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306)... 수박의 效能, 癌예방 등
박명윤(보건학박사,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수박의 효능(效能)
기상청(氣象廳) 발표(8월 13일)에 따르면 올해 한반도(韓半島)는 9월 중순에도 평년 평균기온(섭씨 18〜22도)보다 높은 기온을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올여름 무더위는 추석(秋夕, 9월 19일) 즈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올여름 더위가 유독 길게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확장된 태평양 고기압(高氣壓)이 더디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여름철 더위를 불러오는 북태평양(北太平洋) 고기압은 보통 8월 중순부터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점차 위세가 줄어든다. 그러나 올해는 고기압이 8월 중순에도 크게 확장된 상태에서 견고하게 버티고 있으며, 수축 속도 또한 더디어 9월까지 더위를 몰고 올 수 있다.
요즘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서울은 섭씨 33도, 대구ㆍ포항ㆍ울산은 37도를 기록하고 있다. 무더위로 인하여 열사병(熱射病) 환자 284명, 열탈진(熱脫盡) 409명 등 온열 질환자가 919명 발생해 이 중 10명이 사망했다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8월 13일)했다. 사망한 사람들은 땡볕 더위에 야외 작업을 하거나 음주(飮酒)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더운 여름철에 생각나는 과일 중 시원한 수박이 으뜸이다. 요즘은 각 가정에 냉장고(冷藏庫, refrigerator)가 있어 시원한 수박을 언제나 먹을 수 있으나, 우리들의 학창시절인 50년대 60년대에는 가정마다 냉장고가 없어 시원한 샘물에 수박을 담가두었다가 먹은 기억이 난다.
수박은 박과(科)에 속하는 한해살이(1년생) 덩굴성 초본(草本)식물의 열매이므로 ‘채소류과일’로 분류할 수 있다. 수박은 서과(西瓜), 수과(水瓜), 한과(寒瓜), 시과(時瓜) 등으로 불리기도 하며, 서양에서는 90%이상이 수분(水分)으로 이뤄져 있어 ‘watermelon’이라 부른다.
수박의 원산지는 열대지방 아프리카(Africa)이며, 약 4000년전 고대 이집트(Egypt)에서 재배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탐험가 리빙스턴(David Livingstone, 1813〜1873)이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서 야생(野生) 수박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수박은 이집트에서 서역(西域)을 거쳐 중국 송나라와 우리나라(고려)에 전해졌다. 당시 수박은 흔하지 않았다.
수박이 그림의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널리 재배된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이다.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라는 화풍으로 유명한 조선 후기 화가 정선(鄭敾, 1676〜1759)이 그린 ‘서과투서(西瓜偸鼠: 쥐가 서과(수박)를 훔쳐 먹는다)’에는 달개비가 파랗게 피어 있는 밭에서 쥐 한 마리가 탐스럽게 익은 수박을 갉아 먹고 있고, 그 옆에서 다른 쥐 한 마리는 수박과 수박을 먹는 쥐를 쳐다보고 있는 그림이다.
뛰어난 예술가이자 현모양처(賢母良妻)의 대명사로 불리는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이 그린 초충도(草蟲圖) 중에 수박과 들쥐가 인상적인 그림인 ‘수박과 쥐’가 있다. 그림에는 먹음직스러운 수박 두 덩이가 패랭이꽃이 핀 뜰에 뒹굴고 있고 쥐 두 마리가 정신없이 큰 수박을 갉아 먹고 있다. 그 뒤 넝쿨 주변으로 나비 두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수박의 종류는 숙기(熟期)의 조만성(早晩性), 열매의 형태, 껍질과 과육(果肉)의 색깔, 씨의 색깔과 크기 등으로 분류한다. 과육의 색깔에 따라 홍육종(紅肉種), 황육종(黃肉種), 백육종(白肉種), 등황육종(橙黃肉種) 등으로 분류하며, 홍육종이 90%를 차지하고 있다. 재래종인 ‘무등산(無等山) 수박’은 그 지역에 국한되어 재배되고 있다.
‘씨없는 수박’은 원예육종(園藝育種)학자인 우장춘(禹長春, 1896〜1959)박사가 연구한 품종으로 1953년에 수박을 생산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씨없는 수박이란 식물 호르몬인 콜히친을 사용하여 염색체(染色體) 수를 보통 수박(2배체)의 배로 한 4배체의 수박을 만들고, 거기에 다시 보통 수박을 교배(交配)하여 만든 3배체 수박이다.
수박을 작형별 품종으로 나누면 ‘반촉성용 품종’에는 대감수박, 빛나수박, 일출수박, 환호성수박, 내고향수박, 맛수박, 금천수박, 한들수박, 기찬수박, 꿀단지수박 등이 있다. ‘조숙터널용 품종’에는 삼복꿀수박, 감로수박, 대상수박, 단비수박, 백두산수박, 달고나수박, 참다라수박, 달수박, 강남수박, 달덩이수박, 금강산수박 등이 있으며, ‘노지용 품종’에는 오림피아수박, 무지개수박, 왕장수박, 빅토리아수박 등이 있다.
무등산(無等山, 해발 1,187m)수박은 일반 수박과 달리 고산(高山)지대에서 재배하는 만생종(晩生種)으로 8월 중순이후 추석 전후로 출하된다. 개량종(改良種)과는 달리 씨가 익어도 흰색이고 검은 점이 찍혀 있고, 껍질이 한 색깔로 푸른색이라 ‘푸렝이 수박’이란 별명이 있다. 꽃이 피고 수박이 열리면 한 그루에 한 개의 열매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따버리기 때문에 수박이 제대로 커서 익으면 한 개가 10〜30kg에 달하며, 가격은 일반 수박 가격의 10배가 넘기도 한다.
수박(Watermelon, 생것<Raw>, 적육질<Red pulp>, 가식부<edible portion> 100g당)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성분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24kcal/ 수분 93.2g/ 단백질 0.8g/ 지질 0.4g/ 회분 0.3g/ 탄수화물 5.3g/ 섬유소 0.2g/ 칼슘 1mg/ 인 12mg/ 철 0.2mg/ 나트륨 1mg/ 칼륨 133mg/ 비타민A 143RE/ 비타민B2 0.02mg/ 나이아신 0.2mg/ 비타민C 14mg
수박의 효능(效能)에는 수박의 붉은 색은 리코펜(lycopene)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리코펜은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노화를 방지하고 암 예방에 좋다. 속이 노란 수박에는 베타카로틴이 들어있어 면역력을 길러준다. 아미노산 시트루린 성분은 이뇨(利尿)작용을 촉진시켜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혈관의 기능을 향상시켜 심장병과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수박은 혈압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좋다.
소변이 쉽게 나오지 않으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필요 없는 조직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몸이 붓고 피로해 진다. 이에 몸이 부을 때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수박을 먹으면 좋다. 수박은 해열(解熱), 해독(解毒)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따가운 햇볕을 받아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 수박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
옛 문헌기록 중 일용본초(日用本草)에는 “수박을 먹으면 갈증을 그치고 서열(暑熱)을 풀어준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식감본초(食鑑本草)에는 “수박은 속을 청량케 하고 기(氣)를 내리며, 요도(尿道)에 이롭고 혈리(血痢)를 다스리며 술독을 푼다”고 기록되어 있다. 민간요법(民間療法)으로 ‘잘 익은 수박을 자주 먹으면 각기와 방광염에 효과가 있다’, ‘수박껍질을 썰어 말려서 분말로 만들어 먹으면 신경통에 좋다’, ‘수박을 계속 먹으면 이뇨작용으로 부종(浮腫)이 빠진다’ 등이 있다.
수박 속의 당분은 대부분 과당(果糖)과 포도당이어서 쉽게 흡수되므로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수박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C는 습진, 여드름 등 피부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피부내의 콜라겐(collagen) 합성에 영향을 주어 피부 탄력을 회복시켜준다. 수박 속껍질을 갈거나 얇게 썰어 얼굴에 팩으로 사용하면 좋다. 수박은 수분이 93% 정도로 칼로리가 낮아 몸매 걱정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좋다.
수박씨에는 단백질, 지방, 당질, 무기질,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있으므로 꼭꼭 씹어 먹으면 좋다. 항간에 수박씨를 먹으면 귀가 먹는다는 속설이 있으나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은 것을 중국 요리의 전채(前菜)로 이용한다. 수박씨를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싱싱하고 맛있는 수박을 고르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ㅿ하얀 분이 묻은 수박이 당도(糖度)가 높다. ㅿ비슷한 크기 중에서 무게가 무거운 것이 좋다. ㅿ꼭지의 모양이 ‘T’자 이며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ㅿ검은색과 녹색의 줄무늬 간격이 일정할수록 싱싱하다. ㅿ줄무늬가 선명하고 배꼽은 작고 약간 안으로 들어간 것이 좋다. ㅿ녹색 줄무늬가 나뭇잎 색과 같이 색이 짙을수록 잘 익은 수박이다.
수박을 한손으로 들고 다른 손바닥으로 두드려 봤을 때 통통 튀는 경쾌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과육도 알차고 당도가 높다. 시장 상인들은 수박이 잘 익었나를 확인한다며 잘라주기고 하는데 대부분 햇빛을 잘 받아 잘 익은 쪽을 확인시켜 주려하기 때문에 자르려는 반대 부위를 잘라서 확인하는 것이 맛있는 수박을 잘 고르는 방법이다.
먹다 남은 수박은 랩으로 싸거나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수박은 보관 온도가 내려갈수록 아삭아삭하지만 섭씨 0도에 이르면 오히려 과육이 딱딱해지므로 8〜10도가 적당하다. 구입한 수박이 설익었을 경우에는 통째로 신문지 등에 싸서 실온(室溫) 보관하여 후숙(後熟)시킨 후 먹도록 한다.
올해 수박 값은 지난 해 보다 비싼 편이다. 긴 장마로 인해 일조량(日照量)이 부족하고 기온이 낮아 생육이 부진하여 출하물량이 감소했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상품 도매가 기준(7월 말)으로 1만 7000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으며 평년대비 4천원 가량 비싼 가격이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청송건강칼럼(306). 2013.8.15. www.nandal.net www.ptc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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