카커피 등을 시켜 놓고 시원한 마루에서 한잔 하고 들어와 졸려서 잤다.
저녁에 한국대사관 대리대사가 나와서 저녁을 사준다고 일식집으로 갔는데....
한국에서보다 별로 맛있는건 아니었다..
다만 산소부족으로 평지에서의 반만 마셔도 술이 챈다는 것......
밤잠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14시간의 시차때문인지 잠은 수시로 깨고,
TV 프로들은 전부 스페인어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지라...
CNN 방송에서 주구장창 일본 원자로 상황, 리비아 내전 소식만 볼 수 있었다. (계속)
다음 날 날이 밝아 호텔 식당에 내려갔더니..
요상한 열대과일들이 많았다..이름은 잘모르겠는데, 우리 석류처럼 생긴것도 있고.
닭고기 수프 같은 국물도 있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볶음밥.....
드디어 오늘의 메인 행사....6.25전쟁때 불모고지 전투 기념행사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3군 합동 군악대가 있고, 헌화용 화환을 나르는 병사들..
그리고 연세많은 할아버지들이 행사장에서 앉아 있었다..그 분들이 6.25참전용사들...
참전기념탑은 석가탑 형상의 탑을 한국에서 만들어 분해하여 이곳까지 가져와서 재조립했다고 한다.
저 탑밑에 한국전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유골들을 화장하여 묻었다고..
90세가 넘은 전 국방장관, 불모고지 전투 지휘관 그리고 현역 해군 장군 등.....
참전기념탑에 헌화를 하는데,,,,한국에서 온 대표라고 끼어서 하라고 하네...
얼떨결에 헌화대열에 낑겨서 군악연주에 맞춰 참전기념탑 헌화분향대로 걸어갔다.
<헌화하는데 콜롬비아주재 한국대사 머리때문에 나는 잘 안보이네...ㅋㅋㅋ>
이어서 행사순서대로 몇명이 연설하고, 평화의 메달 수여식.......
다음이 우리 차례...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우리 회사 장학금을 전달하는 행사...........
대학생 10명, 중고등학생 100명이 대상인데, 오늘 참석은 보고타에 사는 대학생 5명, 중고등생 38명이다....
사회자가 장학금 증서를 스페인로 읽어 내려가는데, 무슨 말인지는 도통 모르겠고,
수여자 xxx 하는 그 소리만 귀 기울였다.. 드디어 한글 이름이 들리자 증서를 수여했다....
대학생 대표, 중고등학생 대표....차례로 증서와 기념품을 주었다...
우리처럼 대표에게만 주는게 아니라 한사람 한사람 다 줘야 한단다...(그래야 가까워진다나)
미인은 베네수엘라에 많다고 들었는데, 오늘 학생들 중에도 꽤 이쁜 아이들이 많았다.
나중에 들은 바, 자연미인은 이른바 3C(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칠레)에 많고,
베네수엘라는 순전히 세계대회출전을 위하여 양성하는 미인들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베네수엘라로 밀입국하는 것을 포기혔다..ㅎㅎㅎ)
이어서 오찬 등 나머지 행사를 하니 오후 3시경에 끝이 났다...
남은 시간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황금박물관과 볼리바르 광장에 가자고 해서 갔는데.....
황금박물관은 그야말로 황금으로 가득차 있었다.
엘도라도(황금의 땅)라는 말이 이곳에서 나왔는데 460년간 스페인이 지배하면서 엄청난 양의 금을 유럽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금 세공은 우리나라 작품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듯 했다.. 별로 정교하지 않았다.
<소라 모형을 한 작품>
볼리바르는 남미대륙을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이끈 영웅이란다. 그래서 중남미 인근국가들의 도시를 가면
중앙에 볼리바르광장이 어디에나 있다고....(인근 볼리비아라는 국가는 이 사람의 이름을 딴 국명이란다)
광장주변으로 성당, 시청, 법원 등이 자리잡는데...절대로 성당보다 높게는 못짓는다니 역시나 종교의 힘이 강한듯 하다....
근처 맥주집에 가서 맥주나 한잔할까 하고 들어갔다... 광장옆이었는데 젊은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런데 전부 짝짝이네...한켠에서는 키스하느라 야단이고, 다른 편을 보니 무릎위에 올라앉아 맥주를 마신다..
아이고... 눈뜨고 못보겠데이...나는 젊을때 저런거 빌로 못해봤는데...좋겄따....ㅎㅎㅎㅎ
호텔로 돌아와 이제 잘 생각을 하니 또 아득하다...오늘 또 얼마나 잠을 설칠 것인가........
역시 예상대로 잠을 깼다가 들었다 했다..
잠이 안와서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영화를 봤다... 제목은 '마리 앙또와네트'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리가 프랑스 루이 16세와 정략결혼하였는데,
베르사이유궁전에 입성하여 그야말로 화려한 생활을 하게 되지만
남편의 무관심과 향락을 즐기는 탓에 아이를 못낳아 노심초사(아이를 끝까지 못낳으면 파혼이 된다고)
이렇게 남편의 무관심속에 지내던 시절..어는 가면무도회에서 알게된 매력적인 청년이 있었다..
그러던 중에 왕(아마도 루이 15세?)이 죽자 루이16세가 왕권을 물려받으면서...
딸을 낳고, 또 아들을 낳았다.... 이제는 베르사이유궁전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도중에
가면무도회에서 만났던 그 청년(아마 외교관)이 미국에서 파리로 돌아왔는데.. 마리를 만났다...
둘은 뜨겁고도 뜨거운 사랑을 하였다...아이고 부러워라........(이거 완전히 일탈인데)
그렇게 지내는 도중에 민중들에 의한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가족들을 멀리 먼저 떠나 보낸 후, 루이16세와 마리는 조용히 남겨지면서 그걸로 끝 장면....
(배경소리는 왁자찌껄하게 엄청 몰려오는 성난 민중들 그리고 함성...)
역사적으로 마리 앙또와네트는 센느강 인근 유명한 건축물(이름이 생각 안난다)에서 처형되었다고....
잠도 들지 못한채 눈 뜨고 있다가 아침을 먹고나서 오늘 일정에 따라 사병참전협회를 방문하러 갔다.
1시간여를 달려 갔더니 허름한 건물에 쪼그만 한글간판에 '한국전참전사병협회'라 쓰여 있는게 보였다.
회장, 부회장, 간부등 10여명이 정장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저 분들이 한국전에 참전한 5,000여명중 생존한 850여명의 대표들이다....
통역을 끼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한국이 제 2의 조국이며,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에 엄청난 감명을 받고 있다.
또 한국정부에서 자기네들에게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는 것을 무지 감사하다고 했다.
그들이 한국전에 참전할때는 배로 33일 걸려 부산과 인천으로 상륙했다고.....
불모고지 전투, 금성전투에 참여하고.....
생전 경험하도 못한 엄청난 추위에 옷을 5,6겹씩 입고, 장갑도 두켤레씩 끼었다고....
여름에는 또 모기때문에...모기가 피를 얼마나 빨아 먹었는지 날지를 못하더라나......ㅎ
이윽고 인근 초,중고가 함께하는 공립학교를 방문하였다.......
교실 시설들은 우리나라보다 영 못한데....아이들은 어디서나 귀여운가 보다.....
낯선 동양인을 보더니 호기심이 생기는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스페인어를 아느냐고 묻는데..고개만 절래절래 흔들었다.
오후에 시간이 남아서 2시간 정도에 떨어져 있는 소금성전을 구경하기로 했다......
엄청난 소금 광산....그리고 그 안에 성당이 있고, 소금캐낸 동굴에 14가지의 의미있는 성당유적을 만들어 놓았다.
예수가 끌려가서 십자가에 매달리고 처형당하고 관에 묻히고 하는 과정들을 표현.....
소금이 저렇게 노다지로 있는 것, 마치 목화송이처럼 녹아 붙어 있었다...
<소금광산 입구>
<하얀 소금 덩어리들>
(소금성당의 14가지 유적중 하나>
돌아오는 길에 보테르 미술관을 들렀다....이 화가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한국에서도 전시회를 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들을 위하여 피카소 등 유명한 화가의 작품을 인수하여 자기 작품들과 함께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했다고...
그는 모든 대상을 똥그렇게 본 듯 했다. 모든 게 둥글다.....
<모나리자의 재탄생>
<이건 그냥 정물화가 아니다..둥근 귤은 자신과 본처 및 자식들, 귤반쪽은 정부, 귤조각은 정부가 낳은 자식을 의미..
나 참, 세상에 그림도 희얀하게 그리네....ㅋㅋㅋ>
< 이 그림도 잘 안보이긴 하지만 여자 머리 위쪽에 빨간색 뱀이 있는데 사탄을 의미한단다...
그 이유는 남자의 양손에 각각 반지를 끼고 있는데,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상징하며. 뱀은 이를 저주하는 거라고....
가족들의 모습을 이렇게 그릴 정도면 참 대단한 인물이 아이가....ㅎㅎㅎ>
요거까지 보고 호텔로 가서,,, 한잔하자고 해서 술을 쫌 마셨는데도... 잠이 안왔다.....
또 TV 붙잡고 밤새 씨름을 했다....영화도 봤는데 내용 연결이 안되서 못쓰겠따....
이제 아비앙카항공을 타고 뉴욕 JFK 공항으로 가는데....비행기가 뜨서 얼마 안됐는데 ...
옆에 앉은 젊은 여자가 창밖을 보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울고 있다....
참 나 말이 안되니 물어 볼 수도 없고......
고국과 영영 이별을 하는건지, 가족들 생각나서인지, 연인생각때문에 우는지 도통 모리겠더라..
그런데, 좀 있더니 발밑에서 복실복실한 걸 꺼내길래 나는 강아지 인형일거라 생각했는데,
요게 찡얼거리며 움직이더라.. 살아있는 애완용 강아지를 뱅기안으로 가져 온거다...
찡찡거릴땐 강아지 빰을 때리기도 하고, 발로 차기도 하고,,
밥먹는 테이블에 올려놓았는데,,고게 오줌을 찔끔찔끔싸서.. 얼매나 냄새가 나는지...
강아지가 내 근처로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면 기겁해서 피했다..동물에게서 무슨 해충이나 균이라도 옮을까봐...
잠도 제대로 못잤다..그 강아지 땜시로...ㅋㅋㅋ
하여튼 그 아가씨 대개 웃기더라...
뉴욕공항에 도착하여 에어트레인을 타고 반바퀴 돌아 대한항공 카운터에 오니 무지 반갑다....
카운터에 있는 아가씨가 한국사람인줄 알았더니 자신은 한국말 못하는 중국계란다...
에이고 이제는 비행기안에서 주는 비빔밥이나 먹으며 자다가 깨다가 하면서 가는 길만 남았다 싶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반경.....
이렇게 나의 콜롬비아 여행은 끝났다...두번 가라면 다시 안간다....
모르긴 몰라도 브라질에 가라면 가거나, 아니면 마추피추 정도는 보러 갈 의향이 있지만....
(브라질은 비행시간이 최소 30시간이라던데)
요걸로 끝낸데이...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었다면 무지무지 감샤....ㅎㅎㅎ
첫댓글 .ㅉㅉㅉ
여행은 그대에게 유익함을 줄 것이다...
고생도 많이했지만 좋은 일 많이 하고 왔구만
우리나라를 위해 수고하신 분들과 자녀들을 조금이라도 챙겨주는일을
직접하고 왔으니 고생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뿌뜻함이 가득하겠다
저 나라는 동글동글 한것을 좋아하나보다
그림들이 참 인상적이고 생각의 차이도 크구마
좋은 풍경 사진 앉자서 잘 봤네...
아쉬운것은 이쁜아가씨랑 찍은 사진이 없다는것이다
혹시 혼자만 볼려고..........
회사를 대표하여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먼 이국땅에 가서 대한민국을 홍보하느라 고생 많았따~~
그냥 여행 간걸로 알았두만 좋은일 마이하고 왔네 우리 아들들 한테 자랑했다 엄마친구가 이런 사람이라구 ㅎㅎㅎ...대단하구나 멋져부러~~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