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연구개발에 매달려 4000억원 수출 대박
엠비아이
2016년 수출 감소로 한국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충청북도 청주에 소재한 한 벤처기업의 수출 대박 소식이 눈길을 끌었다. 청주산업단지에 소재한 변속기 전문기업 엠비아이가 4월, 5월 두 달여 기간 동안 4000억 원을 넘는 대규모 수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한 것이다.
엠비아이는 4월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기업인 B사와 2륜 오토바이용 모터2단 변속기(최소 200만대 이상) 공급에 합의하고, 최근 정식 합작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연간 2억 달러(약 2300억원) 규모다. 지난 100여년간 세계 최대의 자동차 부품회사로 자리 잡은 B사는 2014년 중국에서만 약 400만대 이상의 전기 이륜차용 모터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700억 유로(한화 90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40만 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다.
글로벌 거대기업 2개사에 연속 공급 계약
5월에는 중국 전기차 모터제조사인 싱웨이(XINGWEI)에 전기 오토바이용 모터 2단 변속기를 3년간 150만대, 1억5000만달러(약 1725억원) 규모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싱웨이는 2008년 설립된 중국 전기차 모터생산업체로 전기이륜차 모터를 연간 200만대 이상 생산해 내수와 해외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엠비아이는 한국에서 변속기 제조와 공급, 수출을 맡고 싱웨이는 중국에서 변속기를 자사 전기차 모터와 조립해 세계 1위 전기이륜차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게 된다.
두 회사와의 계약으로 그동안 매출이 거의 없었던 엠비아이는 향후 3년 동안 최대 4000억원의 매출을 수출로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엠비아이는 무엇보다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전기차 시장에 독자 기술로 당당히 진출하게 되었다는 점이 뿌듯하다. 중국의 전기 자전거와 전기 오토바이 시장 규모는 연간 4000만 대로 세계시장의 96%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향후에도 더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진출은 미미했으나 엠비아이가 물꼬를 터줌으로써 현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엠비아이 측은 “거래를 위해 만나자는 중국 업체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의 눈을 반하게 한 오토바이용 2단 변속기는 엠비아이가 20여 년 넘는 기간을 투자해 2013년 개발에 성공한 역작이다. 통상 전기오토바이는 변속기가 없는 1단 감속기를 장착한다. 평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경사가 급한 도로를 오래 달리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반으로 뚝 떨어진다. 여기에 2단 변속기를 장착하면 평지 주행은 1단, 경사로는 2단으로 주행할 수 있어 주행거리에 변화가 없다. 일반 자전거의 경우 오르막길을 오를 때 1단 기어만 사용하는 자전거보다 여러 단의 기어가 있는 자전거를 타는 게 더 편한 것과 마찬가지다. 모터 2개 이상의 효과를 내며 배터리와 모터 소모량을 크게 줄여 각종 전기차량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1회 주행 시 주행거리를 50∼100% 이상 연장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배터리 소모량 줄이고 주행거리 연장하는 마법
중국 업체들이라고 2단 변속기의 효과를 모를 턱이 없다. 그들도 오랫동안 2단 변속기 개발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엠비아이처럼 작은 크기에 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 2단 변속기라고 해도 1단 감속기에 비해 크고 무거우면 그 자체만으로 에너지 소모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엠비아이 관계자는 “중국의 한 업체는 10년 전부터 2단 변속기를 개발해왔는데, 우리 제품과 비교해보면 너무 크고 비싸며 효율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엠비아이의 2단 변속기는 2015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성능과 디자인 모두를 인정받았다.
2016년 현재 엠비아이의 임직원수는 15명에 불과하다. 연구직이 7명이고 관리직은 8명이다. 변속기를 개발하느라 변변히 매출도 못 올렸지만, 회사에 투자한 190여명의 주주들은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었다. 덕분에 엠비아이는 벤처기업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1994년 이 회사의 전신인 세계산업을 설립해 변속기 사업에 뛰어든 유문수 엠비아이 회장은 1990년대 말 내장형 변속기 특허를 한국과 유럽,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25개국에 등록했다. 세계적인 자전거 회사인 일본 시마노가 유사 특허를 3개월 뒤에 출원을 했고, 엠비아이와 비슷한 변속기를 전 세계 자전거 회사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독일에서부터 시작된 특허소송은 한국, 일본, 중국, 미국 등으로 번져 나갔고,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엠비아이가 승소했다.
2016년 세상 깜짝 놀라게 할 제품 내놓을 것
엠비아이는 지난 2010년 대림자동차, LG이노텍, 자동차부품연구원과 콘소시엄을 맺고 변속기를 장착한 모터를 바퀴에 넣는 ‘인휠형’ 시스템 연구개발에 성공해 20개 국가에 특허를 등록했다. 이어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한국 천안시 우체국에서 운영하는 전기 스쿠터 5대에 인휠형 시스템을 장착해 실증 테스트도 실시해 성공을 거뒀다.
20여년 간 쌓은 기술 개발 역량을 통해 엠비아이는 전기 오토바이를 뛰어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제품을 2016년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