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4장 참선에 대한 경책
10. 물에 비친 달처럼 [蒙山·法語]
팔월에 강릉으로 가서 삭발하고 일 년 동안 있다가 행각(行脚)에 나섰다.
도중에 밥을 짓다가 생각하綬 , 공부는 모름지기 단숨에 해 마칠 것이지
끊일락 이을락 해서는 안 되겠다 하고,
황룡(黃龍)에 이르러 당(堂)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수마(睡魔)가 닥쳐왔을 때는 자리에 앉은 채 정신을 바짝 차려
힘 안 들이고 물리쳤고, 다음에도 역시 그와 같이 하여 물리쳤다.
세 번째 수마가 심하게 닥쳐왔을 때는 자리에서 내려와
불전(佛前)에 예배하여 쫓아버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미 방법을 얻었으므로 그때그때 방편을 써서 수마를 물리치며 정진했다.
처음에는 목침을 베고 잠깐 잤고 뒤에는 팔을 베었고
나중에는 아주 눕지를 않았다.
이렇게 이삼 일이 지나니 밤이고 낮이고 심히 피곤했다.
한 번은 발밑이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둥둥 뜬 듯하더니,
홀연 눈앞의 검은 구름이 활짝 걷히는 듯하고
마치 금방 목욕탕에서라도 나온 듯 심신이 상쾌하였다.
마음에는 화두에 대한 의단(疑團)이 더욱 더 성하여
힘들이지 않아도 순일하게 지속되었다.
모든 바깥 경계의 소리나 빛깔이나 오욕이 들어오지 못해 청정하기가
마치 은쟁반에 흰 눈을 듬뿍 담은 듯하고 청명한 가을 공기 같았다.
그때 돌이켜 생각하니 정진의 경지는 비록 좋으나 결택(決澤)할 길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승천(承天)의 고섬(孤蟾)화상에게 갔었다.
다시 선실에 돌아와 스스로 맹세하기를
'확연히 깨치지 못하면 내 결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하고
배겨냈더니 달포 만에 다시 정진이 복구되었다.
그 당시 온 몸에 부스럼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목숨을 떼어 놓은
맹렬한 정진 끝에 힘을 얻었었다.
재(齋)에 참례하려고 절에서 나와 화두를 들고 가다가
재가(齋家)를 지나치는 것도 알지 못했다.
이렇게 하여 다시 *동중공부(動中工夫)를 쌓아 얻으니,
이때 경지는 마치 물에 비친 달과도 같아
급한 여울이나 거센 물결 속에 부딪쳐도 흩어지지 않으며
놓아 지내도 또한 잊어지지 않는 활발한 경지였다.
*동중공부(動中工夫) : 일상 동작 속에서 하는 공부.
불교성전(동국역경원 편찬)
출처: 다음카페 염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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