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정상에서,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구자현 회장님
▶ 산행일시 : 2012년 1월 18일(수), 맑음
▶ 산행코스 : 사당역 5번 출구 →관음사→319m봉→마당바위→414m봉→559m봉→관악산 연
주대→연주암→자하동천→과천향교→과천역
▶ 산행인원 : 8명
▶ 산행시간 : 7시간 26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7.7㎞
▶ 교 통 편 : 전철 이용
▶ 시간별 구간
10 : 04 - 사당역 5번 출구, 산행시작
10 : 20 - 관음사 입구, 관악산 공원 안내도
10 : 30 - 관음사(觀音寺)
11 : 03 - 319m봉, 데크 광장
11 : 34 - 하마바위
11 : 42 - 마당바위
11 : 59 - 414m봉, 데크 광장
12 : 20 ~ 14 : 06 - 헬기장 아래, 중식
14 : 20 - 559m봉
15 : 03 - 관악산(冠岳山, 631m), 연주대(戀主臺)
15 : 54 - 연주암
17 : 08 - 과천향교
17 : 30 - 과천역, 산행종료
1. 관음사 일주문, 현판 글씨는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때 명필인 왕탁(王鐸, 1592~1652)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것이라고 합니다
모처럼 날씨가 포근합니다. 산행하기에 아주 알맞은 날씨입니다. 우리가 산행하는데 일기(日
氣)는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됩니다만 오늘 날씨만큼이나 모두의 낯빛이 환합니다.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와 남태령 쪽으로 150m쯤 가면 관음사로 가는 방향표지판이 보입니다. 오른쪽
길로 올라갑니다. 계곡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기 바로 전에 관악산 공원 안내도 들여다보고 산
행복장을 추스릅니다.
다리 건너고 산모퉁이 돌면 관음사 일주문이 보입니다. 일주문 현판 글씨가 첫눈에 보기 좋습
니다. 산행 마치고 이게 누구의 글씨인가 조사하여 보았습니다.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 때
특히 행서와 초서에 능한 왕탁(王鐸, 1592~1652)의 글씨를 집자(集字)한 것이라고 합니다. 왕
탁의 다른 글씨도 찾아서 감상하였는데 그럴 듯합니다.
이를 재확인하려고 관음사에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여직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일주문 현
판 글씨를 누가 썼는지 알고 싶다고 하자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겠다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
니 곧바로 주지 큰스님이 쓰셨다고 한다고 합니다. 주지 큰스님의 성함을 물었습니다. 종하
스님이라고 합니다. 1973년 이래 주지를 맡아 오신 진산당 박종하(晉山堂 朴宗夏) 스님을 말
합니다. 믿기지 않습니다. 하기야 집자 확대해야 하니 그 일은 주지스님이 했을지도 모르겠습
니다.
왕탁의 글씨가 훌륭한 이유는 ‘대소장단 비수원방(大小長短 肥瘦圓方)’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두텁고 가늠, 획의 둥긂과 각짐’이 조화를 이룬다
는 말입니다. 잘 쓴 글씨를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을뿐더러 기운이 납니다.
등로는 절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나 있습니다. 담장 따라 돌아 오릅니다.
등로는 바윗길이거나 마사토 길이어서 흙먼지가 그리 일지 않습니다. 우리 말고도 관악산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씩씩대며 오릅니다. 나로서는 10여 년 만에
관악산을 오릅니다. 강산이 변했습니다.
아기자기한 슬랩, 재미난 바윗길을 그새 버려놓았습니다. 철제계단을 설치했습니다. 퍽 아쉽
습니다. 눈으로나마 계단 아래 옛적 슬랩을 더듬어 오릅니다. 관음사에서 고개 뒤로 젖혀 첨
봉으로 보이던 319m봉입니다. 정상에는 데크 광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방 조망이 좋습
니다. 관악산 정상에 이르는 능선이 농담(濃淡)으로 사뭇 멀게 보입니다.
2. 왕탁의 다른 글씨, ‘대소장단 비수원방(大小長短 肥瘦圓方)’이 보입니다
3. 319m봉 오르면서 바라본 사당동 일대
4. 멀리 흐릿한 산이 관악산 연주대
6. 319m봉에서
살짝 내렸다가 다시 한 차례 철제계단 오르면 국기봉이기도 한 333m봉입니다. 평탄한 솔숲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이어집니다. 이런 길은 빨리 걷기 아깝습니다. 하마바위가 나옵니다. 등
로는 하마바위 밑을 돕니다. 그러나 나는 암벽에 손바닥을 밀착하고 직등합니다. 바위마다 경
점입니다. 다투어 관악산 정상으로 몰려드는 산릉이 역광으로 실루엣이지만 이도 아름답습
니다.
마당바위. 오가는 등산객들이 쉬기에 딱 알맞은 때이자 곳입니다. 예전에는 좌판까지 성업하
여 장(場)이라도 선 것처럼 북적거렸습니다. 좌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 공기가 한층 청결
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도 배낭 벗어놓고 한참 쉽니다.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벗어난
414m봉을 들립니다. 암봉입니다. 발돋움하고서 또 관악산 연주대를 바라봅니다.
슬랩 오르고 559m봉 아래 헬기장이 나옵니다. 오른쪽 사면 살짝 내린 양광(陽光) 가득한 공터
에다 점심자리를 폅니다. 산에 오르는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늘 그렇듯이 점심시간이 매우
즐겁습니다. 푸짐한 먹을거리는 담소(談笑)의 양념입니다. 둘러앉아 권주하며 나누는 담소는
시간을 잊게 하고 세월을 몰라 합니다.
559m봉은 우회하는 길이 있지만 반직등합니다. 연주암에서 나는 염불소리가 골 타고 들려옵
니다. 낭랑합니다. 가끔 기침소리가 섞여나는 것으로 미루어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은 것은 아
닙니다. 자세히 들으려고 암만 귀기우려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염불곡조에 발걸음 박
자 맞춥니다.
연주대 전위봉도 암봉입니다. 왼쪽 슬랩의 희미한 인적이 더 재미있습니다. 짧지만 취기 가시
게 할 리지가 나옵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지납니다. 야트막한 안부로 내렸다가 수직으로 가
파른 슬랩에 붙습니다. 돌부리 홀더가 충분하고 밧줄과 쇠줄이 달려있어 그다지 위험하지 않
습니다.
관악산 정상. 우리가 명당을 차지합니다. 사방 가경을 맨눈으로는 볼 수 없어 탁주를 분음합
니다. 정점에 돌확 모양의 우물이 있습니다. 내 나름대로 짐작해봅니다. 화산(火山)이라는 관
악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서울 남대문 앞에 만들었다는 남지(南池), 세로로 쓴 숭례문 현판,
광화문의 해태 등과 더불어 관악산 산정의 우물이라고.
8. 멀리가 관악산 정상
9. 관악산 실루엣
10. 관악산 실루엣
11. 리지님, 릿지에서
13. 연주대 오르는 길
15. 연주대 실루엣
16. 연주대 오르는 길
17. 관악산 정상에서
기상관측소도 들립니다. 여자 홍보원이 실시간의 기상관측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설명합니
다. 오늘 내내 날이 좋습니다. 기상관측소 앞 구름다리가 연주대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포
인트입니다. 돌계단 내려 연주암으로 갑니다. 점심 공양 때는 엄청 붐비는 절집 마당이었는데
늦은 시각이라서인지 한산합니다.
요사채 벽면에 걸어놓은 완당 김정희 선생의 ‘無量壽’가 무량한 수(壽)로 보입니다. 아미타불
(阿彌陀佛), 무량광불(無量光佛) 또는 무량수불(無量壽佛)은 서방 극락세계(西方極樂世界)에
머물며 설법을 한다는 부처로 주로 정토교에서 숭앙하는 구제불이라고 합니다.
완당의 많은 호(號) 중 과로(果老), 과농(果農), 과산(果山), 과월(果月), 과전(果田), 과충(果沖),
과파(果波), 과파(果坡), 과도인(果道人) 등은 완당 선생이 과천에서 생활할 때 붙여진 것이라
고 합니다.
이곳 주련(柱聯)도 여느 절집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것인데 새벽 예불 종성(鐘聲)할 때 빠짐
없이 외우는 선시라고 합니다.
내용을 알듯 말듯 합니다.
圓覺山中生一樹(원각산중에 한 그루 나무가 있어)
開花天地未分前(하늘과 땅이 나뉘기 전에 꽃이 피었다네)
非靑非白亦非黑(그 꽃은 푸르지도 않고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不在春風不在天(봄바람도 하늘도 간여할 수 없다네)
佛智廣大同虛空(부처 슬기는 넓고 큼이 텅 빈 하늘과 같고)
得成無上照世燈(높은 깨침은 등불이 되어 온 세상을 비추네)
悉了世間諸妄想(이 세상의 모든 것이 헛됨을)
悉令一切諸衆生(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알게 하시네)
淸淨善根普回向(맑고 맑은 선 뿌리 널리널리 되돌려)
利益群迷恒不捨(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 쉬지 않으시네)
자하동천(紫霞洞天)으로 내립니다. 자하(紫霞)는 이곳 과천 출신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시서화 삼절로 이름 높은 신위(申緯, 1769~1845)의 호입니다. 한편, 자하는 ‘신선이 사는 곳
에 서리는 노을’이라는 뜻으로 신선이 사는 궁전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곳은 겨
울의 모색(暮色)으로 우리가 없으면 퍽 쓸쓸할 골짜기입니다.
우리가 맨 나중으로 관악산을 빠져나옵니다.
송지문의 “携佳人兮步遲遲(좋은 친구하고 같이 걸으니 걸음이 더디구나)”여서 그렇습니다.
18. 앞은 기상관측소
19. 넘어온 봉우리
21. 연주대와 지나온 능선
22. 연주대
23. 연주대
24. 연주암 요사채의 완당 김정희 선생 글씨, 무량수
첫댓글 3시간30분 거리를 근 8시간이나 산에서 게기시다니..
오기 산악회 분위기 엄청 좋은 모양입니다0.^^
관악산도 참 멋진 산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