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감기? 중이염? 식체?… 열날 때 의심되는 아기 병
초보엄마라면 갑자기 열이 오르는 아기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디가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벌겋게 달아올라 우는 아기를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이마에 물수건을 올려주고 정성스레 돌봐도 좀처럼 열이 내리지 않으면 혹시 중한 병은 아닌가 싶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러나 열이 오르는 것 자체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분당 함소아 한의원 변순임 원장은 "열이 얼마나 높은지, 얼마나 지속되거나 반복되는지, 같이 나타나는 다른 증상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열이 날 때 의심되는 여러 가지 병의 특징적인 증상을 미리 알고 있으면 빠른 대처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열이 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병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은 침입한 세균과 싸우기 위해 몸이 대사 작용을 촉진해 나타나는 정상적 반응이다. 따라서 다른 증상이 없고 38도 정도의 열이 2~3일 지속되는 것이라면 단순 감기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곁에서 돌보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대단치 않은 병은 아이 몸이 스스로 이기게 해줘야 면역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열이 높아지면 으레 해열제를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해열제는 단순히 체온을 떨어뜨려 '열이 나는 증상'을 감추는 것이다. 고열로 인해 탈수증, 두통 같은 증상으로 아이가 고통 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에 가야한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단순 감기는 2~3일 지나면 대개 열이 가라앉는다. 열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목, 귀가 아프고 구토를 하는 등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2주 이상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 지속되면 만성 질환이나 종양, 결핵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40도가 넘는 고열로 인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경우 △경련, 경기를 일으킬 때 △의식이 불확실할 때도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열날 때 생각해 봐야 할 아기 병 4가지
▲1. 기침과 누런 콧물이 나는 '열감기'=
여름철 열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방에서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외부의 뜨겁고 나쁜 기운(열사)으로 보는데, 여름철 덥고 축축한 날씨가 열사의 기운을 더욱 북돋아 줘 열감기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대표 증상=
△높은 열이 2~3일 지속 된다 △얕은 기침을 자주 한다 △누런 콧물을 흘린다
*돌보기=
아이를 안정시키고 쉬게 하는 것이 좋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물을 수시로 마시게 해 탈수를 막는다. 가습기를 틀어놓아 공기를 촉촉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몸속에 뭉친 열을 풀어주고 호흡기와 면역력을 강화하는 처방을 한다.
▲2. 귀가 아프고 열이 나는 ' 중이염'=
고막 안쪽 부분인 중이에 생기는 염증을 말하며, 감기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한 번은 중이염에 걸린다고 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므로 아이의 감기, 특히 코감기가 오래가거나 귀가 아프다고 하면 일단 중이염에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표 증상=
△귀가 아프고 열이 난다 △귀를 자주 만지거나 잡아당긴다 △무엇을 삼킬 때 귀에서 '펑', '짤가닥'하는 소리가 난다 △귀에 압력이 가해지면 통증이 심해져 눕거나 젖을 빨 때 울며 보챈다
*돌보기=
빈 우유병이나 공갈 젖꼭지는 삼가도록 한다. 방안 습도는 55% 이상, 온도는 20~25℃로 맞춰 코가 막히지 않도록 해준다. 한방에서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코 점막의 면역성을 높이는 치료를 한다. 만성 중이염은 열을 식히고 신장의 진액을 보충하는 방법을 쓴다.
▲3. 배가 아프고 구토증이 있는 '식체'=
위의 기능이 떨어져서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과식했을 때, 급하게 먹었을 때, 더운 날씨에 위장이 무력해졌을 때 많이 일어난다. 식체가 반복되면 만성적으로 될 수 있으므로 평소에 음식을 잘 씹어 먹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표 증상=
△`열이 오르고 배가 아프다 △설사를 한다 구토를 한다
*돌보기=
찬 물보다는 숭늉을 먹여 위장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면류, 과자 등 밀가루 음식과 짜고 매운 음식은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식단으로 소량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다면 한약처방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평위산'은 나쁜 식습관으로 멍든 위장의 기능을 다시 고르게 만들어준다.
▲4. 뭉글뭉글 설사를 하고 전염성이 강한 '여름 장염'=
여름철 뜨거운 외부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열이 뭉치고 기의 순환이 막히면서 장의 기능 또한 약해진다. 이때 조금이라도 상한 음식을 먹으면 위나 장에 염증이 생겨 세균성 장염이나 식중독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대표 증상=
△열이 오른다 △전염성이 강하다 △뭉글뭉글하고 물 같은 설사를 한다 △심하면 탈수증이 나타난다
*돌보기=
장염을 예방하려면 아이의 얼굴과 손을 자주 씻기고 청결한 환경을 유지한다. 일단 장염에 걸리면 탈수와 탈진을 막는 것이 중요하며 당분간 인스턴트,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한방에서는 장염을 장에 습열(뜨겁고 축축한 기운)이 있거나 소화기가 허한 경우에 나타난다고 보는데, 원인에 따라 각 부위의 습열을 없애고 비위를 보하는 처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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