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유묵 고국 품으로, 최고가 19억5000만원 낙찰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
서울옥션 19일 경매 결과
추정가 크게 넘어 역대 최고가
허윤희 기자 입력 2023.12.20. 00:11조선일
안중근,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1910). 34×135cm. /서울옥션
1910년 3월 안중근(1879~1910) 의사가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유묵(遺墨)이 국내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안 의사 유묵 중 최고가 기록이다.
19일 오후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제176회 미술품 경매에서 안 의사가 쓴 유묵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가 추정가 5억~10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전까지 안 의사 유묵 중 최고가 작품은 2018년 7억5000만원에 낙찰된 묵서 ‘승피백운지우제향의(乘彼白雲至于帝鄕矣)’였다.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은 1910년 2월 14일부터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감옥에서 많은 글씨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사의 죽음이 확정된 뒤 일본인 관리와 간수들이 앞다퉈 큰 글씨를 요청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개인 소장자가 갖고 있던 이번 유묵은 그간 국내 학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주목받았다. ‘용호지웅세 기작인묘지태(龍虎之雄勢 豈作蚓猫之態)’ /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라는 내용으로, “경술년 삼월 뤼순 감옥에서 대한국인(大韓國人) 안중근이 쓰다”라는 문장과 함께 손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처음 소장하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개인 소장자가 낙찰을 받으면서 113년 만에 고국 품에 안기게 됐다.
허윤희 기자
허윤희 기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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