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두나무 처녀 >는 1955년 발표됐던 곡입니다. 짧은 가사에 당대의 시대상이 잘 담겨있지요. 바로 무작정 상경이라는 사회현상이었지요. 무작정 상경이란 무계획적, 무조건적, 맹목적 상경을 의미하지요.
이 곡은 앵두나무 옆에 있던 우물가에 물을 뜨러 오다가 자주 만난 또래 친구와 함께 서울로 상경한 여성의 이야기지요. 이 여성은 달랑 보따리 하나 들고 친구와 서울로 올라갑니다. < 누굴 찾아서 >라는 가사로 보아 무작정 상경의 인상이 짙지요. 이 여성들은 따분하다고 여기는 시골보다는 화려하다고 소문난 서울에 대한 동경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동네 남성들은 혼인을 약속한 여성들의 급작스러운 상경에 충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에 남성들은 부랴부랴 서울로 달려갑니다. 남성들은 서울이 여성들을 타락하게 만드는 요사스러운 곳이라 인식하지요. 즉 여성들은 서울에 가면 서구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행태를 따라 한다고 의심하지요. 에레나는 담배피는 서구녀를 흉내내는 한국녀를 의미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 부분은 바로 무작정 상경한 시골 여자들의 타락한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결국 남성들은 물어물어 여성들이 거처하는 곳을 알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동네 여성들도 서울에 와서 에레나같은 여성들을 보고 서울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남정네들을 따라 귀향할 것을 결심하지요.
에레나는 대중가요에 자주 나오는 용어입니다. 이 곡보다 1년 전인 1954년 발표된 < 에레나가 된 순이 >는 아예 제목에 에레나가 들어 있지요. 순박한 처녀였던 순이가 타락한 에레나가 된 것을 목격하고 탄식하는 곡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의 도처에는 미군이 주둔했고, 미군 부대에서 많은 미국인 병사들이 근무하지요. 궁핍한 경제 사정으로 미군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요. 에레나는 그같은 시대 상황에서 파생한 여성 군상이라 보여집니다.
해방 이후 여성들의 무작정 상경이 유행한 것은 1960년대 중반 고도경제성장에 접어든 시기입니다. 이 곡이 등장한 1950년대 중반은 무작정 상경이 시작될 무렵이지요. 따라서 이 곡은 무작정 상경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곡으로 평가됩니다.
< 앵두나무 처녀 >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2.
석유 등잔 사랑방에 동네 총각 맥 풀렸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들라 하였건만
신붓감이 서울로 도망갔대니
복돌이도 삼용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3.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 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에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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