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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3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3 도둑이야기
왜 이토록 도둑과 인연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도둑과의 사연이 많다. 도둑 중에는 빈집털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도둑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가장한 도둑, 방송국의 분장실에서 핸드백의 돈을 실례하는 도둑, 백주대낮에 신발을 신은 채 당당하게 들어오는 도둑(말하자면 강도) 등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몇년 전, "도둑에게 당하기만 하고 있다."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읽어 보고 찾아 왔다고 하여 채용한 가정부가, "선생님은, 글과 말은 날카롭지만, 마음씨는 너무 고와요" 라고 하더니 얼마 지난 후, 금박의 고급 접시세트부터 말차 찻잔, 자온화상의 걸게 그림, 최상급의 기모노 등, 수백만엔 어치의 물품을 몰래 가져갔다.
그렇게 지독한 가정부 도둑에 비하면, 단도와 모조권총을 가지고 들어와, "사토 아이코 있나! 너가 사토인가!" 라고 겁박해서 내가 "그래 그게 어쨋다는거야!" 라고 말하니 하나도 훔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강도미수범이 그런대로 친근감이 든다.
이렇게 도둑들에게 당하고 있다보니, 마침내 "도둑 면역"이 되어, 도난당해도 태평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 라는 생각으로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는다.
의무로서 신고하는 일은 있어도, 경찰이 도둑을 잡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 적은 없다(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게 자신의 불찰이니, 조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그렇게까지 알고 있으면서 왜 조심하지 않는가, 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핀찬받지 않더라도 스스로도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태평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우라카와쵸의 작은 촌락의 언덕 위에 별장을 지었을 때, 이번 집에서는 도둑과 인연이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둑에게 당하는 것은 '집이 가진 기상'(家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그말을 믿었다.
게다가 현지인 말로는, 이 근처의 사람들은 순박한 사람들 뿐이고 도둑이란 말은 들은 적도 없다. 우리는 외출을 해도 문단속을 하고 나간 적이 없고, 자동차도 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런 점은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도둑 따위는 한 사람도 없어야 할 그 언덕 위의 외딴 집에 역시 도둑이 들어 왔다. 그것도 세차례나. 모두 초봄의 일로, 내가 도쿄에 돌아가 집을 비웠을 때이다. 이것으로 도둑과의 인연은 '집의 기상(家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런 외딴 곳에 집을 세우면 도둑에게 '어서 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변에서 나의 짧은 소견을 핀찬해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도둑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을 초대한 너가 나쁘다' 라고 친구들은 말하고 싶어 안달나 할 것이다.
첫 번째 도둑은 계단 옆의 채광창 유리를 깨고 들어왔다. 그 창은 외부에서라면 상당히 높은 곳에 있지만, 도둑은 그 아래에 있던 프로판 가스통을 발판으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레코드 플레이어의 다이어몬드 바늘을 훔쳐 갔다. 그 때의 피해는 그것 뿐이었다.
두 번째는 화장실의 유리 문을 부수고 들어와 벽에 걸어둔 거울을 가져갔다. 그리고 세 번째는 부엌문 위에 있는 채광창 유리를 부수고 들어와, 다시 다이아몬드 바늘과 등나무의자 하나를 훔쳐 갔다.
그래서 나는 추측했다. 이 도둑은 세번 모두 같은 인물로, 다이아몬드 바늘을 두번이나 훔쳐간 것으로 보아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아파트에서의 독신 생활을 시작한지 2, 3년이 되었고 가재도구는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거울을 가지고 갔다. 그런 다음 등나무 의자를 훔쳐 갔다. 지금쯤 그는, 그 의자에 허리를 펴고 레코드를 듣고 있을 것이다. 벽에는 훔쳐간 거울이 걸려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아직 독신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등나무의자는 하나로 만족하겠지만 그사이 아내가 생기면 하나 더 필요해 지기 때문에 내년 초봄이 되면 우리집에 남아있는 나머지 하나의 등나무의자가 위험해 질 것 같다...는 등의 상상력이 솟아나지만 실제로의 대비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집 주위를 둘러싸게 설치해 두어 닿으면 찌리찌릿하게 하여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 따위는 없습니까?" 라고 하니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글쎄요,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면서 경례를 하고 돌아갔다.
"조심해 주세요"라고 해도, 도쿄에 있으면서 어떻게 조심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은 그런 곳에 집을 지은 내가 나빴다고 평소처럼 자신에게로 원망이 돌아온다.
오월 말의 일이다. 나는 혼자 그 집에 있었다. 어느 날 도쿄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에 나는 창가에 서서 응답하면서 앞마당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앞마당의 앞쪽에 열려 있는 문으로부터,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싼, 몬빼바지 모습의 노인이, 식칼을 한 손에 들고 태연스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혹은 그 여자)는 창가의 나를 보았지만, 조금도 머뭇거림 없는, 유유한 모습이다.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였다. 그래서 나는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 "잠깐 H씨···지금, 식칼을 든 노인이 문으로 들어왔어요···("엣!"하고 놀라는 H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지 않고 내려놓은채 안쪽으로 달려갔다.
현관과 부엌문의 열쇠를 잠그고 빠른 속도로 창이란 창은 모두 걸쇠를 채웠다. 그런 다음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가스에 불을 붙였다. 만일에 대비해서 ---도둑이 그 식칼로 유리를 깨고 들이닥쳤을 때는,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끼얹어, 놀라는 사이에 의자로 내려친다---그것이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다 .
그렇게 한 후 전화기를 집어들고. "여보세요 H씨 지금 집안의 모든 창문을 잠갔는데 도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집 뒤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나는 지금부터 도둑과 싸울 것이니까. 어쩌면 이것이 내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도 모르니 잘 들어 두세요."
"아니 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겁니까" 라고 H씨는 웃으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어쨌든, 일단 전화를 끊을 터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막 끓고 있는 주전자를 한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집 됫쪽으로 돌아가 보니 뒤뜰의 잡초 속에 조금 전의 노인이 쪼그리고 있다.
아까 본 노인이 그 식칼로 머위의 밑둥치를 자르고 있다. 그는 산채 채취의 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라고 그가 인사하기에, "안녕하세요" 하고 주전자를 든 채, 나도 같은 말로 답했다. 그러나,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남의 정원의 산채를 채취하다니. 하지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도둑이 아닐 것이다.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3 도둑이야기
왜 이토록 도둑과 인연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도둑과의 사연이 많다. 도둑 중에는 빈집털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도둑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가장한 도둑, 방송국의 분장실에서 핸드백의 돈을 실례하는 도둑, 백주대낮에 신발을 신은 채 당당하게 들어오는 도둑(말하자면 강도) 등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몇년 전, "도둑에게 당하기만 하고 있다."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읽어 보고 찾아 왔다고 하여 채용한 가정부가, "선생님은, 글과 말은 날카롭지만, 마음씨는 너무 고와요" 라고 하더니 얼마 지난 후, 금박의 고급 접시세트부터 말차 찻잔, 자온화상의 걸게 그림, 최상급의 기모노 등, 수백만엔 어치의 물품을 몰래 가져갔다.
그렇게 지독한 가정부 도둑에 비하면, 단도와 모조권총을 가지고 들어와, "사토 아이코 있나! 너가 사토인가!" 라고 겁박해서 내가 "그래 그게 어쨋다는거야!" 라고 말하니 하나도 훔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강도미수범이 그런대로 친근감이 든다.
이렇게 도둑들에게 당하고 있다보니, 마침내 "도둑 면역"이 되어, 도난당해도 태평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 라는 생각으로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는다.
의무로서 신고하는 일은 있어도, 경찰이 도둑을 잡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 적은 없다(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게 자신의 불찰이니, 조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그렇게까지 알고 있으면서 왜 조심하지 않는가, 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핀찬받지 않더라도 스스로도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태평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우라카와쵸의 작은 촌락의 언덕 위에 별장을 지었을 때, 이번 집에서는 도둑과 인연이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둑에게 당하는 것은 '집이 가진 기상'(家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그말을 믿었다.
게다가 현지인 말로는, 이 근처의 사람들은 순박한 사람들 뿐이고 도둑이란 말은 들은 적도 없다. 우리는 외출을 해도 문단속을 하고 나간 적이 없고, 자동차도 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런 점은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도둑 따위는 한 사람도 없어야 할 그 언덕 위의 외딴 집에 역시 도둑이 들어 왔다. 그것도 세차례나. 모두 초봄의 일로, 내가 도쿄에 돌아가 집을 비웠을 때이다. 이것으로 도둑과의 인연은 '집의 기상(家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런 외딴 곳에 집을 세우면 도둑에게 '어서 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변에서 나의 짧은 소견을 핀찬해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도둑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을 초대한 너가 나쁘다' 라고 친구들은 말하고 싶어 안달나 할 것이다.
첫 번째 도둑은 계단 옆의 채광창 유리를 깨고 들어왔다. 그 창은 외부에서라면 상당히 높은 곳에 있지만, 도둑은 그 아래에 있던 프로판 가스통을 발판으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레코드 플레이어의 다이어몬드 바늘을 훔쳐 갔다. 그 때의 피해는 그것 뿐이었다.
두 번째는 화장실의 유리 문을 부수고 들어와 벽에 걸어둔 거울을 가져갔다. 그리고 세 번째는 부엌문 위에 있는 채광창 유리를 부수고 들어와, 다시 다이아몬드 바늘과 등나무의자 하나를 훔쳐 갔다.
그래서 나는 추측했다. 이 도둑은 세번 모두 같은 인물로, 다이아몬드 바늘을 두번이나 훔쳐간 것으로 보아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아파트에서의 독신 생활을 시작한지 2, 3년이 되었고 가재도구는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거울을 가지고 갔다. 그런 다음 등나무 의자를 훔쳐 갔다. 지금쯤 그는, 그 의자에 허리를 펴고 레코드를 듣고 있을 것이다. 벽에는 훔쳐간 거울이 걸려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아직 독신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등나무의자는 하나로 만족하겠지만 그사이 아내가 생기면 하나 더 필요해 지기 때문에 내년 초봄이 되면 우리집에 남아있는 나머지 하나의 등나무의자가 위험해 질 것 같다...는 등의 상상력이 솟아나지만 실제로의 대비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집 주위를 둘러싸게 설치해 두어 닿으면 찌리찌릿하게 하여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 따위는 없습니까?" 라고 하니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글쎄요,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면서 경례를 하고 돌아갔다.
"조심해 주세요"라고 해도, 도쿄에 있으면서 어떻게 조심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은 그런 곳에 집을 지은 내가 나빴다고 평소처럼 자신에게로 원망이 돌아온다.
오월 말의 일이다. 나는 혼자 그 집에 있었다. 어느 날 도쿄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에 나는 창가에 서서 응답하면서 앞마당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앞마당의 앞쪽에 열려 있는 문으로부터,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싼, 몬빼바지 모습의 노인이, 식칼을 한 손에 들고 태연스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혹은 그 여자)는 창가의 나를 보았지만, 조금도 머뭇거림 없는, 유유한 모습이다.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였다. 그래서 나는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 "잠깐 H씨···지금, 식칼을 든 노인이 문으로 들어왔어요···("엣!"하고 놀라는 H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지 않고 내려놓은채 안쪽으로 달려갔다.
현관과 부엌문의 열쇠를 잠그고 빠른 속도로 창이란 창은 모두 걸쇠를 채웠다. 그런 다음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가스에 불을 붙였다. 만일에 대비해서 ---도둑이 그 식칼로 유리를 깨고 들이닥쳤을 때는,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끼얹어, 놀라는 사이에 의자로 내려친다---그것이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다 .
그렇게 한 후 전화기를 집어들고. "여보세요 H씨 지금 집안의 모든 창문을 잠갔는데 도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집 뒤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나는 지금부터 도둑과 싸울 것이니까. 어쩌면 이것이 내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도 모르니 잘 들어 두세요."
"아니 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겁니까" 라고 H씨는 웃으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어쨌든, 일단 전화를 끊을 터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막 끓고 있는 주전자를 한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집 됫쪽으로 돌아가 보니 뒤뜰의 잡초 속에 조금 전의 노인이 쪼그리고 있다.
아까 본 노인이 그 식칼로 머위의 밑둥치를 자르고 있다. 그는 산채 채취의 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라고 그가 인사하기에, "안녕하세요" 하고 주전자를 든 채, 나도 같은 말로 답했다. 그러나,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남의 정원의 산채를 채취하다니. 하지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도둑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