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 대회
‘설날 장사 씨름 대회’에 갔다. 경산 실내 체육관은 관람객으로 꽉 메워 입추의 여지가 없다. 실황을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하고 있다. 재치 있는 경량급 선수의 몸놀림이 물 찬 제비 같았다. 민속 고유의 전통 씨름은 많이 개선되고 발전하였다. 예부터 명절 전후로 민속 씨름이 벌어지곤 했던 전통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설날 장사 씨름은 설 전후 5일 동안 체급별 장사를 뽑는 대회이다. 선수는 물론이고 심판관의 매끄러운 진행에 관중의 열기가 뜨거웠다. 오늘은 개막식과 함께 태백 장사 8강전이다. 막간의 자투리 시간도 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민속 고유의 춤과 치어리더의 율동, 각설이 품바 타령, 인기가수의 노래로 관중의 열기를 더했다. 또 행운권 추첨의 푸짐한 선물도 주었다.
경기 진행과 규칙도 많은 변화를 했다. 옛날에는 시간제한이 없어 지루한 경기를 했으며 무승부일 때는 체중이 적게 나가는 사람을 승자로 했다. 그러니까 체중이 적게 나가는 선수는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했으며 체중이 많은 선수는 재경기를 위해 씨름판 밖으로 나가는 식의 씨름으로 관중의 흥미를 잃게 한 적도 있었다.
지금의 씨름은 1분 경기이다. 거기다가 심판의 경고가 주어지므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이루어진다. 관중 또한 한눈 팔 겨를이 없다. 경기 중 경고를 두 번 받으면 바로 시합은 중지되어 경고 받은 사람은 규정 샅바를 잡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는 샅바 더 잡기를 하여 유리한 상태에서 남은 시간의 경기를 치른다.
또 1분 안에 승부가 나지 않을 때는 심판진이 판정하여 우세 판정을 받은 선수에게 샅바 더 잡기의 혜택을 주어 30초간 재경기를 치른다.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을 때는 경고 받은 사람이 진다. 양 선수 경고가 없을 때는 계체량을 하여 가벼운 선수가 승자가 된다.
심판은 경기의 활성을 위해 부단히 움직이며 선수의 동태를 살핀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느슨하다 싶으면 바로 선수에게 경고를 준다. 경고는 공격을 하지 않을 경우, 샅바 잡기에 미적 되는 경우, 한 발이 씨름판 밖으로 고의로 나가는 경우, 규정 샅바에 어긋나는 경우 등에 주어진다.
비록 1분 안에 결정 나는 경기지만, 선수들은 있는 힘을 다 쏟아야 한다. 선수는 시간제한이 없을 때보다 더 힘이 들지 싶다. 빠르게 승부가 결정되기에 관중의 흥미와 더불어 열광으로 몰고 간다. 그러나 선수는 피땀 흘린 대가가 일순간에 판가름 나고 만다.
씨름 경기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다. 일상에서 급변하는 시류에 적응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세월을 탓하며 과거와 전통을 돌아볼 것이 아니라 빠르게 변하는 세태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씨름 경기가 새롭게 변화하듯 우리의 삶도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에 안주하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침잠하고 말기 때문이다.
씨름 관중을 둘러보니 장년층과 노년층이 많아 보인다. 그들은 일선에서 물러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황혼이다. 황혼도 맞이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여생을 허투루 보낼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삶을 살아야 즐거운 인생이 되리라 싶다.
황혼은 세월을 탓하며 그저 묻혀 갈 것이 아니라 여가를 이용하여 무엇이든 배우고 익혀 활력이 넘치는 삶을 준비할 때 아름다운 삶이 되리라.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내일 일출의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다가오는 내일의 대상이 있기에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아름다운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의 늪에서 깨어보니 어느새 결승전이다. 2대2에서 마지막 한 판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드디어 샅바 더 잡기를 따낸 홍 샅바 선수가 멋진 배지기로 상대를 제압한다. 승자는 관중의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꽃가마에 오른다.
*파크골프 회원님들, 즐거운 설 명절 되시고 건강하세요.
첫댓글 우리 고장에서 좋은 씨름 경기 보셨네요.
파크골프도 로컬 룰이 없도록 고칠 점이 없을까 생각해 보면서
즐거운 설 명절 마지막 날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금년한해도 꽃가마 타시는 한해가 되시길요~^ 조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